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년 5월 21일. 프로야구 두산 베어스의 뒷문을 책임질 향후 10년 마무리투수가 등장했다.
김택연(19)은 지난 21일 서울 잠실구장에서 열린 2024 신한 SOL뱅크 KBO리그 SSG 랜더스와의 시즌 4차전에 구원 등판해 ⅔이닝 무실점으로 감격의 데뷔 첫 세이브를 올렸다. 9회초 위기 상황에서 등판해 공 3개로 대혼란을 수습하고, 팀의 8-6 리드를 지켜냈다.
두산은 8-2로 크게 앞선 채 마지막 9회초 수비를 맞이했다. 하지만 박정수가 선두 최준우를 내야안타, 대타 강진성을 볼넷으로 내보낸 뒤 최정 상대 추격의 중월 3점홈런을 맞았고, 교체된 이영하마저 길레르모 에레디아에게 좌전안타를 허용, 마운드를 마무리 홍건희에게 맡겼다.
그러나 홍건희 카드 또한 실패였다. 후속 한유섬의 우전안타로 처한 1사 1, 2루에서 고명준 상대로 추격의 1타점 적시타를 헌납하면서 8-2였던 리드가 어느새 8-6까지 좁혀졌다.
이승엽 감독은 계속된 1사 1, 2루 위기를 고졸 루키 김택연에게 맡기는 과감한 결단을 내렸다. 김택연은 김민식을 만나 2B-0S 불리한 카운트에 몰렸지만 3구째 140km 후반대 직구를 이용해 병살타를 잡아내며 경기를 끝냈다. 벤치의 신뢰에 200% 부응하며 1군 데뷔 21경기 만에 첫 세이브를 신고한 순간이었다.
인천고를 나와 2024년 KBO 신인드래프트에서 두산 1라운드 2순위로 지명된 김택연은 최고 150km 초반대의 포심패스트볼을 구사하는 우완 파이어볼러다. 구속과 함께 안정적인 제구력까지 갖췄다는 평가. 이승엽 감독의 눈도장을 찍어 호주 시드니와 일본 미야자키 1군 스프링캠프에서 데뷔 시즌을 준비했고, 스프링캠프 MVP에 선정되며 기대를 한 몸에 받았다.
김택연은 시범경기에서 정철원과 마무리 경쟁을 하다가 류중일 감독의 부름을 받고 팀 코리아 최종 엔트리에 승선했다. 그리고 메이저리그 최강팀 LA 다저스를 상대로 ⅔이닝 2탈삼진 무실점 완벽투를 선보였다. 93마일(149km) 포심패스트볼을 앞세워 테오스카 에르난데스, 제임스 아웃맨을 연달아 삼진 처리, 한미일 야구계를 깜짝 놀라게 했다. 다저스 현지 매체가 "김택연은 이미 다저스 선수"라고 적을 정도로 임팩트가 강렬했다.
김택연은 시즌 초반 시행착오를 딛고 5월 들어 두산 필승조의 한 축으로 자리를 잡은 모습이다. 21경기에 등판해 1승 무패 1세이브 3홀드 평균자책점 2.05의 안정감을 뽐내며 ‘신인왕 1순위’라는 평가에 부응하고 있다. 그 어떤 상황에서도 주눅 들지 않고 과감하게 돌직구를 뿌리며 승승장구 중인데 21일 경기에서는 오승환을 연상시키는 담대함으로 세이브까지 맛봤다.
두산 이승엽 감독은 “(요즘에는) 위기가 되면 (김택연이) 가장 생각난다. 더그아웃에서 볼 때 불펜투수 가운데 스트라이크 비율이 가장 좋은 거 같다. 위기 때 주자가 깔렸을 때 시즌 초반과 달리 거의 볼넷이 없다. 안정감이 있고 상대를 구위로 압도할 수 있는 구질을 갖고 있다. 5회 이후 최지강까지 가는 길목에서 가장 좋은 역할 해주고 있다”라고 칭찬을 아끼지 않았다.
김택연은 최근 돌직구와 더불어 체인지업으로도 타자를 삼진 처리하는 발전된 모습을 보였다. 이 감독은 “너무 잘해주고 있다. 시즌 초반 힘든 경기를 했지만 지금은 완전히 자리를 잡았다고 생각한다”라며 “얼마 전 체인지업으로 삼진을 잡던데 그거까지 던지면 향후 KBO리그에서 아주 좋은 결과가 나오지 않을까 싶다”라고 바라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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