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로야구 한화 이글스에는 악몽 같은 부처님 오신 날이었다. 선발투수 펠릭스 페냐(34)의 2회 갑작스런 부상 교체 악재 속에 16실점으로 무너졌다. 전날 연장 12회 무승부로 불펜을 소모한 상황에서 돌발 변수까지 겹치며 대패를 당했다.
한화는 15일 대전 한화생명이글스파크에서 벌어진 2024 신한 SOL Bank KBO리그 NC 다이노스와의 홈경기에 1-16, 7회말 강우콜드 게임으로 졌다. 부처님 오신 날을 맞아 1만2000석 전 좌석이 일찌감치 매진, 구단 역대 한 시즌 최다 타이 21번째 만원 관중을 이뤘지만 경기 내용이 안타까웠다. 2회 6실점, 7회 8실점으로 두 번의 빅이닝을 허용하는 등 장단 20안타로 마운드가 크게 무너진 경기였다.
1회 2사 후 요나단 페라자, 노시환, 안치홍의 3연속 초구 안타로 선취점을 냈지만 리드가 오래 가지 못했다. 2회 선발 페냐가 권희동과 김형준에게 볼넷을 주면서 주자를 쌓더니 김주원에게 우중간 1타점 2루타를 맞으면서 동점 허용. 이어 도태훈에게 2타점 우전 적시타를 내주며 1-3으로 역전됐다.
도태훈이 2루를 노리다 런다운에 걸려 2사 주자 없는 상황이 됐지만 여기서 예기치 못한 불운이 찾아왔다. 손아섭이 초구 체인지업을 받아쳤는데 타구가 투수 페냐 쪽으로 향했다. 강습 타구였지만 피할 수 있는 위치였다. 그런데 여기서 페냐가 본능적으로 오른손을 뻗었고, 타구에 손목 아래 쪽을 맞았다.
투수가 맨손으로 날아오는 공을 잡는 건 위험천만한 행동이지만 타구를 잡기 위한 본능으로 인해 반사적으로 손이 나가곤 한다. 외국인 투수들에게 특히 이런 특성이 있다. 이날 페냐의 경우도 마찬가지. 2회 3실점으로 리드를 내줬으니 마음이 너무 크게 앞섰던 모양. 공을 던지는 오른손이라 더 이상 투구는 어려웠다. 교체 후 충남대병원으로 이동한 페냐는 엑스레이 및 CT 촬영 결과 단순 타박 소견을 받아 큰 부상을 피했다.
하지만 그 사이 한화 마운드에 불이 났다. 갑작스런 페냐의 부상 교체로 불펜이 바쁘게 움직였다. 전날(14일) NC전이 연장 12회 무승부가 되면서 한화는 8명의 불펜을 소모한 상황. 불펜 중 유일하게 등판하지 않은 한승혁이 급하게 마운드에 올라 몸을 풀었다.
서호철 상대로 초구 스트라이크를 잡고 시작한 한승혁은 그러나 2구째를 맞아 좌중간 안타를 허용했다. 이어 박건우에게 중견수 키 넘어가는 2타점 2루타, 맷 데이비슨에게 1타점 중전 적시타, 권희동에게 중전 안타를 연이어 맞았다. 전부 불리한 카운트에서 직구를 던지다 공략당했다.
앞서 페냐의 3타자 연속 안타에 이어 한승혁도 4타자 연속 안타를 내주면서 순식간에 7연속 안타를 얻어맞았다. 앞뒤로 김형준과 김성욱에게 볼넷까지 더해 무려 9타자 연속 출루 허용으로 자멸했다. 부상 불운이 겹치긴 했지만 7안타 3볼넷으로 무기력한 투구 내용이었다. 페냐가 1⅔이닝 4피안타 2볼넷 2탈삼진 4실점으로 시즌 5패(3승)째를 당했고, 한승혁도 ⅓이닝 4피안타 1볼넷 2실점으로 아쉬움을 남겼다.
한화 마운드의 악몽은 여기서 끝이 아니었다. 3회 마운드에 오른 김기중이 3⅔이닝 5피안타 2볼넷 2탈삼진 2실점으로 역투하면서 버텼지만 7회 무려 8실점으로 또 한 번 빅이닝을 허용했다.
6회 2사에 올라온 한승주가 7회 볼넷과 안타, 몸에 맞는 볼로 무사 만루 위기를 자초하더니 박건우에게 2타점 좌중간 적시타를 내줬다. 권희동의 중전 안타로 계속된 1사 만루에선 김성욱의 좌전 적시타, 대타 박세혁의 중월 2타점 2루타가 이어졌다. 김주원에게 볼넷을 내주면서 다시 만루가 되자 장민재가 마운드를 넘겨받았다.
장민재도 도태훈을 2루 땅볼 유도했지만 문현빈이 한 번에 잡지 못하면서 병살로 이닝이 마무리될 수 있는 기회를 놓쳤다. 계속된 2사 1,3루에서 손아섭의 좌중간 적시타, 최정원의 좌측 1타점 2루타가 이어지면서 스코어가 1-16까지 크게 벌어졌다. 한승주가 ⅔이닝 5피안타 2볼넷 1사구 2탈삼진 7실점, 장민재가 ⅔이닝 2피안타 1실점으로 나오는 투수마다 다 실점을 내줬다.
7회말 2사 1루 안치홍 타석을 앞두고 빗줄기가 굵어지자 경기가 중단됐다. 오후 4시46분 멈춘 경기는 31분을 기다린 끝에 오후 5시17분 강우콜드 게임이 선언됐다. 8~9회 2이닝이 생략돼 투수를 아주 조금이나마 아낄 수 있게 된 한화이지만 내상이 너무 큰 경기였다. 4월 이후 10번의 연승 기회를 모두 날린 한화는 16승25패1무(승률 .390)로 9위 자리를 벗어나지 못했다. /waw@osen.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