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욕심에 탈 났다" 류준열, 이보다 더 솔직할 수 없다 (종합)[인터뷰]
OSEN 유수연 기자
발행 2024.05.23 13: 43

류준열이 각종 논란에 대한 심경을 솔직히 털어놨다.
23일 서울 종로구 소격동의 한 카페에서는 넷플릭스 시리즈 ‘더 에이트쇼’의 주역 배우 류준열의 인터뷰가 진행됐다.
'더 에이트 쇼'는 웹툰 '머니 게임'과 '파이 게임'을 원작 삼아 시리즈로 각색된 작품으로, 8명의 인물이 8층으로 나뉜 비밀스러운 공간에 갇혀 ‘시간이 쌓이면 돈을 버는’ 달콤하지만 위험한 쇼에 참가하면서 벌어지는 이야기를 그린다. 

이날 류준열은 '더 에이트쇼' 공개 이후 심경에 대해 "제 주변에서는 다 재미있게 봤다고 해주시긴 했는데, 기껏해야 동료 배우, 스태프들의 반응뿐이라 관객분들의 반응이 궁금했다"라며 "아무래도 초반 분위기와 후반부 분위기가 다르다는 부분 때문에, 그걸 좋아해 주시는 분들도 계시고, 당황하시는 분들도 계시는 것 같더라"라고 말했다.
첫 캐스팅부터 '3층'역을 제안받았다는 류준열은 "한재림 감독님의 기존 작품들을 제가 관객으로 굉장히 사랑한다. ‘더 킹’ 때 제 역할도 사랑했고, 작품도 좋아했다. 그래서 다음 작품을 제안해 주셨을 때, 한번 같이 작업을 했던 동료, 스태프분들을 만났을 때의 희열과 기쁨이 있어서 너무 감사했다"라며 "제가 데뷔 전에 원작 작가님의 ‘금요일’이라는 작품을 보고 ‘인간의 내면을 잘 파고드시는 분이구나’하고 생각했는데, 그 작가님의 작품을 원작으로 한다고 해서 기뻤다. 예사 볼 수 있는 작품은 아니라 생각이 들어서 자연스레 하게 되었다. 결과는 아니나 다를까, 너무 즐거워서 선택이 맞았다고 생각했다"라며 참여 과정을 떠올렸다.
작품 내 화자인 3층 역으로 분한 류준열은 "결국 화자는 ‘에이트 쇼’ 뿐만 아니라 다른 작품을 할 때도 관객분들과 가장 밀접하게 만나고 있고, 깊이 공감되는 역할이라, 가장 연기하는 데에 신경을 썼다. 중간자의 입장이랄까. 단순히 티브이나 스크린 안에 있는 배우 보다는 조금 한 발짝 더 나아가서 시청자를 만날 수 있는 인물로 더 가까이 다가가려고 했다"라고 돌아봤다.
극 중 철저히 망가지는 모습을 보이기도 한 그는 "저는 그런 부분이 더 있어도 좋았겠다는 생각이 들기도 했다. 인간의 기본 욕구를 표현하는 것에 있어서 보통 작품들이 굳이 그런 것을 보여주지 않지 않나. 어떤 것들은 이런 것을 노골적으로 보여줌으로써 인간의 시작과 끝, 내면 깊숙한 모습을 보여주기 위한 방법이지 않았나 싶다. 다른 것 보면 화장실 장면같이, 굳이 넣지 않은 것들이 많았지만, 저는 솔직히 연기를 해야 하는 이유와 필요가 있었다고 본다"라며 "촬영도 재미있게 했지만, 수위를 어찌 조절할지에 대한 감독님과 많이 논의했다. 편집 과정에서도 감독님이 더 고민을 많이 하신 것 같다"고 전했다.
작품 내내 등장하는 류준열의 내레이션은 어땠을까. 그는 "사실 제가 했던 많은 작품에 내레이션이 들어갔다. ‘돈’도 그렇고, ‘인간실격’도 그랬다. 다만 이번 작품은 굉장히 많아서 걱정이 됐던 것은 사실이다. 하지만 화자이고, 내 기분을 전달하는 게 중요하기에, 새로운 도전이고, 내가 해볼 구석이 있겠다 싶었다"라며 "그러다 보니 과정이 너무 재미있었다. 오히려 그 과정에서 감독님과 잘 맞는다는 걸 느꼈다. 녹음 부스에 들어가면, 배우도, 감독도 굉장히 괴롭다. 쉰다기보다는, 몰아치는 느낌이다. 샛길로 잘못 새면 뭐가 잘못됐는지도 모르는 상황에서 꼬이게 되기 마련이다. 하지만 그런 부분 하나 없이, 죽이 잘 맞았던 것 같다. 내레이션할 때 너무 행복하고, ‘내가 이래서 한재림 감독님과 했구나’라고 생각했다"라고 전했다.
