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축구협회(KFA) 정몽규 회장이 자기 밥그릇 챙기기에 급급하다. 빗발치는 사퇴 여론과 제동 걸린 A대표팀 감독 선임 작업을 들여다보기보단 국제 축구 외교에 어떻게 해서든지 다시 발을 들일 생각뿐이다. 반기지 않는 일을 하고 있는 정몽규 회장이 KFA의 현주소를 제대로 보여주고 있다.
아시아축구연맹(AFC)은 16일 태국 방콕에서 제34회 AFC 총회를 열고 공석인 집행위원 2자리에 대한 선거를 진행한다. 임기는 2027년까지다.
정몽규 회장은 동아시아에 할당된 집행위원 1자리에 단독 입후보했다. 경합 대상자가 없어 그의 당선이 확실시된다.
정몽규 회장이 AFC 집행위원이 되면 AFC 최고 의결 기구인 집행위원회 일원이 된다. 축구계 활동 영역이 전보다 더 넓어지는 것이다.
만약 16일 총회에서 정몽규 회장의 당선이 ‘확정’되면 사실상 사퇴 요구에 응하지 않겠다고 답한 것이나 다름없다.
지난해 2월 제33회 AFC 총회에서 치러진 FIFA 평의회 위원 선거에서 낙선한 이후 정몽규 회장은 자연스럽게 국제 축구 외교 무대에서 멀리 떨어져 있었다. 여기에 ‘클린스만 경질 사태’, ‘40년 만의 올림픽 본선 진출 불발’, ‘A대표팀 감독 선임 백지화’ 등 여러 논란으로 인해 국내에서도 입지가 좁아질 대로 좁아졌다.
KFA 회장직을 내려놓아야 한단 여론이 빗발치고 있지만 침묵으로 일관하고 있는 정몽규 회장의 첫 번째 공개적 행보는 놀랍게도 국외로 자신의 축구계 영향력을 넓히는 것이었다.
지난해 6월 AFC 회장 직권으로 AFC 준집행위원 자격을 얻은 정몽규 회장은 이번에 정식으로 집행위원 선거에 출마하게 됐다. 사퇴를 염두에 둔 사람의 행보로 전혀 보이지 않는다. 정몽규 회장이 ‘협회장 4선 도전'의 포석을 깔고자 한단 시선이 뒤따르는 이유다.
체육단체장은 3연임부턴 대한체육회 스포츠공정위원회의 심의를 통과해야 도전 가능하다. 단체장이 국제단체 임원 자리에 오르면 공정위 심의를 통과할 가능성이 높을 것으로 예상된다.
정몽규 회장은 이미 넌지시 4선 도전을 시사했다. 지난 2월 클린스만 감독 경질 기자회견에서 4선에 관한 질문을 받고 "2018년 축구협회 총회 때 회장 임기를 3연임으로 제한하기로 정관을 바꾼 적 있다. 그러나 대한체육회와 문화체육관광부에서 승인하지 않았다. 그걸로 대답을 갈음하겠다"고 애매한 답을 내놨다. 우회적으로 4선에 나설 욕심이 없지 않다고 말한 것이다.
한국 축구계를 초토화 시켜놓고 일단 '자기 밥그릇'부터 챙기고 있는 'KFA 수장' 정몽규 회장이다. A대표팀 감독 선임, 한국 축구 백년대계 등 할 일이 무궁무진하지만 아무도 반기지 않는 4선 도전을 위한 명분을 만들고 있다. 원하는 이 없는 일을 하고 있는, 이게 바로 KFA의 현주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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