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수 김호중이 음주 뺑소니 혐의로 끝내 구속 기소됐다. 사고를 낸지 보름 만에, 음주 운전을 인정한지 닷새 만이다.
김호중은 영화 '파파로티'의 모델로 잘 알려져 있다. 불우한 어린 시절을 극복하고 성악가에서 트로트 가수로 성공했다.
할머니 손에 자란 김호중은 어려운 가정 형편 속 조직폭력배와 어울리는 등 방황의 시기를 보냈다. 전학 간 김천예고에서 은사를 만나 성악의 길을 걸었다.
2008년 세종 음악콩쿠르 1위, 2009년 전국 수리음악콩쿠르 1위를 차지하며 그의 성장 스토리가 큰 관심을 받았다.
SBS 예능 '스타킹'에도 출연했다. 2009년 '고등학생 파바로티'라는 이름으로 방송가에 얼굴을 내밀었다. 오페라 '투란도트'의 아리아 '네순 도르마'를 부른 영상이 화제가 된 것.
성인이 된 뒤 한양대 성악과에 진학했으나 중퇴했다. 이후 트롯에 도전했다. TV조선 트롯 경연 프로그램 ‘내일은 미스터트롯’에 출연하며 대중적 인기를 얻었다. '트바로티'(트로트와 성악가 파바로티의 합성어) 별명을 얻었다.
김호중은 데뷔 후 여러 구설에 휘말렸다. 전 매니저와의 금전 시비, 병역 문제, 전 여자친구 폭행설 등이 터졌다. 불법 도박 의혹에 대해선 직접 인정, 사과했다. 각종 논란 속에 군 입대해 2022년 5월 제대했다. 새 음반 발매, 다수의 공연 등 활발하게 활동했다.
그러다 사건이 터졌다. 지난 14일 김호중이 뺑소니 혐의를 받고 있다는 보도가 나온 것. 김호중은 지난 9일 오후 11시 40분께 강남구 압구정동 한 도로에서 마주 오던 택시와 충돌한 뒤 달아났다. 도로교통법상 사고 후 미조치로 기소됐다.
사고 이후 행적에 의구심이 커졌다. 그도 그럴 게, 김호중의 매니저가 경찰서를 찾아 거짓 자수한 것. 김호중이 사고 당시 입었던 옷까지 바꿔 입고 나타나 은폐 의혹을 받았다.
김호중에겐 음주 의심이 일었다. 그는 사고 17시간이 지난 후에야 경찰에 출석했다. 경찰의 추궁에 뒤늦게 자신이 차를 운전했다고 시인했다.
김호중과 소속사 측의 말이 계속 바뀐 점도 의심을 키웠다. "절대 음주는 하지 않았다"며 줄곧 부인하다가 음주 정황이 속속 드러나자 음주운전을 인정했다. "공황장애 때문에 사고 후 조치를 하지 못했다"는 주장은 신빙성을 잃게 됐다.
소속사 대표는 블랙박스 메모리 카드 제거는 현장에 도착한 매니저가 본인 판단으로 했고, 매니저에게 허위 자백을 시킨 건 자신의 지시였다고 주장했다.
그 사이 김호중은 공연을 강행했다. 지난 18일과 19일에는 창원에서 트바로티 클래식 아레나 투어를 열었고, 영장실질심사를 하루 앞둔 지난 23일에도 ‘월드 유니온 오케스트라 슈퍼클래식’을 진행했다. 24일 공연을 위해 영장실질심사를 연기해달라고 요청했으나 법원이 기각하면서 공연은 취소됐다.
공연 강행으로 대중의 비난이 쏟아진 가운데 김호중은 지난 21일 경찰 조사에서 또 한 번 대중의 분노 ‘스위치’를 켰다. 취재진이 있다는 이유로 조사가 끝난 후에도 귀가하지 않고 버틴 것.
변호사에 따르면 김호중은 "(비공개 귀가는) 마지막 스위치다. 이것마저 꺼지면 저는 살아도 의미가 없다”며 비공개 귀가를 고집했다.
결국 취재진 앞에 모습을 드러낸 김호중은 “죄인이 무슨 말이 있겠느냐”면서도 “어쨌든 죄송하다”는 반성 없는 태도로 뭇매를 맞았다.
영장실질심사에도 비슷한 모습이었다. 김호중은 지난 24일 오전 10시 58분 즈음 법원에 출석했다. 취재진의 질문에는 “죄송하다”는 말만 반복했다. 고개를 숙인 뒤 빠르게 자리를 벗어났다. 당초 12시에 출석할 예정이었으나 1시간 이상 이르게 도착했다.
김호중은 일반적으로 출입하는 입구가 아닌 다른 입구를 이용했다. 그러나 법원의 모든 입구에 취재진들이 대기하며 카메라를 피하진 못했다.
이날 심문이 끝난 후 김호중은 포승줄에 묶여 오후 1시23분쯤 법원에서 나왔다. '혐의에 대해 어떻게 소명했느냐'는 질문에 "죄송하다. 반성하겠다"고 밝혔다.
한편 신영희 영장전담 부장판사는 특정범죄가중처벌법상 위험운전치상, 도주치상, 도로교통법상 사고 후 미조치, 범인도피방조혐의를 받고 있는 김호중에 대한 구속 전 피의자 심문(영장실질심사)를 진행한 뒤 “증거를 인멸할 우려가 있다”며 구속영장을 발부했다.
신영희 부장 판사는 “똑같은 사람인데 김호중은 처벌 받으면 안 되고, 막내 매니저는 처벌 받아도 괜찮은 것이냐”며 질책한 것으로 전해졌다.
영장 심사에서는 김호중에게 수사 협조 여부와 증거 인멸, 도주 우려가 있는지가 핵심 쟁점이 됐다. 김호중은 휴대전화 임의제출 요구를 거부하다 3대가 압수되자 비밀번호도 경찰에 알려주지 않았고, “사생활이 담겨 있어서 비밀번호를 제공할 수 없다”고 답한 것으로 알려졌다. / rumi@osen.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