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로야구 한화 이글스가 개막 10경기에서 8승2패로 돌풍을 일으킬 수 있었던 데에는 강력한 선발투수의 힘이 있었다. 메이저리그에서 돌아온 류현진(37)의 가세로 2선발을 맡게 된 3년 차 외국인 투수 펠릭스 페냐(34)가 3월 첫 2경기 모두 승리투수가 되며 한화의 선발 야구를 이끌었다. 류현진과 강력한 원투펀치를 구축하는 듯했다.
류현진은 올 시즌 9경기(49이닝) 2승4패 평균자책점 5.33 탈삼진 47개로 기대치에 미치지 못하고 있지만 점차 안정감을 찾아가고 있다. 지난 14일 대전 NC전에선 6이닝 8피안타 1볼넷 1사구 8탈삼진 2실점으로 역투했다. 직구 평균 구속이 트랙맨 기준 시속 146km로 올라왔고, 이날 마지막 110번째 공도 147km로 측정될 만큼 구위를 유지했다.
최원호 한화 감독은 “점점 류현진답게 로케이션이나 변화구 제구가 안정을 찾아가고 있다. 빠른 승부에서 몰린 공들이 나올 때 맞아나가곤 했는데 그런 것들을 조금씩 수정하면서 좋아지고 있다. 100구를 넘긴 뒤에도 구위가 크게 떨어지지 않은 모습이 상당히 고무적이었다. 앞으로 더욱 좋아질 것 같다”고 기대감을 나타냈다.
류현진이 반등 실마리를 찾아가고 있는 반면 2선발 페냐의 부진은 생각보다 오래 가고 있다. 9경기에서 37⅓이닝 소화에 그치며 규정이닝에도 미달된 페냐는 3승5패 평균자책점 6.27 탈삼진 29개에 그치고 있다. 30이닝 이상 던진 투수 38명 중 평균자책점 35위로 외국인 투수 19명 중에선 가장 높다.
봄철 꽃가루 알레르기 영향으로 4월부터 컨디션 조절에 어려움을 겪으며 기복이 심한 투구를 반복했다. 최근 4경기에선 3패 평균자책점 10.66으로 무너졌다. 지난 9일 사직 롯데전에선 2이닝 6피안타(1피홈런) 2볼넷 2탈삼진 5실점으로 조기 강판됐다. 2022년 7월 KBO리그 데뷔 후 개인 최소 이닝.
이어 15일 대전 NC전에는 2회 손아섭의 강습 타구에 오른손을 뻗다 손목 쪽을 맞아 갑작스럽게 교체되기 전까지 1⅔이닝 4피안타 2볼넷 2탈삼진 4실점으로 흔들렸다. 갑작스런 부상 교체로 2회부터 불펜을 급하게 가동한 한화는 2회 6실점 빅이닝을 허용하며 1-16 강우콜드(7회) 패배를 당했다.
다행히 페냐는 엑스레이 및 CT 검사 결과 단순 타박 소견을 받아 큰 부상을 피했다. 크게 다치지 않아 다행이지만 페냐의 투구에서 큰 반등 가능성이 보이지 않았다는 점이 한화를 머리 아프게 한다.
PTS 기준 페냐의 직구 평균 구속이 지난해 시속 144.8km에서 올해 143.1km로 뚝 떨어졌다. 최원호 감독은 “개막 초반에는 안 그랬는데 최근에 구속이 너무 많이 떨어졌고, 본인 장점인 체인지업의 예리함도 덜하다. 147~148km를 던질 때 섞는 체인지업은 좋은데 141~142km로 떨어지다 보니 타자들의 배트에 걸려 장타도 많이 맞고 있다”고 진단했다.
외부에서도 “공을 밀어 던진다. 몸 상태에 문제 있는 건 아닌지 모르겠다”고 볼 만큼 페냐의 공이 좋지 않다. 제구도 흔들린다. 원래도 기복이 조금 있는 편이었는데 올해 9이닝당 볼넷이 4.82개로 늘었다. 볼넷으로 주자를 쌓은 뒤 적시타를 얻어맞고 있다.
또 다른 외국인 투수 리카르도 산체스가 강력한 구위를 앞세워 8경기(43⅔이닝) 2승 평균자책점 2.68 탈삼진 52개로 실질적인 에이스로 활약하고 있지만 페냐가 계속 이런 상태라면 곤란하다. 가뜩이나 문동주가 투구 밸런스 난조로 2군에서 재정비 시간이 길어지고 있고, 고졸 신인 2명(황준서·조동욱)이 로테이션에 들어올 정도로 선발 뎁스도 약하다.
지난해 32경기(177⅓이닝) 11승11패 평균자책점 3.60 탈삼진 147개로 활약한 페냐가 원래 모습을 찾는 게 베스트다. 검증된 투수이고, 지난해에도 날이 더워지는 5월부터 페이스를 찾아 1선발다운 모습을 보였다. 하지만 페냐가 반등하지 못할 경우도 대비해야 하고, 한화도 플랜B를 위해 분주하기 움직이기 시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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