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수 김호중이 음주 뺑소니 혐의로 결국 구속됐다. 포승줄에 묶인 채 경찰서 유치장으로 옮겨졌는데 팬들은 여전히 그를 응원하고, 팬카페는 대중의 비난을 피하기 위해 비공개로 전환했다.
지난 24일 서울중앙지방법원 신영희 영장전담 부장판사는 특정범죄가중처벌법상 위험운전치상, 도주치상, 도로교통법상 사고 후 미조치, 범인도피방조혐의를 받고 있는 김호중에 대한 구속 전 피의자 심문(영장실질심사)를 진행한 뒤 “증거를 인멸할 우려가 있다”며 구속영장을 발부했다.
신영희 부장 판사는 “똑같은 사람인데 김호중은 처벌 받으면 안 되고, 막내 매니저는 처벌 받아도 괜찮은 것이냐”며 질책한 것으로 전해졌다.
영장 심사에서는 김호중에게 수사 협조 여부와 증거 인멸, 도주 우려가 있는지가 핵심 쟁점이 됐다. 김호중은 휴대전화 임의제출 요구를 거부하다 3대가 압수되자 비밀번호도 경찰에 알려주지 않았고, “사생활이 담겨 있어서 비밀번호를 제공할 수 없다”고 답한 것으로 알려졌다.
결국 김호중은 구속됐다. 증거 인멸의 우려로 김호중이 구속됐고, 이에 앞서 영장실질심사를 받은 소속사 대표와 본부장 전 모씨도 구속됐다. 소속사 대표는 매니저에게 허위로 자수를 지시한 혐의(범인도피교사), 전 모씨는 차량 블랙박스 메모리 카드를 제거한 혐의(증거 인멸 등)로 구속됐다.
이처럼 김호중을 비롯해 김호중 소속사 대표, 본부장까지 나란히 구속된 데는 뺑소니 사고를 은폐하려는 파렴치한 일을 벌였기 때문. 지난 14일 김호중이 뺑소니 혐의를 받고 있다는 소식이 전해졌다.
김호중은 지난 9일 오후 11시 40분께 강남구 압구정동 한 도로에서 마주 오던 택시와 충돌한 뒤 달아난 혐의(도로교통법상 사고 후 미조치)를 받고 있었다. 사고 3시간 뒤 김호중의 매니저가 김호중의 옷을 입고 자신이 사고를 냈다며 허위 자백을 하고, 김호중은 사고 17시간이 지난 뒤에야 경찰에 출석해 자신이 차를 운전했다고 밝혔다.
소속사 대표는 블랙박스 메모리 카드 제거는 현장에 도착한 매니저가 본인 판단으로 했고, 매니저에게 허위 자백을 시킨 건 자신의 지시였다고 인정했다. 김호중 음주 여부에 대해서는 강하게 부인했지만 유흥주점 방문 등 정황이 계속해서 나오자 사고 열흘 만에 음주운전을 했다고 김호중이 직접 시인했다.
그 사이 김호중은 공연을 강행했다. 지난 18일과 19일에는 창원에서 트바로티 클래식 아레나 투어를 열었고, 영장실질심사를 하루 앞둔 지난 23일에도 ‘월드 유니온 오케스트라 슈퍼클래식’을 진행했다. 24일 공연을 위해 영장실질심사를 연기해달라고 요청했으나 법원이 기각하면서 공연은 취소됐다.
공연 강행으로 대중의 비난이 쏟아진 가운데 김호중은 지난 21일 경찰 조사에서 또 한 번 대중의 분노 ‘스위치’를 켰다. 취재진이 있다는 이유로 조사가 끝난 후에도 귀가하지 않고 버티고 있었던 것. 변호사에 따르면 김호중은 “마지막 스위치다. 이것마저 꺼지면 저는 살아도 의미가 없다”며 비공개 귀가를 고집했다.
결국 취재진 앞에 모습을 드러낸 김호중은 “죄인이 무슨 말이 있겠느냐”면서도 “어쨌든 죄송하다”는 반성 없는 태도로 뭇매를 맞기도 했다. 이어 포승줄에 묶여 호송차량으로 이동하는 모습까지 공개한 김호중. 끝내 법 앞에는 무릎을 꿇을 수밖에 없었다.
음주운전을 비롯해 운전자 바꿔치기, 블랙박스 메모리칩 제거 등 김호중을 비롯한 소속사의 혐의가 분명한데도 팬들은 여전히 김호중을 응원하고 있다. 김호중 팬들은 지난 25일 성명문을 발표했는데 김호중이 합당한 처벌을 받길 바란다면서 “‘죄는 미워해도 사람은 미워하지 말라’는 말이 있듯이 김호중의 ‘마지막 자존심’을 지키고자 노심초사하는 마음으로 응원하고 있는 팬들의 진심을 너무 곡해하지 말아 주기 바라며, 훗날 김호중이 다시금 피어오를 그날을 학수고대하겠다”라며 “부디 김호중을 향한 수사 기관의 날카로운 칼날이 '정치권의 이슈를 은폐하기 위한 용도'가 아니었기를 간절히 바랄 뿐이다”라는 입장을 밝혔다.
대중이 공감하기 어려운 성명문을 발표한 김호중 팬들. 거기다 팬들은 김호중의 공연에서 떼창까지 하고 박수를 보내는 등 어긋난 팬심을 보여줬다. 하지만 대중의 쏟아지는 비난을 의식했는지 공식 팬카페에 카페 회원들만 접속할 수 있도록 비공개로 전환했다. /kangsj@osen.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