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NA 월화드라마 ‘크래시’의 거침없는 상승세가 심상치 않다. 매회 자체 최고 시청률을 경신했고, 화제성까지 확장하면서 월요일과 화요일 밤 안방극장의 신흥강자로 떠올랐다. 무엇보다 시청자들 사이에선 “웰메이드 장르물의 갈증이 정말 시원하게 해결됐다”는 호평이 잇따르고 있다.
ENA 월화드라마 ‘크래시’(연출 박준우, 극본 오수진) 첫 방송 직후부터 퍼지기 시작한 “오랜만에 만난 제대로 만든 재미있는 수사극”이란 입소문은 매회 시청률 상승곡선으로 이어졌다. 1회가 전국 2.2% 수도권 2.6% 시청률로 시동을 걸었고, 지난 21일 방송된 4회 시청률은 전국 4.1% 수도권 4.2%로 수직 상승했다. 수도권 분당 최고 시청률은 5.2%까지 치솟았다. (닐슨코리아 제공) 화제성 조사기관 굿데이터코퍼레이션이 발표한 5월 3주차 드라마TV-OTT 검색 반응 차트에도 4위에 안착했고, 드라마 검색 이슈 키워드에는 ‘크래시’의 이민기가 1위에 랭크되는 등 화제 몰이까지 시작했다. 이에 ENA의 역대 흥행작의 계보를 이을 것으로 점쳐지는 바. 그 인기 상승 요인을 분석해봤다.
#. ‘크래시’엔 스릴러, 액션, 틈새 코믹까지, 골라보는 재미가 있다!
‘크래시’의 메인 테마는 바로 교통 범죄를 수사하고 범죄자를 검거하는 과정이다. 여기에 중고차 사기, 교통 보험 사기, 렉카-공업사-렌터카 업체의 카르텔, 킥보드 뺑소니, 역과 사고 등이 소재로 등장했다. 그리고 교통범죄수사팀(TCI, Traffic Crime Investigation)이 수사하고 범인을 쫓는 전개는 현실적이었고, 통쾌했다. 비슷한 장르엔 꼭 있다는 엽기적 살인마, 만능 슈퍼 히어로, 그리고 맥락 없이 놀라게 하는 공포 없이도 스릴이 넘쳤다. 무엇보다 교통과 관련된 범죄가 이렇게도 다채로울 수 있다는 점은 흥미와 정보를 동시에 자극하는 요소로 극을 풍성하게 채웠다.
제각기 다른 매력을 뿜어내는 교통범죄수사팀(TCI, Traffic Crime Investigation) 5인방은 채널을 고정시킨 일등공신이다. 출근 첫 날부터 서장 구경모(백현진)와의 접촉 사고 과실을 아무렇지 않은 듯 지적하며 남강경찰서 ‘꼴통’으로 등극했지만, 과학적 시뮬레이션과 분석으로 결정적 단서를 찾아내는 신입 주임 차연호(이민기), 신들린 운전 실력은 물론 두둑한 배짱과 실전으로 단련된 경찰 체포술이 엿보이는 에이스 액션 반장 민소희(곽선영), 언제라도 기댈 수 있는 든든한 언덕이자, 나설 땐 무슨 일이 있어도 나서는 대쪽 팀장 정채만(허성태), 덩치와 달리 액션은 안 되지만 사이드 미러와 타이어 자국만 봐도 차종에 연식까지 맞추는 자동차 스페셜리스트 우동기(이호철), 시원한 발차기로 범죄자를 소탕하면서도 맛있는 것만 보면 애교가 폭발하는 반전 막내 어현경(문희)이 바로 그들이다.
힘을 합치면 천하무적, 같이 있으면 경쾌한 티키타카를 일으키는 이들은 손에 땀을 쥐게 하는 스릴러, 보기만 해도 속이 뻥 뚫리는 액션, 그리고 분위기를 환기시키는 틈새 코믹까지 꽉 잡으며 단 1분도 눈을 뗄 수 없게 했다. 이렇게 다양한 장르를 예고 없이 오가는 ‘크래시’에 “좀 전까지 웃었는데 또 심장이 두근거린다”라는 시청자 반응이 나오는 이유였다. 이 가운데 지난 4회 방송 말미에는 사람을 바퀴로 밟고 지나가는 ‘역과(轢過) 사고’로 주취자 사망 사건과 더불어 연쇄강도강간 사건이 동시에 등판, 더욱 강력한 스토리 전개를 예고했다.
#. ‘크래시’에 한 순간도 눈을 뗄 수 없는 이유, ‘꼬꼬무’(꼬리에 꼬리를 무는) 미스터리
첫 방송부터 무엇 하나 허투루 지나칠 수 없게 촘촘히 설계된 모든 단서가 유기적으로 얽힌 전개를 선보인 ‘크래시’. 그 중 매회 조금씩 떡밥을 던지며 차곡차곡 빌드업되고 있는 차연호 미스터리는 단 한 회도 놓칠 수 없는 이유가 되고 있다. 지난 2회에서 노인 연쇄살인범의 질주를 저지하기 위해 자전거와 몸을 던져 차량을 막은 차연호는 정신을 잃었고, 그의 무의식 속에서는 교통사고 현장과 사망한 여자가 등장했다. 그리고 지난 4회에서 그의 충격 과거가 베일을 벗었다. 10년 전, 차연호가 운전 중에 바닥에 떨어진 CD를 주우려고 잠시 한눈을 판 것이 대형 사고로 이어졌고, 길을 건너려던 한 여성이 사망했다. 여기에 팀장 정채만이 당시 사고 담당 경찰이었다는 사실 역시 추가적으로 드러났다.
그런데 10년이 지난 현재, 누군가 차연호에게 교통사고 관련 기사가 담긴 편지를 보냈다. 게다가 이 편지는 차연호뿐 아니라 사고 당시 고등학생 목격자였던 표정욱(강기둥)과 양재영(허지원), 그리고 사망한 여성의 아버지인 이정섭(하성광)까지 받았다는 사실이 밝혀졌다. 무엇보다 이정섭은 차연호 역시 피해자라고 생각했고, 후배 정채만에게 부탁해 “꼭 해야 할 일이 있다”며 경찰이 되고자 하는 차연호의 원을 들어줬다. 이에 10년 전 차연호가 일으킨 교통사고에 숨겨진 또 다른 진실이 있는 것인지 의문이 꼬리에 꼬리를 물고 있다. 이에 벌써부터 의문의 편지 발신자, 새롭게 등장한 사고 관련자들의 관계, 사고에 드리워진 흑막까지, 시청자들의 추리 레이더가 가열차게 가동되고 있다.
일상과 맞닿은 충격적 교통범죄 수사 과정을 짜임새 있게 그린 대본, 이를 다양한 장르 안에서 단 한시도 지루할 틈 없이 영상에 풀어낸 명불허전 연출, 그리고 누구 한 명 버릴 것 없이 살아 움직이는 캐릭터들을 만들어낸 열연으로 월화드라마 신흥강자로 떠올랐다. /kangsj@osen.co.kr
[사진] ENA 제공