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방 하나로 우승 트로피의 향방을 갈랐다. 그것도 다른 선수도 아닌 손흥민(32, 토트넘 홋스퍼)의 슈팅을 막아내면서 말이다. 맨체스터 시티를 구한 백업 골키퍼 슈테판 오르테가(32)가 프리미어리그(PL) 최고의 '게임 체인저' 후보에 올랐다.
PL은 22일(이하 한국시간) 공식 홈페이지를 통해 2023-2024시즌 PL 올해의 게임 체인저 후보 6인을 공개했다. 이는 한 해 동안 가장 크게 경기를 바꾼 활약을 펼친 선수에게 수여되는 상이다.
다르윈 누녜스(리버풀)을 시작으로 올리 왓킨스(아스톤 빌라), 스콧 맥토미니(맨체스터 유나이티드), 케빈 더 브라위너(맨시티), 콜 파머(첼시), 오르테가가 명단에 이름을 올렸다. 최종 수상자는 팬 투표를 통해 결정된다.
6명 모두 홀로 경기를 바꿨던 선수들이다. 누녜스는 뉴캐슬전에서 팀이 10명으로 싸우고 있던 후반 32분 교체 투입된 뒤 멀티골을 터트리며 2-1 역전승을 이끌었고, 왓킨스는 브라이튼전에서 3골 1도움을 올린 기억이 있다. 맥토미니는 브렌트포드전에서 후반 42분 투입돼 두 골을 넣으며 2-1로 경기를 뒤집었으며 더 브라위너도 뉴캐슬전에서 교체 투입돼 1골 1도움으로 짜릿한 역전승을 만들었다. 파머는 맨유를 상대로 후반 추가시간 10분 동점골, 11분 결승골을 포함해 해트트릭을 작성했다.
오르테가는 골키퍼 중에서는 유일하게 후보로 선정됐다. 공격 포인트를 올린 것도 아니었지만, 그는 당당하게 6인 중 한 명에 포함됐다. 그 이유는 바로 맨시티를 우승으로 안내하는 결정적인 선방을 보여줬기 때문.
맨시티는 지난 15일 토트넘 원정을 떠났다. 만약 패했다면 아스날에 밀려 자력 우승이 불가능해지는 경기였다. 비겨도 골득실에서 불리할 가능성이 컸다.
맨시티는 후반전 터진 엘링 홀란의 선제골로 앞서 가고 있었지만, 후반 41분 절체절명의 위기를 맞았다. '맨시티 킬러' 손흥민에게 뒷공간을 허용하며 일대일 기회를 내준 것. 펩 과르디올라 감독도 실점을 직감한 듯 뒤로 발라당 쓰러졌다.
하지만 교체 투입된 후보 골키퍼 오르테가가 손흥민의 슈팅을 완벽히 막아내며 리드를 지켰고, 맨시티는 추가시간 홀란의 멀티골에 힘입어 귀중한 승점 3점을 따냈다. 그 덕분에 맨시티는 최종전에서 웨스트햄을 잡아내며 아스날을 2점 차로 따돌리고 역사상 최초의 PL 4연패를 달성했다.
경기 후 과르디올라 감독은 흥분을 감추지 못했다. 그는 "오르테가가 아니었다면 아스날이 챔피언이 됐다. 그게 현실이다. 차이는 정말 적었다. 오르테가가 정말 믿을 수 없는 선방을 보여줬다. 재능 있는 그는 일대일 상황에서 내가 본 골키퍼 중 최고의 골키퍼"라며 극찬을 아끼지 않았다.
맨시티 미드필더 베르나르두 실바도 올 시즌 가장 기억에 남는 순간으로 오르테가의 선방 장면을 뽑았다. 그는 영국 '스카이 스포츠'와 인터뷰에서 "손흥민의 슈팅을 막아낸 오르테가의 선방을 말해야 할 것 같다. 그 당시 내 마음은 이랬다"라며 하늘을 올려다봤다. 순간적으로 막기를 포기하고 하늘의 뜻에 맡겼다는 뜻으로 풀이된다.
이어 실바는 "난 그저 시계만 보고 있었다. '손흥민이 정말 득점한다면 우리에게 아직 추가골을 넣을 시간이 있을까?'라고 생각했다"라며 "(손흥민은 일대일 상황에서) 너무 위험하다. 하지만 우리 골키퍼가 믿을 수 없는 선방을 해냈다. 우승을 얻기 위해선 선수들의 특별한 순간이 필요했다. 우리에게 매우 중요한 순간이었다"라고 극찬했다.
PL 사무국도 '마법의 순간'을 만든 오르테가를 게임 체인저 후보로 선정했다. PL은 "오르테가는 부상당한 에데르송을 대신해 벤치에서 나왔고, 궁극적으로 맨시티가 챔피언이 되도록 돕는 활약을 펼쳤다. 그는 날아온 슈팅 3개를 모두 막아냈다. 데얀 쿨루셉스키의 근거리 슈팅을 두 차례나 저지했고, 일대일 상황에서 손흥민의 슈팅까지 막아냈다. 이는 거의 틀림없이 PL 역사상 가장 중요한 선방으로 기록됐다. 만약 맨시티가 승점을 잃었다면 아스날이 마지막 날 정상에 올랐을 것"이라고 높이 평가했다.
/finekosh@osen.co.kr
[사진] ⓒGettyimages(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스카이 스포츠, ESPN UK 소셜 미디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