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BC ‘나 혼자 산다’가 초심을 되찾았다. 곽동연의 과거 출연분과 구성환의 소탈한 해피 라이프가 시청자들에게 통했다.
2013년 3월 22일 첫 방송을 시작한 '나 혼자 산다'는 독신 남녀와 1인 가정이 늘어나는 세태를 반영해 혼자 사는 유명인들의 일상을 관찰 카메라 형태로 담은 다큐멘터리 형식의 예능 프로그램이다. 11년 넘게 인기를 끌며 오랜 시간 MBC 간판 예능 프로그램으로 사랑 받고 있다.
초반에는 깔끔 떠는 깔끔 떠는 독신남 노홍철, 기러기 아빠 이성재와 김태원, 노총각 김광규 등 다양한 1인 가구의 삶을 대변했다. 70대 김용건, 옥탑방 사는 육중완 등이 혼자 사는 이야기도 신선한 볼거리였다. 진짜 있는 그대로의 스타들의 소탈한 일상을 담아 보는 이들의 공감대를 샀다.
그러나 언제부터인가 ‘나 혼자 산다’는 ‘나 혼자만 잘 산다’로 변질됐다는 지적을 받았다. 스타들의 홍보성 출연, 일반인들의 삶과 전혀 다른 그들이 사는 세상, PPL과 협찬으로 채워진 연출된 일상 등에 반발감이 생기기 시작했다. 기안84처럼 날 것 그대로의 삶도 여전했지만 분명 ‘나 혼자 산다’는 서서히 달라졌다.
이는 제작진도 알고 있는 부분이다. 지난 2021년 연출을 맡았던 허항 PD는 '나 혼자 산다'의 초심이 희석됐다는 지적에 "의견들을 잘 인지하고 있다. 좋은 집, 좋은 동네는 포인트가 아니다. 그런데 결과론적으로 시청자분들이 봤을 때 위화감을 느낄 수 있다는 생각을 했다. 저희가 감안하고 더 민감하게 받아들이고 더 신경 쓰도록 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그럼에도 ‘나 혼자 산다’의 결은 크게 달라지지 않았다. 전현무, 박나래, 이장우의 팜유 라인이나 김대호와 기안84의 거침없는 날 것 인생은 여전히 유쾌하고 재밌지만 스타들의 화려한 1인 라이프 일상은 일반 시청자들에게 거리감으로 작용됐다. ‘나 혼자 산다’ 팀이 연말 연예대상 시상식에서 상을 휩쓸긴 해도 초심을 잃었다는 쓴소리는 피하지 못했다.
그랬던 ‘나 혼자 산다’가 초심으로 돌아가려는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그 중심에 배우 구성환이 있다. 그동안 무지개 회원인 이주승의 절친이자 동네 형으로 종종 얼굴을 비췄던 구성환은 지난 17일 방송을 통해 본격적으로 자신의 소탈한 일상을 공개했다. 강동구 옥탑 빌라에 사는 그의 일상은 평범한 듯 특별했다.
밥을 먹자마자 누운 뒤 식도염 약을 챙겨 먹고, 야심차게 운동 6세트를 시작했으나 4세트 만에 포기하는 모습은 보는 이들의 공감대를 형성했다. 샤워 후에는 로션을 덕지덕지 발랐고 외출 때엔 선크림을 세수하듯 허옇게 발라 보는 이들을 배꼽잡게 했다. 반려견 꽃분이와 함께 지내는 하루하루는 시청자들에게 대리 힐링을 선사했다.
최근 tvN ‘눈물의 여왕’으로 뜨겁게 사랑 받은 곽동연도 한몫했다. 역대 최연소 출연자로 남아 있는 곽동연은 2014년 고등학생 시절 반지하 숙소 라이프를 공개했던 바다. 반지하에 사는 탓에 담벼락에 취객이 토한 오물을 치우는 적나라한 일상은 10년 뒤인 현재 ‘눈물의 여왕’ 인기에 힘입어 유튜브 채널에서 급부상하고 있다.
10년 전 곽동연의 반지하 라이프와 현재 구성환의 유쾌한 행복 인생은 ‘나 혼자 산다’가 지켜야 할 초심 그 자체였다. 비단 덜 화려한 집, 덜 럭셔리 한 일상만을 보고 싶다는 게 아니라 진정성과 신선한 재미를 고루 갖춘 스타들의 진짜 인생을 공유하고 싶은 마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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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 방송 캡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