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패 행진이 11경기에서 멈췄다. 하지만 박태하 포항 스틸러스 감독의 얼굴은 오히려 후련해 보일 정도였다.
포항 스틸러스는 19일 오후 7시 수원종합운동장에서 열린 하나은행 K리그1 2024 13라운드에서 수원FC에 0-1로 패했다.
이로써 포항은 개막전 이후 처음으로 패배하며 11경기 무패를 마감했다. 승점은 25(7승 4무 2패)에 머물렀지만, 2위 김천을 득실 차에서 제치며 선두를 유지했다. 연승을 달린 4위 수원FC는 승점 21(6승 3무 4패)로 3위 울산(승점 23)을 바짝 추격했다.
뒷심이 강한 두 팀의 맞대결답게 후반에 승부가 갈렸다. 김은중 수원FC 감독은 후반 시작과 동시에 김주엽을 불러 들이고 아껴뒀던 이승우 카드를 꺼내 들었다. 동시에 강상윤을 빼고 정승원까지 넣으며 반격을 준비했다.
'이승우 효과'가 곧바로 폭발했다. 이승우가 박스 왼쪽으로 침투하는 안데르손 앞으로 공을 보냈고, 안데르손이 컷백 패스를 시도했다. 이를 정승원이 오른발로 정확히 마무리하며 골망을 갈랐다. 후반전 시작 휘슬이 불린 지 1분도 안 돼서 터진 벼락골이었다. 결국 이 한 골이 양 팀의 희비를 결정했다.
오랜만에 패배를 맛본 박태하 감독은 "준비한 대로 잘 흘러갔지만, 결론은 득점의 부재라고 말씀드리고 싶다. 선수들은 최선을 다했다. 득점할 시기에 득점을 못한 게 결국 패배로 이어졌다. 지금까지 선수들은 최선을 다했다는 말씀을 언제나 드리고 싶다. 잘하고 있다. 패배하긴 했지만, 경기력은 상대에 뒤지지 않는다고 생각한다. 충분히 경쟁력 있다. 처음에 우려했던 부분은 해소됐다"라고 소감을 밝혔다.
이어 그는 "어느 팀과 만나도 승리를 가져올 수 있다는 자신감을 꾸준히 갖고 가고 있다는 게 큰 소득이다. 무패 행진에 대해 많은 분들이 기대해 주고 계셨지만, 언젠간 끝날 일이었다. 우리가 그만큼 강한 전력을 갖고 있진 않았기에 좀 더 발전해 나가며 누구를 만나도 상대할 수 있게 됐다는 점에 의미를 두고 싶다"라며 긍정적인 이야기를 덧붙였다.
미드필더 김종우가 전반 종료 직전 종아리 부상으로 쓰러졌다. 상대와 별다른 접촉도 없었기에 우려가 더욱 큰 상황. 그럼에도 박태하 감독은 "다른 선수들도 대기하고 있다. 김종우의 부상은 어느 정도인지 확인해 봐야 한다. 부위는 종아리다. 당분간은 뛰지 못할 것 같다. 다른 선수들이 잘 준비하고 있기 때문에 큰 걱정은 없다"라고 자신감을 드러냈다.
이날 포항은 슈팅을 21개나 날렸고, 코너킥 기회도 11번이나 있었다. 하지만 끝내 수원FC 골문을 열지 못했다. 박태하 감독은 득점력 문제에 대해 "훈련은 계속 하고 있다. 하지만 정답을 얘기하기가 어렵다. 자책골도 나오곤 한다. 아무리 훈련하고 집중해도 훈련한 대로 나오진 않는다. 물론 그래도 훈련을 해야 한다. 결국엔 집중력과 간절함이 우선이다. 그래야 득점 확률을 높일 수 있다"라고 강조했다.
수원FC는 후반전 시작 휘슬이 불린 지 47초 만에 '교체 카드' 이승우와 정승원이 차이를 만들었다. 박태하 감독은 "마찬가지로 집중력 부족이다. 후반에 들어가자마자 맥 놓고 있다가. 그런 걸 조심해야 한다. 시작하고 5분을 조심해야 한다. 선수들도 충분히 인지하고 있지만, 쉽지 않다. 후반에 새로 들어온 선수들은 에너지가 앞설 수밖에 없기도 하다. 결국엔 집중력이 결여된 장면에서 실점이라고 볼 수 있다"라고 말했다.
다만 이날 울산도 강원에 덜미를 잡히면서 포항은 선두를 유지하게 됐다. 박태하 감독은 혼전 양상인 리그 판도를 묻는 말에 "어려운 질문이다. 항상 말하지만, 쉬운 팀이 없다. 어떤 팀과 붙어도 그날의 간절함과 선수들의 경기 자세가 큰 영향을 미친다"라고 답했다.
다음 상대는 김기동 감독이 이끄는 FC서울이다. 서울을 홈으로 불러들이는 박태하 감독은 "매 경기 쉬운 팀이 없다. 홈이라고 해서 무조건 이긴다는 것도 아니다. 어떤 팀이든 최선을 다해 준비해야 한다. 이런 말씀을 드리기 그렇지만, 오늘 패배로 오히려 선수들의 마음가짐이 더 강해지지 않을까라고 조심스럽게 생각해 본다. 나도 우리 팀의 문제에 대해 선수들과 머리를 맞대고 보완하겠다. 문제는 분명히 나와있다"라고 다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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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 한국프로축구연맹 제공.