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답은 하나 뿐인 것 같아요. 차곡차곡 집중하고 팬분들의 좋은 기억들 빨리 지우게끔 빨리 만회하는 것 뿐인 것 같습니다.”
프로야구 롯데 자이언츠 유강남에게 올 시즌은 악몽과도 같았다. 지난해 4년 80억원이라는 거액의 프리에이전트(FA) 계약을 맺고 롯데 유니폼을 입은 만큼 기대가 컸다. 롯데 첫 해였던 지난해에도 타율 2할6푼1리 92안타 10홈런 55타점 OPS .726으로 기대에 미치지는 못했다. 새로운 팀에서의 투수 리드, 고질적 약점이었던 도루 저지 부분에서도 아쉬움이 남았다.
9kg 가량 빼면서 절치부심하며 맞이한 롯데 두 번째 시즌. 이제는 고참으로 선수단을 이끌어야 하는 역할까지 부여 받았다. 그런데 유강남의 첫 단추는 제대로 끼워지지 않았다.
타격에서 극심한 슬럼프를 보였고 또 안방에서 베테랑 답지 않은 모습으로 김태형 감독의 탄식을 자아내기도 했다. 특히 4월14일 고척 키움전 만루 기회에서 3볼에 타격한 뒤 병살타로 물러나는 장면은 유강남의 부담감이 얼마가 극에 달했는지를 알 수 있는 대목이었다. 결국 유강남은 2군으로 내려가야 했다.
약 보름 만에 다시 올라온 1군 무대. 유강남은 다시 한 번 마음을 다잡았다. 심각하게 고여있던 실타래도 조금씩 풀리고 있다. 지난 14일 수원 KT전에서는 마수걸이 홈런포를 터뜨리면서 침묵을 깼다. 팀 동료들이 더 기뻐하면서 유강남의 부활을 반겼다.
그리고 21일 사직 KIA전, 유강남은 다시 한 번 대포를 쏘아 올렸다. 4-1로 역전에 성공한 8회말 1사 2루 풀카운트에서 KIA 신인 투수 김민재의 145km 직구를 받아쳐 좌월 투런포를 쏘아 올렸다. 시즌 2호 홈런이자 올 시즌 사직에서의 첫 홈런포.
사직의 팬들은 다시 한 번 유강남의 이름을 연호했다. 경기 후 만난 유강남은 여전히 활짝 웃지 못했다. 지난 두 달여의 시간은 롯데도, 유강남에게도 모두 악몽이었다. 부진과 비판을 받아들인다고 해도 힘든 시간들이었다.
그는 그동안을 되돌아보며 “안 힘들었다고 하면 거짓말이다. 여러 상황들도 많았고 이런 저런 생각들이 많았는데, 어떻게 마음먹느냐에 따라 달라지는 것 같다. 한 경기 한 경기 최선을 다하자고 생각했고 초심으로 돌아가서 감사한 마음을 갖고 야구장에 나오자는 생각을 많이 하려고 한다”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아직 시즌 초반이니까, 오늘을 계기로 팬 분들이 그동안 쌓은 안 좋은 기억들을 빨리 지울 수 있게끔 차곡차곡 준비를 해야할 것 같다”라면서 “답은 제가 만회하는 것 하나 뿐이다. 초반에는 부정적이고 힘든 생각들도 많이 했는데 결과도 조금씩 나오고 있으니까 초심으로 돌아가겠다”라고 힘주어 말했다.
동료들에게도 고맙다. 그는 “수원에서도 그렇고 오늘 사직에서도 그렇고, 동료들이 자신의 일인 것마냥 기뻐해주니까 감동을 많이 받았다. 저에게 정말 큰 힘이 된다”라면서 “앞으로 저 역시 동료들에게 어떻게 도움을 줄 수 있을지 고민하고 더 분발해야 할 것 같다”라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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