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로야구 KT 위즈는 선발진 운용에 빨간불이 켜진 상태다. 신인왕 출신 소형준과 국가대표 출신 사이드암 고영표는 재활 과정을 밟고 있다. 외국인 투수 웨스 벤자민은 왼쪽 팔꿈치 상태가 좋지 않아 1군 엔트리에서 제외됐다.
대신 고졸 신인 원상현과 육청명이 선발진에 합류했다. 이강철 감독은 “우리는 육성하고 싶어서 하는 게 아니라 자연스러운 육성이 이뤄지는 팀”이라고 표현했다. 연쇄 부상 속에 신인 선수를 기용할 수밖에 없는 현 상황을 에둘러 표현한 것.
고등학교를 갓 졸업한 뒤 프로 무대에 뛰어든 새내기지만 잠재 능력은 무궁무진하다. 이강철 감독은 “원상현은 구종이 다양하고 육쳥명은 구속이 아주 빠른 건 아니지만 공이 묵직하다”고 장점을 소개했다.
KT는 원상현과 육청명을 앞세워 삼성과의 주중 3연전을 2승 1패 위닝 시리즈로 마감했다. 21일 3연전 첫 테이프를 끊은 육청명은 5이닝 5피안타 2볼넷 2탈삼진 1실점으로 잘 던졌다.
이날 84개의 공을 던지며 개인 한 경기 최다 투구수를 기록했고 최고 구속 148km까지 스피드건에 찍혔다. 또 커브, 슬라이더, 체인지업 등 자신의 주무기를 효과적으로 활용했다. 3-1로 앞선 6회 시즌 2승 요건을 갖추고 마운드를 내려왔지만 계투진이 무너지는 바람에 아쉬움을 삼켜야 했다. KT는 연장 혈투 끝에 8-5로 이겼다.
육청명은 “지난 경기 더블헤더 2차전 투수로 등판했다. 앞선 경기서 투수 선배들이 많이 나가서 긴 이닝을 끌어가야 한다는 부담감이 있었다”며 “이번에는 1이닝만 막는다는 생각으로 마운드에 올랐다. 지난 경기를 통해 배운 게 많았다. 내 공을 찾아가는 느낌을 받았다”고 말했다.
이어 그는 “승리를 놓쳤지만 기회를 받은 것만으로도 감사하다. 개인승 욕심은 없다. 오늘 승리로 팀이 기분 좋게 이번 주를 시작할 수 있을 것 같아 만족스럽다”면서 “형들이 복귀하기 전까지 빈자리가 느껴지지 않게 안정적으로 공을 던지고 팀 승리에 기여하는 투수가 되고 싶다”는 바람을 드러냈다.
이강철 감독은 “육청명이 아쉽게 승리 투수가 되지 못했지만 선발로서 제 역할을 충분히 해줬다”고 칭찬했다.
원상현은 23일 삼성을 상대로 5이닝 5피안타 2볼넷 4탈삼진 1실점으로 시즌 2승째를 거뒀다. 최고 구속 147km까지 나왔고 커브, 슬라이더, 체인지업을 섞어 던졌다.
이후 손동현, 김민수, 김민, 박영현이 차례대로 마운드에 올라 4이닝을 책임졌다. 타선도 제대로 터졌다. 장단 14안타와 사사구 4개를 묶어 9점을 뽑아냈다. 강백호, 오윤석, 조용호, 신본기 등 4명의 타자가 멀티히트를 달성하는 등 선발 전원 안타를 완성했다. KT는 삼성을 9-2로 꺾고 위닝 시리즈를 장식했다.
이강철 감독은 “1회 배정대의 3루타와 강백호의 선취 타점으로 어제 경기의 안 좋았던 분위기를 전환할 수 있었다. 2회에는 하위 타선이 너무 잘 쳐주면서 3점을 뽑을 수 있었다. 오윤석, 조용호, 신본기 세 타자가 너무 잘해준 덕분에 이길 수 있었다”고 말했다.
또 “선발 원상현은 좋은 피칭으로 승리의 발판을 마련했다. 장성우의 리드도 너무 좋았다. 이후 중간 투수들이 잘 막아주면서 승리를 지킬 수 있었다”고 덧붙였다.
둘이 합쳐 연봉 6000만 원 신인 듀오의 활약에 대구 3연전을 기분 좋게 마무리 지은 KT는 24일부터 키움 히어로즈를 안방으로 불러들여 주말 3연전을 치른다. /what@osen.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