니가 준건 안 먹지만 내가 준건 어떻게든 넣어라.
토트넘은 20일 0시(한국시각) 영국 셰필드의 브라몰 레인에서 열린 2023-2024시즌 프리미어리그(PL) 38라운드 최종전에서 셰필드 유나이티드를 3-0으로 꺾었다.
이로써 토트넘은 승점 66(20승 6무 12패), 5위로 시즌을 마무리했다. 아쉽게 유럽축구연맹(UEFA) 챔피언스리그(UCL) 티켓은 놓쳤지만, UEFA 유로파리그(UEL) 진출권을 따내며 다음 시즌 유럽대항전 무대에 복귀하게 됐다. 이미 꼴찌로 강등이 확정됐던 셰필드는 마지막 경기에서도 대량 실점하며 무너지고 말았다.
위기를 넘긴 토트넘이 선제골을 터트렸다. 전반 14분 반 더 벤이 왼쪽에서 공을 뺏어낸 뒤 아크 부근으로 공을 보냈다. 손흥민이 내준 공을 쿨루셉스키가 멋진 슈팅으로 마무리하며 골망을 갈랐다.
이로써 리그 10번째 도움을 추가한 손흥민은 17골 10도움으로 3시즌 만에 10골-10도움을 달성했다. 동시에 PL 역사상 10골-10도움을 통산 3회 기록한 6번째 선수가 됐다. 앞서 웨인 루니, 모하메드 살라(이상 5회), 에릭 칸토나, 프랭크 램파드(이상 4회), 디디에 드록바(3회)가 해당 기록을 세웠다.
물론 손흥민에게 10-10 클럽은 그리 낯선 일이 아니다. 그는 지난 2019-2020시즌(11골 10도움) 아시아 선수 최초로 10-10클럽에 가입했고, 2020-2021시즌에도 17골 10도움을 올렸다. 손흥민은 이번 시즌에도 일찌감치 9도움을 쌓았으나 동료들의 지원 부족으로 최종전에서야 대기록을 쓰게 됐다.
토트넘이 기어코 추가골을 만들어냈다. 후반 14분 손흥민이 왼쪽에서 개인기로 수비를 따돌린 뒤 낮은 크로스를 올렸다. 매디슨의 슈팅은 수비의 태클에 막혔지만, 존슨이 흘러나온 공을 뒤로 내줬다. 이를 포로가 대포알 슈팅으로 연결하며 포더링엄을 뚫어냈다.
쿨루셉스키가 멀티골을 뽑아냈다. 후반 20분 손흥민이 뒷공간으로 뛰어드는 매디슨의 공간 앞으로 환상적인 아웃프런트 패스를 배달했다. 매디슨은 넘어지면서 골문 앞으로 공을 건넸고, 쿨루셉스키가 그대로 마무리하며 3-0을 만들었다.
퇴장 변수까지 발생할 뻔했다. 후반 31분 토트넘이 코너킥을 준비하던 도중 교체 투입됐던 안드레 브룩스가 갑자기 손흥민을 밟으며 복부에 주먹을 날렸다. 주심은 곧바로 레드카드를 꺼내 들었지만, 온필드 리뷰 후 취소했다. 브룩스가 토트넘 선수에게 밀려 넘어지며 때렸다고 판단한 것으로 보인다.
손흥민의 11호 도움이 날아갔다. 후반 37분 손흥민이 빠르게 뒷공간을 파고든 뒤 반대편으로 감각적인 패스를 보냈다. 완벽한 득점 기회였지만, 존슨의 슈팅은 골대 위로 뜨고 말았다.
손흥민이 조금 일찍 시즌을 마무리했다. 엔지 포스테코글루 감독은 후반 43분 손흥민과 매디슨을 불러들이고 데인 스칼렛, 마이키 무어를 투입하며 유스 선수들에게 기회를 줬다. 더 이상 득점은 나오지 않았다. 경기는 그대로 토트넘의 3-0 대승으로 막을 내렸다.
한편 이날 각각 도움 하나씩을 추가하면서 손흥민과 존슨은 나란히 10개의 도움을 기록하게 됐다. 단 내용만 보면 차이가 크다.손흥민은 예상 도움 기록값(xA)에서 8.3개로 10개를 기록했다. 그러나 존슨은 xA값이 4.5에 불과한데 무려 10개의 도움을 기록했다.
말 그대로 존슨이 기록한 10개의 도움은 아군이 안 좋은 패스라고 해도 어거지로 넣어서 도움을 만들어줬다는 것. 그 중심에 있는 것은 손흥민이었다. 손흥민의 결정력 덕에 실력 이상의 스탯을 기록했다고 봐도 무방하다.
아이러니한 것은 존슨이 정작 기대 득점(xG)은 무려 10.6골이나 고작 5골에 그치면서 최악의 결정력을 보였다는 것이다. 빅찬스 미스도 무려 16회로 PL 윙어 중 최다 찬스 미스를 기록했다. 말 그대로 손흥민의 꿀 패스를 그만큼 놓쳤다는 것이다.
실제로 이날 경기에서도 후반 37분 손흥민의 완벽한 패스를 마무리하지 못한 것이 존슨의 결정력 문제를 증명하는 장면이다. 여러모로 남이 주는 것은 안 먹고 자기 패스만 남이 마무리해준 존슨. 토트넘 첫 시즌을 어떻게든 마무리한 그가 다음 시즌은 달라진 모습을 보여줄 수 있을지 주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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