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정우와 여진구가 실화극 '하이재킹'에서 만나 연기 파티를 벌인다.
22일 오전 서울 CGV 용산아이파크몰에서는 영화 '하이재킹' 제작보고회가 진행됐다. 이 자리에는 주연 배우 하정우, 여진구, 성동일, 채수빈 배우, 김성한 감독 등이 참석했다.
영화 '하이재킹'(감독 김성한, 각본 김경찬, 제작 ㈜퍼펙트스톰필름·채널플러스 주식회사, 제공 ㈜키다리스튜디오·소니픽쳐스 인터내셔널 프로덕션, 배급 소니픽쳐스엔터테인먼트코리아㈜·㈜키다리스튜디오)은 1971년 대한민국 상공, 여객기가 공중 납치되면서 벌어지는 극한의 상황을 그린다. 도망칠 수 없는 한정된 공간이 주는 긴장감을 리얼타임으로 전하며 강렬한 영화적 경험을 선사한다.
감독은 "조감독으로서 영화 '1987'을 마치고 작가님을 종종 뵈었다. 1971년 하이재킹 사건을 듣고 너무 영화적이었다. 영화로 만들고 싶다고 얘기를 드렸고, 작가님과 제작자님이 감독을 해봐도 좋겠다고 해서 운이 좋게 이 작품을 맡게 됐다"며 탄생 과정을 공개했다.
하정우는 납치된 여객기 부기장 태인으로 분해 열연했다. 태인은 뛰어난 비행 실력으로 촉망받던 공군 전투기 조종사였지만, 2년 전 상공 훈련 중 납북을 시도하는 여객기 격추 명령을 받고, 하이재킹이 의심되는 상황에서 명령을 거부해 강제 전역을 당한다. 이후 민간 항공사 여객기 부기장이 되지만, 아직도 자신의 선택에 대한 회의감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는 인물이다.
하정우는 "일단 실화 베이스에 영화적으로 재구성한 작품이다. 이야기의 힘이 굉장히 컸다. 무엇보다 영화적인 드라마가 이 시나리오를 선택하는데 큰 부분을 차지했다", 여진구도 "영화 내용이 너무나 좋았고, 나한테는 생소한 하이재킹 사건이 신선했다. 여객기라는 한정된 공간에서 감정들이 얽히고설키면서 박진감 넘치고 재밌게 다가왔다. 시나리오의 힘을 느꼈다"며 작품을 선택한 이유를 밝혔다.
그동안 여러 작품에서 다양한 캐릭터를 소화한 하정우는 이번에 파일럿까지 도전했다. MC 박경림은 "예고편 영상이 공개되고 '한국의 톰크루즈'라는 얘기가 있었는데 인정하나?"라고 물었고, 하정우는 "그건 홍보팀에서 만들어낸 이야기인 것 같다"고 답해 웃음을 자아냈다.
이어 "일단 '터널'이나 '더 테러 라이브' 'PMC: 더 벙커' 등에서 고군분투하는 역할을 했는데, '하이재킹'이 가장 드라마틱하고 힘든 촬영이 아니었나 싶다. 가장 난이도가 높은 캐릭터가 아니었나 싶다"며 "비행기를 운전하면서 기내에서 벌어지는 일을 대처하고 진구의 무리한 요구 조건을 들어주고 달래주면서 승객들의 안전을 위해 고군분투했기 때문에 기존에 했던 작품들보다 3~4배에서 20배는 힘들지 않았나 싶다"며 고충을 털어놨다.
"톰크루즈의 마음도 이해했나?"라는 질문에 하정우는 "크루즈 형의 마음은 영화인의 마음으로 늘 이해한다"며 "비행기를 세트에서 구현해 놓고 실사와 똑같이 버튼 하나하나까지 했다. 지도 교수님 입회하에 조심스러웠다. 더 많이 신경 쓰였다"고 덧붙였다.
그는 "전체적인 캐릭터의 밸런스는 감독님이 했고, 한 공간에서 승객 60명과 매일 촬영했다. 그분들이 작은 몸짓, 숨소리까지 한 공간, 한 프레임 안에서 담아내야 했다"며 "리딩하는 입장에선 어려웠지만, 반면 좋은 책임감을 가지고 주연 배우분들과 호흡을 맞췄다"고 했다.
여진구는 데뷔 이래 가장 파격적인 악역 용대로 변신한다. 납치범 용대는 강원도 속초 출신으로, 어머니와 단둘이 살며 6.25 전쟁 때 북한 인민군 장교가 된 형 때문에 극심한 차별과 괄시를 받으며 살아왔다. 억울하게 누명까지 쓰고 복역한 그는 북에 있는 형을 만나겠다는 의지를 가지고 여객기에 오른다. 여객기를 납치하는 악역을 맡아 연기 변신을 보여줄 예정이다.
북한 사투리, 거친 외모 등 첫 악역을 맡아 180도 변신한 여진구는 "좀 남달랐다. 전부터 해보고 싶었던 역할이었는데, 악역을 하게 돼서 감독님과 촬영하기 전부터 여러가지 신경을 썼다"며 "외적으로도 거칠고, 시대도 1970년대라서 좀 더 거칠게 이전에 없었던 모습을 해보려고 도전했다. 연기도 용대만의 서사가 있지만, 너무 미화되지 않기 위해서 고민하면서 촬영했다. 영화를 보면서 나인 줄 몰랐으면 하는 바람도 있다"고 밝혔다.
