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로야구 한화 이글스의 4연패 탈출을 이끈 ‘연패 스토퍼’는 역시 류현진(37)이었다. 선발진 전멸 위기 속에서 로테이션을 굳건히 지키며 에이스 구실을 하고 있다.
류현진은 지난 19일 대구 삼성전에 선발등판, 5이닝 3피안타 1볼넷 4탈삼진 무실점 호투로 한화의 12-1 대승을 이끌었다. 1~3회 안치홍, 문현빈, 김태연, 요나단 페라자의 홈런 4방 포함 12득점을 폭발한 타선의 힘으로 일찌감치 승기를 잡은 경기였지만 류현진이 안정적인 투구로 5회까지 달아오른 삼성 타선을 잠재운 게 컸다.
총 투구수 80개로 56개, 볼 24개. 스트라이크 비율 70%의 안정된 제구에 트랙맨 기준 최고 시속 149km 직구(31개), 체인지업(28개), 커브(16개), 커터(5개)를 고르게 섞어 던졌다. 삼진 4개를 잡았는데 주무기 체인지업으로 모두 헛스윙을 이끌어냈다. 홈런이 많이 나오는 ‘라팍’에서 단타만 3개 내줬을 뿐 장타는 하나도 허용하지 않았다.
이날 승리로 한화는 최근 4연패를 끊었다. 지난주 4패1무 끝에 거둔 유일한 승리. 앞서 지난달 11일 잠실 두산전에도 6이닝 1피안타 2볼넷 8탈삼진 무실점 호투로 시즌 첫 승을 거두며 팀의 5연패를 끊은 바 있는데 올해만 두 번의 연패 스토퍼 역할을 해냈다.
지난주 시즌 첫 4일 휴식을 성공적으로 소화했다는 점도 고무적이다. 지난 14일 대전 NC전에서 류현진은 6회까지 110구를 던지며 8피안타 1볼넷 1사구 8탈삼진 2실점으로 역투했다. LA 다저스 소속이었던 지난 2019년 5월13일 워싱턴 내셔널스전(116구) 이후 5년 만의 110구 이상 투구. 6회 마지막 타자 손아섭을 헛스윙 삼진 처리할 때 직구는 시속 147km까지 나왔다.
최원호 한화 감독은 “다음 등판이 4일 휴식이라 5회를 마치고 본인 의사를 물어봤는데 6회까지 본인이 마무리하고 싶다고 했다. 공이 안 좋거나 구위가 떨어진 것도 아니었다. 100구를 넘긴 뒤에도 구위가 떨어지지 않는 모습을 보여준 게 상당히 고무적이었다”고 반색하며 삼성전도 정상 등판을 예고했다.
그로부터 4일 쉬고 나선 이날 삼성전에서도 구위가 떨어지지 않았고, 5이닝을 깔끔하게 처리했다. 류현진은 “미국에서 항상 4일 휴식을 하다 보니 전혀 문제가 없었다. 110구를 던졌지만 괜찮았다”며 5이닝 80구에 교체된 것에 대해서는 “점수 차이도 있었고, 감독님과 투수코치님이 배려해주신 것 같다”고 고마워했다.
이날까지 시즌 10번의 등판을 소화한 류현진은 54이닝을 던지며 3승4패 평균자책점 4.83 탈삼진 51개를 기록 중이다. 규정이닝 투수 22명 중에서 평균자책점 17위로 여전히 이름값에 미치지 못했지만 수비 무관 평균자책점 FIP는 3위(2.96)로 리그 정상급이다. 수비 도움을 받지 못했거나 타구 운이 따르지 않으면서 진땀을 뺐다.
너무 빠르게 승부를 들어가다 집중타를 맞긴 했지만 피홈런은 단 1개로 두산 곽빈과 함께 규정이닝 투수 중 가장 적다. 피장타율 6위(.324)로 장타 억제력이 뛰어나다. 퀄리티 스타트는 5번. 5실점 이상 대량 점수를 내준 것이 4경기라 평균자책점이 좋지 않지만 리그 적응 과정으로 점차 안정을 찾아가고 있다. 무엇보다 꾸준히 로테이션을 지키면서 이닝을 먹어주고 있는 게 크다. 54이닝은 리그 전체 공동 8위로 국내 투수 중 KIA 양현종(62⅔이닝), 곽빈(57⅓이닝)에 이어 3위다.
한화는 김민우가 개막 3경기 만에 팔꿈치 통증으로 토미 존 수술을 받고 시즌 아웃된 가운데 지난주 외국인 투수들이 연이어 부상으로 이탈했다. 지난 15~16일 NC전에서 펠릭스 페냐가 타구에 손목을 맞더니 리카르도 산체스도 팔꿈치 통증을 호소하며 연이틀 조기 강판된 뒤 다음날 엔트리 말소됐다. 둘 다 큰 부상은 피했지만 로테이션을 한 차례 이상 건너뛴다.
지난해 신인왕 문동주도 부진 끝에 2군에 내려가는 등 한화의 개막 선발 로테이션에서 류현진만 유일하게 자리를 지키고 있다. 고졸 신인 좌완 황준서와 조동욱이 동시에 로테이션을 도는 상태. 투타 붕괴로 4월부터 두 달 가까이 하락세가 지속되며 순위가 9위까지 떨어진 한화에 류현진마저 없었더라면 이미 꼴찌로 추락했을 것이다. 10위 롯데에 겨우 0.5경기 앞선 한화는 류현진이 선발등판한 10경기에서 4승5패1무(승률 .444)를 마크, 그가 나서지 않은 36경기(13승23패 승률 .361)에서보다 승률이 8푼 이상 높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