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로야구 한화 이글스가 49일 만에 1위에서 10위로 내려앉았다. 최고 외국인 타자 요나단 페라자(26)가 부상으로 시즌 첫 결장한 날, 결국 최하위로 떨어지고 말았다.
한화는 지난 23일 대전 LG전에서 4-8로 패했다. 8점을 내준 마운드가 가장 큰 패인이었지만 5안타에 그친 타선의 힘도 아쉬웠다. 6회 노시환의 2루타 이후 4연속 사사구로 3점을 내며 1점차로 따라붙었지만 시원한 적시타 한 방이 터지지 않았다. 잔루 7개로 결정력 부재에 시달렸다.
올 시즌 리그 최고 타자로 떠오른 페라자의 공백이 아쉬웠다. 페라자는 그 전날(22일) LG전에서 7회 초구에 스윙을 하고 난 뒤 오른쪽 손등에 통증을 느꼈다. 이 타석을 삼진으로 마친 뒤 다음 수비 때 교체된 페라자는 23일 LG전에 나설 상태가 아니었다. 정확한 파악을 위해 선수단에서 따로 나와 서울로 이동했다.
이날 오후 중앙대병원에서 MRI(자기공명영상) 검진을 받은 결과 손등 인대 미세 손상으로 다행히 골절은 피했다. 통증을 조절하면서 경기 출장이 가능하다는 소견을 받아 빠르면 24일 문학 SSG전부터 뛸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이날 경기를 결장하기 전까지 페라자는 한화의 48경기 모두 선발 출장했다. 지난달 7일 고척 키움전에서 10회 자신의 파울 타구에 오른 발등을 맞은 여파로 타석을 마친 뒤 교체됐고, 지난달 30일 대전 SSG전에선 스윙을 하고 난 뒤 오른쪽 허벅지 근육에 불편함을 느껴 타석 도중에 빠졌다. 이어 지난 18일 대구 삼성전에서 1회 2루 도루를 시도하다 오른쪽 손목에 불편함을 느껴 3회에 교체됐다.
하지만 전부 바로 다음 경기에 정상적으로 나서면서 전경기 출장을 이어갔는데 이번에 처음으로 빠졌다. 삼성전 도루 과정에서 부상 여파가 남아 시즌 첫 결장으로 이어졌고, 페라자가 빠진 날 한화는 공교롭게도 시즌 첫 10위로 내려앉았다.
개막 10경기 8승2패로 구단 역사상 최고의 스타트를 끊은 한화는 지난달 4일까지 단독 1위를 질주했다. 시즌 전 메이저리거 류현진 복귀와 FA 안치홍 영입으로 투타에서 전력을 보강하며 5강 후보로 격상됐고, 초반부터 분위기를 제대로 탔다. 거칠 것 없던 한화의 봄은 그러나 찰나의 순간처럼 짧게 지나갔다.
지난달 5일 고척 키움전에서 류현진이 5회에만 9점을 내주고 무너진 것을 시작으로 5연패에 빠졌다. 이후 3연패, 6연패, 2연패, 3연패, 4연패를 거듭하며 순위가 순식간에 9위로 떨어졌다. 불펜 난조로 이길 수 있는 경기들을 아깝게 역전패하며 팀 분위기가 가라앉더니 부상 악재마저 끊이지 않았다.
부활 조짐을 보였던 투수 김민우가 팔꿈치 인대접합수술로 시즌 아웃됐고, 외국인 투수 펠릭스 페냐와 리카르도 산체스도 지난주 연이틀 부상으로 조기 강판되는 돌발 악재가 발생했다. 야수 쪽에선 주전 유격수 하주석이 햄스트링 부상으로 이탈하더니 한 달 반이 넘도록 돌아오지 못하고 있다. 이진영은 지난 14일 유구골 골절상으로 수술을 받아 3개월 재활에 들어갔고, 주장 채은성도 손가락과 허리를 다치며 두 번이나 부상자 명단에 다녀왔다.
투수 황준서, 조동욱, 내야수 황영묵 등 신인들이 활력을 불어넣었지만 지난해 투타 기둥이었던 문동주과 노시환도 기복이 심한 모습을 보이는 등 해줘야 할 선수들이 계산처럼 하지 못했다. 무려 50일 동안 연승을 달리지 못했고, 이 과정에서 불펜 보직 재설정에 애먹으며 중견수 자리가 계속 바뀌는 등 시행착오가 반복됐다. 지난 주말부터 3연승으로 반등의 실마리를 찾는가 싶었지만 그 사이 야금야금 따라오던 10위 롯데가 살아났다. 결국 3연승이 끝난 날, 1위 KIA에 싹쓸이 3연승을 거둔 롯데에 따라잡혀 10위로 내려앉았다.
1위에서 10위로 떨어지기까지 49일의 시간이 걸렸다. 한화에는 너무나 익숙해서 더 싫은 10위 자리이지만 좌절하고 있을 때가 아니다. 다행히 반격 기회는 남아있다. 7위 KT와는 불과 1.5경기밖에 차이 나지 않는다. 5위 LG에 6.5경기 차이로 뒤져있지만 아직 시즌이 95경기나 남아있어 희망을 버릴 시점은 아니다. 대반격을 위해선 페라자부터 건강하게 라인업 한 자리를 지켜줘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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