동료의 행복을 누구보다 기뻐하고 아쉬움도 함께한다. 이런 순박한 외국인 선수가 없다. 프로야구 롯데 자이언츠 외국인 선수 빅터 레이예스는 그라운드 안팎에서 모범적인 행실로 동료들의 신임을 받고 있다.
레이예스는 지난 26일 사직 삼성전 4번 지명타자로 선발 출장해 4타수 4안타 5타점 맹타를 휘두르며 팀의 9-1 대승을 책임졌다. 1회 동점타, 3회 역전 2타점 2루타, 6회 달아나는 적시타, 8회 쐐기 희생플라이까지. 레이예스의 방망이는 춤을 췄고 롯데는 지KIA와 삼성 등과 만나는 상위권 6연전을 5승1패로 마무리 지었다.
레이예스는 시즌 초반 롯데 타선의 중심을 잡았다. 타선이 집단 슬럼프에서 허우적 거리고 있을 때 레이예스와 전준우가 고군분투했다. 4월까지 30경기 타율 3할4푼7리(118타수 41안타) 4홈런 19타점 OPS .894의 성적을 기록했다. 현재도 50경기 타율 3할2푼8리(198타수 65안타) 6홈런 40타점 OPS .865의 훌륭한 성적을 기록 중이다.
하지만 최근 들어 페이스가 주춤했다. 5월 9일까지는 타율 3할6푼3리를 기록했고 멀티히트도 곧잘 때려냈다. 그러나 5월 10일 LG전부터 페이스가 쭉 떨어졌다. 안타는 꼬박꼬박 쳐내고 있었지만 집중타가 나오지 않았다. 5월10일부터 25일까지, 13경기 타율 1할6푼7리(48타수 8안타) 1홈런 8타점 OPS .520의 성적에 그쳤다.
그러다 26일 슬럼프 탈출의 물꼬를 텄다. 4안타 5타점 경기로 활짝 웃을 수 있었다. 여유도 되찾았다. “5타점 경기를 한 적이 있냐”라는 질문에 “많이 해봤다”라고 웃으며 대답했다.
실제로 2019년 디트로이트 타이거즈 산하 트리플A 톨레도 머드헨스 소속일 때 6타점 경기를 펼친 바 있고 빅리거 시절인 2020년 디트로이트 소속으로 5타점을 때린 바 있다. 그리고 2023년 시카고 화이트삭스 산하 트리플A 샬럿 나이츠 소속으로 5타점 경기를 치렀다.
최근 좋지 않았던 페이스를 의식하지 않을 수 없었다. 그는 “최근에 너무 안좋았다”라면서 “안 좋은 점들을 연습 때 최대한 빨리 고치려고 했고 결과가 잘 나왔다. 지난 시리즈부터 계속 좋게 나오고 있는 것 같다. 시즌은 길고 만나는 투수들도 다양하기 때문에 투수들 영상을 많이 본다. 이 투수는 이런 식으로 던지고 승부를 해온다는 것을 인지하고 준비했다. 연습 때도 그런 것을 상상하면서 쳤다”라고 설명했다.
이날 레이예스가 슬럼프 탈출의 발판을 마련했던 삼성 원태인은 롯데전, 특히 사직구장 롯데전에 특히 강했던 투수. 이날 경기 전까지 사직구장에서 11경기(9선발) 등판해 5승1패 평균자책점 2.02를 기록할 정도였다. 그러나 레이예스는 주눅들지 않았고 더 연구했다. 레이예스는 “원태인이라는 투수가 굉장히 좋은 시즌을 보내고 있다는 것을 너무 잘 알고 있다. 좋은 투수인 것도 알고 있다”라면서 “그래서 이전 경기들에서 어떻게 볼배합을 하는지 알고 있었고 그것에 대해서 대처를 하려고 노력했다”라고 설명했다.
중남미 국가(베네수엘라) 출신 답지 않게 조용하다는 인상을 받은 레이예스다. 진중함을 갖추고 있었고 동료들을 누구보다 챙기고 아끼는 순박한 면모가 숨겨져 있었다. 흥을 돋궈서 분위기를 주도하지는 않아도 한국 선수들에게 자연스럽게 녹아들면서 최고의 외국인 선수로 자리잡아가고 있다.
레이예스는 그 누구보다 팀을 생각하고 있다. 그는 “타점 타이틀 같은 타이틀도 하나 받으면 너무 좋을 것 같다. 하지만 거기에 치우치지 않고 팀 승리하는데 더 집중하고 싶다. 승리를 하다 보면 이런 숫자들이 저절로 따라올 것이다”라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다른 선수들이 활약을 했을 때 좋아해주면서 서로 믿어주는 분위기가 형성되고 응원하고 서로 아껴주면서 돈독해지는 것 같다”라면서 “세리머니를 하면서 선수단이 더 끈끈해지고 좋은 느낌으로 행복하게 야구를 할 수 있는 것 같다”라고 힘주어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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