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로야구 롯데 자이언츠에 더 이상 ‘느림보’ 팀이라는 말은 어울리지 않는 듯 하다. 롯데가 발야구로 선두 KIA를 격침시키는데 앞장섰다.
롯데는 21일 부산 사직구장에서 열린 KIA 타이거즈와의 경기에서 6-1로 승리를 거뒀다. 이로써 롯데는 지난 주말 잠실 두산 3연전 1승1무1패의 아쉬움을 딛고 선두 KIA를 상대로 역전승을 일구며 시즌 16승2무27패를 마크했다. 탈꼴찌는 실패.
롯데는 선발 찰리 반즈가 1회 1실점 이후 역투를 펼치고 있었다. 그러나 타선이 충분한 득점 지원을 해주지 못했다. KIA 선발 제임스 네일에 틀어막히면서 0-1로 끌려가는 상황이 계속됐다.
롯데 타선은 네일이 내려간 뒤 집중력을 끌어올렸다. 네일이 내려간 7회, 롯데는 선두타자 노진혁이 몸에 맞는 공으로 출루하면서 기회를 창출했다. 뒤이어 유강남이 삼진으로 물러났지만 대주자 장두성이 2루 도루에 성공했다. 최항도 삼진을 당하며 2사 2루가 됐다.
그러나 대타 김민성의 볼넷 때 폭투가 나오며 2사 1,3루 기회를 다시 이어갔고 황성빈의 볼넷으로 2사 만루로 득점의 불씨가 살아났다.
결국 롯데는 다시 없을 기회를 놓치지 않았다. 윤동희가 1볼 1스트라이크에서 KIA 곽도규의 몸쪽 투심을 받아쳐 2타점 중전 적시타로 연결시켰다. 2-1로 역전에 성공했다 2사 1,3루로 기회가 다시 이어졌다.
2사 1,3루 기회가 이어졌고 3루에는 황성빈, 1루에는 윤동희가 있었다. 모두 발 빠른 주자들. 누상에서 롯데는 KIA 배터리를 흔들었다. 황성빈은 홈 스틸 시도를 하면서 마운드 위의 최지민을 흔들었다. 타석의 고승민도 끈질긴 승부를 펼쳤다. 1루 주자 윤동희는 2루까지 향했다.
결국 2사 2,3루에서 상대 폭투가 나왔고 3루 주자와 2루 주자가 모두 홈을 밟았다. 폭투가 사직구장 백스톱의 가장 깊은 곳으로 향했고 윤동희는 지체없이 홈까지 쇄도하면서 4-1로 달아나는 점수를 만들었다.
롯데는 1회초 박찬호에게 안타를 맞은 뒤 2루 도루, 그리고 1루수 땅볼 때 2루에서 홈 쇄도를 허용했던 똑같은 방식으로 되갚으며 쐐기점을 만들었다. 롯데는 더 이상 느림보 팀이 아니라는 것을 다시 한 번 알렸다.
경기 후 만난 윤동희는 “투수의 공 궤적이 많이 낮았다. 그래서 빠지면 깊은 쪽으로 빠질 것 같았고 실제로 깊게 빠졌다. 전력으로 뛰었는데 충분히 들어갈 수 있을 것 같아서 홈으로 가겠다는 생각을 하고 있었다”라면서 “80% 정도는 홈까지 갈 수 있겠다고 생각했는데 코치님 사인을 보고 확신하고 홈까지 들어갔다”라고 웃었다.
전준우 정훈 등 핵심 베테랑 선수들이 이탈한 가운데 윤동희와 같은 젊은 선수들이 더 무거운 책임을 짊어지게 됐다. 이들이 이제는 베테랑들의 몫까지 해내야 한다. 그는 “팀원 전체가 경기에 집중하고 있는 것 같다. 벤치에서 보면 되게 재밌고 다 공 하나하나에 집중하면서 저 역시도 책임감을 갖고 더 열심히 하게 되는 것 같다”라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우리는 한 경기 한 경기만 보고 있는 것 같다. 한 경기 이기기 위해 벼르고 있고 그래야만 이길 수 있다. 멀리 보기 보다 한 경기 한 경기를 보면서 치르고 있다”라고 힘주어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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