현장에서의 추억도 떠올렸다. "우희 씨와 정민 씨가 저와 또래이고 동갑내기 친구이다 보니 거기서 자극을 많이 받았다. 저는 개인적으로 또래 친구들의 작품이 되었을 때 배로 기쁘다. 이 시장을 많은 분들이 좋아해 주고 있고, 나에게도 그런 기회가 오지 않을까 하는 기대감도 있기 때문이다"라며 "한 공간에서 작업을 하는 게 정말 설렜다. 우희 씨와 정민 씨는 제가 가지고 있지 않은 새로운 모습을 가지고 있어서 정말 많이 배우고, 자극을 많이 받았다"라고 떠올렸다.
화제의 '코코더' 장면 언급도 빠질 수 없었다. 극중 7층 역을 맡아 분한 박정민은 '반전' 코코더(코로 부는 리코더) 연주 실력을 보여 감탄을 자아냈던바. '혹시 코코더를 해보고 싶지는 않았나'라는 질문에 류준열은 "아니다"라고 단호히 답해 웃음을 자아냈다. 이어 "정민 씨는 앞선 영화에서 피아노도 치고, 다재다능한 모습을 보여주셨는데, 그런 부분은 전혀 부럽지 않았다. 제가 피해서 다행이라 생각할 정도"라고 너스레를 떨며 "저는 춤을 춰본 적이 없었다. 밤에 자기 전에 유튜브보다 잘 때, 제가 못하거나 아쉬운 점을 보며 대리만족하는 경우가 있다. 그 당시에는 몰랐는데, 보면서 희열을 느끼는 건 ‘내가 못 해서 그렇구나’ 싶었다. 스맨파나 스우파 같은 걸 보면 희열이 있지 않나. 춤을 저렇게 춰보고 싶다고 했는데, 이렇게 춤추는 자리가 있으니까 고민이 많긴 했지만, ‘이춤을 잘 춰야 하나, 못 춰야 하나’의 차이는 하늘과 땅이더라. 아마 잘 춰야 한다면 작품을 포기한다고 했을지도 모르겠다. (그래도) 코코더는 전혀 해보고 싶지 않다"라고 농담을 건넸다.
'더 에이트쇼'와 함께 '제2의 오징어 게임'이라는 언급이 계속되고 있는 것에 대해서도 생각을 밝혔다. '오징어 게임에는 이정재, 더 에이트 쇼에는 류준열이 있는 것 아니냐'는 질문에 화들짝 놀라며 "그렇게 이야기해 주시면 너무너무 감사하다"라고 웃었다. 이어 "감독님도 그런 것을 모르고 있진 않으셨겠지만, (오징어 게임을) 의식하고 피하려고 했던 건 없던 걸로 알고 있다. 그런 부분은 감독님의 몫이지, 배우들은 다른 부분의 몫이 있는 거 같다"라며 "말 그대로 이건 서바이벌보다는 여러 인간 군상, 돈이 가지고 있는 이야기, 시간이 가지고 있는 의미, 매스미디어에 대한 의미 등, 여러 가지가 들어가 있는 작품이다. (저 역시) 특별히 오징어 게임과 연관 지어 생각하진 않았던 거 같다"라고 소신을 전했다.
각종 논란에 대한 이야기도 피할 수 없었다. '더 에이트쇼'가 공개되기 직전, 류준열은 의도치 않은 각종 구설에 오르며 화제의 중심에 올랐다. 전 연인 한소희와의 열애설부터, 당시 전 여자 친구와 결별 시기에 대한 의혹은 물론, 이 과정에서 불거진 그린워싱 논란 등 수많은 구설에 휩싸여야 했다. 제작발표회 당시에도 침묵을 지켰던 류준열은 이날 인터뷰서 쏟아지는 질문에도 웃음을 잃지 않은 채, 솔직한 심정을 전했다.
먼저 류준열은 "감독님도, 동료 배우들도 그렇고, (자신의 논란에 대해) 크게 마음 쓰지는 않았던 거 같다. 꼭 그런 일이 아니더라도, 개인적인 일에 대해서 서로에게 이야기하는 타입들은 아닌 것 같았다. 현장 분위기라던가. 별다른 코멘트는 서로 없었다"라고 운을 떼면서도 현장에서 겪은 고민은 있었다고 전했다. 그는 "이슈가 생겼을 때, 기사를 통해서 많은 이야기를 접했다. 비판들이나 (누리꾼들이 제게) 느낀 배신감들. 이런 것들을 저도 느꼈다. 제가 첫 데뷔 하고 나서 가지고 있던 여러 가지 이미지들이나, 나이 먹어서 오디션 보고 다니고, 이런 모습을 좋아해 주시고 응원해 주신 것 같은데, 한편으로는 시간이 가면 갈수록 생각했던 것과 다른 모습에 대해 배신감을 많이 느끼신 것 같더라"라고 돌아봤다.