과거 여진구와 부자 지간으로 등장한 성동일은 "자식은 부모 마음대로 안 된다더니, 예전엔 나한테 커피도 주고 그랬는데, 이젠 폭탄을 들고 오니까 깜짝 놀랐다"고 회상해 웃음을 자아냈다. 이어 "아역 이미지가 컸는데 여진구도 나름 '하이재킹'으로 성인 연기자로서 치고나갈 수 있을까 고민을 엄청 한 것 같다. 정말 쉽지 않다. 감독과 대화 많이 하고 배우들과 술 한 잔 마시면서 고민을 많이 했다"며 칭찬을 아끼지 않았다.
하정우는 후배 여진구에 대해 "화면보다 몸집도 크고 힘이 좋더라. 그동안 알던 이미지와 굉장히 달랐다. 사내 답고 멋진 배우로 성장했구나 느꼈다"고 칭찬했다.
성동일은 납치된 여객기의 베테랑 기장 규식으로 변신해 데뷔 이래 처음으로 조종사를 연기한다. 규식은 부기장 태인과 함께 여객기를 책임지는 베테랑 기장으로, 오랜 시간 다져온 노련함과 어떤 상황에서도 승객들의 안전을 우선시해야 한다는 신념을 갖고 있다. 규식은 태인을 편견 없는 시선으로 바라보고 손을 내미는 유일한 사람이다.
영화 '국가대표' 이후 하정우와 8년 만에 재회한 성동일은 "하정우가 작품을 선택하는데 영향을 미쳤다. 다시 한번 하고 싶었다"며 "여진구는 어릴 때 내 아들로 나왔는데 오랜만에 친한 사람들과 다시 하고 싶었다. 화면은 긴박한데 우리끼리는 아주 즐겁고 느긋하게 찍었다"고 했다.
그는 "60~70명 정도 들어갈 수 있는 비행기 세트에서 찍었는데, 누가 마늘을 먹으면 바로 안다. 조종실은 팔 하나 뻗으면 닿는다. 그 공간에서 할 수 있었던 건 서로 대화하고 들어줬기 때문이다. 특히 하정우가 거기 있는 승객 배우들을 위해 분위기를 띄우려고 고생했다. 하루 종일 좁은 비행기 안에 있다 보면 스트레스 받으니까 분위기를 띄우려고 했다. 연기보다 그쪽에 더 신경 쓴 거 같다"며 분위기 메이커로서 태도를 높이 샀다.
또한 성동일은 "여진구도 그런 스타일이 아닌데 끝나면 술 마시며 분위기를 띄웠다. 돈 안 받으면 이 영화 답답해서 못 찍는다. 카메라가 들어갈 데도 없었다"며 "기장 역할이라서 안전벨트를 5개 한다. 이걸 끼우는게 혼자 안 된다. 누가 도와줘야 된다. 그러니까 계속 하정우 씨랑 나는 앉아 있었다. 엉덩이에 욕창이 생길 정도였다. 그래서 우리끼리 놀았고, 안 그러면 미친다. 거기서 대화를 많이 했고, 친해질 수밖에 없었다"며 고충을 토로했다.
성동일은 하정우와 여진구에 대해 "하정우 배우는 '국가대표'와 비교해 완전히 달라졌다. 그땐 그냥 '술 한 잔 하자~' 느낌이었는데, 이번에는 50% 이상 내일 찍을 것에 대한 작품 이야기였다. 그런 진지한 작업 과정이 좋았다"며 "여진구는 깜짝 놀랐다. 아들 놈이 이렇게 술을 잘 마시는지 몰랐다.(웃음) 그 호흡들을 맞추기 위해서 일부러 시간을 내서 술 자리에 끼어 작품 얘기를 함께했다. 옛날 모습이 전혀 없었다"며 당시를 떠올렸다.
채수빈이 맡은 옥순은 여객기의 유일한 승무원으로, 승객들의 각양각색 요구사항에도 항상 친절한 자세로 유연하게 응대하는 캐릭터다. 평소와 다를 바 없이 여객기에 오른 옥순은 예상치 못한 하이재킹 상황에 놓이게 되고, 기내의 승객들을 오롯이 책임져야 한다는 막중한 책임감을 갖게 된다.
채수빈은 "영화 시나리오를 읽고 바로 출연하겠다고 했다. 믿고 따를수 있는 선배들이 있어서 안 할 이유가 없었다"며 "승무원 역할을 처음했는데 어렵기도 했고, 재밌기도 했다. 70년대 승무원이라서 지금이랑 또 다른 지점이 있더라. 항공 학교에 가서 수업도 받으면서 준비했다"며 노력한 점을 언급했다.
마지막으로 하정우는 "우리 영화는 사람 캐릭터뿐만 아니라 비행기도 캐릭터다. 비행기가 수많은 극적인 상황에서 어떻게 위기를 빠져나가는지 관심있게 바라보면 영화를 볼 때 큰 재미가 될 것 같다", 여진구는 "비행기가 이륙하는 순간부터 긴박한 사건을 함께 해주시면 좋겠다. 많은 관심과 사랑 부탁드린다", 성동일은 "선과 악이나 정치와 이념이 있는 영화가 아니다. 먹먹한 영화이고, 조심스럽게 만들었으니까 사랑해달라", 감독은 "멋진 배우분들을 큰 극장에서 와서 봐주시면 좋겠다"고 덧붙였다.
한편 '하이재킹'은 오는 6월 21일 개봉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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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 조은정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