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프로야구 홈런왕에 오른 노시환(24·한화 이글스)은 지난 21일 대전 LG전에서 파격적인 복장으로 눈길을 끌었다. 일반적인 농군 패션을 넘어 양말을 무릎 위까지 덮어 유니폼 하의가 마치 반바지처럼 보이게 입었다.
날이 더워서 이렇게 입은 건 아니었다. 요즘 야구가 잘 안 되다 보니 기분 전환 차원에서 타격감이 좋은 선배 김태연의 바지를 빌려 입었다. 그러나 이날 노시환은 볼넷을 하나 골라냈을 뿐 병살타 1개 포함 4타수 무안타로 물러났다.
22일 LG전에 노시환은 하루 만에 원래 입던 통이 큰 긴바지로 돌아왔다. 그는 “뭐라도 해보자는 심정으로 바꿔봤는데 반응이 안 좋더라. 안타도 안 나오니 ‘바지가 무슨 죄냐’ 싶었다. 오늘은 원래대로 입고 나왔다”며 웃었다.
첫 3타석에선 범타로 물러났지만 4-5로 뒤진 7회 동점 솔로 홈런을 쳤다. LG 우완 김대현의 5구째 바깥쪽에 들어온 시속 131km 포크볼을 밀어쳐 우중간 담장을 넘겼다. 비거리 115m, 시즌 9호 홈런. 지난 4일 광주 KIA전 이후 18일, 13경기 만에 홈런 손맛을 봤다.
최인호의 적시타로 6-5 역전에 성공한 8회 2사 1,3루에선 쐐기 적시타까지 쳤다. LG 마무리 유영찬의 2구째 낮은 슬라이더를 잡아당겨 1타점 좌전 적시타로 연결했다. 한화의 7-5 재역전승을 이끈 활약. 최원호 한화 감독은 “노시환이 결정적인 순간 동점포와 쐐기 적시타로 중심타선 역할을 해냈다”고 칭찬했다.
경기 후 노시환은 “팀 연승에 조금이라도 도움이 된 것 같아 기분 좋다. 경기 전부터 ‘모든 공에 헛스윙해도 되니 (히팅 포인트를) 앞에서 쳐보자’는 생각으로 들어갔다. 홈런을 칠 때도 타이밍이 늦었지만 앞에서 치려고 마음을 먹다 보니 홈런이 나온 것 같다”고 설명했다.
지난해 히팅 포인트를 앞으로 당겨 홈런왕에 등극한 노시환이지만 올해는 어찌된 일인지 포인트가 다시 뒤로 가면서 타이밍이 계속 늦었다. 그는 “아무래도 타격감이 좋지 않다 보니 투수가 던지자마자 친다는 각오로 (히팅 포인트를) 앞에 뒀는데도 늦더라. 헛스윙할 때도, 파울을 칠 때도 조금씩 늦었다. 홈런 페이스는 나쁘지 않지만 타석에서 타이밍이나 이런 부분이 좋을 때 느낌이 아예 안 들어서 힘들었다. 그 느낌을 찾고자 연습할 때부터 변화를 주기도 했지만 쉽지 않았다”고 돌아봤다.
뭔가 계기가 필요했는데 이날 홈런이 반등 요소가 될 것 같다. 타격감이 좋을 때 나오는 우측 방향 홈런이라는 점이 긍정적이다. 8회 마무리 유영찬을 공략한 것에 대해서도 노시환은 “공이 빠른 투수라서 ‘타이밍이 늦으면 가망 없다. 삼진을 먹더라도 앞에서 쳐보자’는 생각으로 했는데 마침 슬라이더가 와서 좋은 타이밍에 나왔다”며 “오늘 결과로 인해 앞으로 잘할 수 있을 거라는 긍정적인 생각이 든다”고 이야기했다.
노시환은 올 시즌 48경기 타율 2할6푼6리(192타수 51안타) 9홈런 36타점 OPS .785를 기록 중이다. 크게 나쁜 성적은 아니지만 지난해 홈런왕으로서 외부나 주변에서 바라보는 기대치가 워낙 크다 보니 아쉬움이 컸다. 4월 이후 한화의 성적이 크게 떨어지면서 노시환의 기복 있는 타격도 부각됐다. 중심타자로서 피할 수 없는 숙명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