이어 "저도 그 부분에 대해서는 많이 찾아보고 읽어봤다. 그러면서 돌아보는 시간을 가졌다. 내가 어떤 부분을 잘못하고 놓치고 있는지를 생각하는 시간을 보내지 않았나 싶다"라며 "(그린 워싱 논란에 대해) 제가 하던 건강한 생각이나, 제안들에 대해서 많은 분들이 기대하는 점을 넘어 더 욕심을 냈다 보니 이런 일이 생긴 거 같다. 그래서 앞으로는 조금 더 신중하게 행동해야 하지 않을까 싶다. 너무 어떤 이미지를 보여주기에 집중한다기보다는, 초심으로 돌아가서 마음으로 어떻게 해야 하는지를 고민하는 과정인 거 같다. 꼭 이런 이슈뿐만이 아니라, 배우라는 직업을 가지면서 끊임없이 고민해야 하는 과정이라고 생각한다"고 털어놨다.
결국 류준열의 이야기는 '더 에이트쇼'가 전하고자 하는 메시지와 맞닿아 있었다. 류준열은 "제가 겪었던 일련의 사건에 대해 느낌은, 극 중 진수(3층)도 자신이 굉장히 이성적이고 올바르게 택했다고 생각하지만, 그 안에서 한 인간으로서 욕심들이나 이런 게 늘어났다. 진수도 처음에는 ‘일주일만 있으면 되지 않나?’ 했지만, 슬슬 욕심이 늘어가지 않나. 저도 그런 것 같다"라며 "제가 데뷔하면서 데뷔 전부터 가지고 있던 생각이 점점 바뀌고, 욕심도 생기고, 한편으로는 주변에서 응원해 주시는 분들이나, 제가 가진 이미지들을 너무 멀리 가져가려고 욕심을 부리지 않았나 생각이 들었다"라며 "앞으로 말과 행동을 할 때 신중하게 하고, 나서거나 보이는 모습이 아니라, 속으로 내가 어떤 생각을 하고 있는가가 중요한 것 같더라. 앞으로도 그렇게 표현하려고 한다"라며 조심스레 털어놨다.
현재는 마음을 추스르고 있는 과정이라는 류준열은 "실제로 어떻게 바뀌었다, 고 말하기에는 얕은 이야기밖에 드릴 수 없을 거 같다. 천천히 봐주시면 어떠실까 싶다. 다음 작품에서 뵐 때 어떤 모습으로 바뀌어있을지를 천천히 봐주시면 좋을 것 같다"라며 "많은 분이 생각해 주시는 이미지에 욕심을 내려고 했는데, 거기에서 탈이 났다고 생각한다. 앞으로 조금 더 조심해야 하지 않을까 싶다. 작품도, 이슈가 나오고 나서 바라보는 게 마음도 굉장히 달랐다. 인터뷰를 통해 이야기하고, 고민을 하면서, 정말 진수의 속마음처럼, 저도 저의 속마음을 이야기하는 게 오히려 가장 빠른 길이라고 생각이 들었다. 그게 가장 제 마음을 제대로 전달 하는 방법이 아닐까 싶어서, 진수의 내레이션처럼 저도 가감 없이 마음을 이야기하고자 했다"라고 담담히 말했다.
끝으로 류준열은 '더 에이트쇼'로 자신에게 남은 의미에 대해 "이 시기에 이 작품을 만나고, 제가 한살 한살 들며 느끼는 점은 이런 거다. 내가 나이를 먹어가며 이것저것 알게 되고, 라고 생각을 했는데, 지금 돌이켜보면 이것도, 저것도 몰랐고, 모르는 게 너무 많았구나 생각이 점점 드는 거 같다. 작품을 통해 개인적인 것도, 작품 안에 있는 것도, 모두 그렇게 느끼면서 좀 더 고민하고 생각하고 나아가야 하지 않을까 생각이 든다"라고 덧붙였다.
한편 ‘더 에이트 쇼’는 지난 17일 넷플릭스를 통해 공개돼 총 8부작으로 한국과 전 세계 시청자들을 만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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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 넷플릭스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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