운전 중 접촉사고를 낸 뒤 도주했다가 경찰 조사를 받은 가수 김호중을 바라보는 대중의 시선이 싸늘하다. 김호중 측은 이 상황을 마치 ‘오해’인 듯 해명하면서 공연을 강행하겠다는 입장이지만, 하나 둘 공개되는 단서들은 논란을 키우고 있다.
김호중은 지난 9일 밤 11시 40분쯤 서울 강남구 신사동에서 진로를 변경하는 과정에서 마주 오던 택시와 접촉사고를 낸 뒤 달아난 혐의를 받고 있다. 소속사 측은 음주운전이 아니라고 입장을 밝혔지만, 더 큰 문제는 김호중이 사고를 낸 뒤 도주했다가 뒤늦게 경찰에 운전 사실을 인정했다는 점이었다.
서울 강남경찰서는 지난 11일 김호중을 사고 후 미조치 혐의로 입건해 조사 중이다. 사고 당시 김호중의 회사 관계자 A씨가 경찰서를 방문해 자신이 김호중의 차량을 운전했다고 자수했고, 김호중 역시 경찰 조사 당시에는 9일 밤 운전을 하지 않았다고 진술한 것으로 알려졌다. 하지만 이후 경찰의 추궁에 김호중이 운전 사실을 시인한 것으로 밝혀져 논란이 생긴 것.
소속사 생각엔터테인먼트 측은 이에 대해서 “김호중은 지난 9일 저녁 택시와 교통사고가 발생했다. 사고가 발생하자 김호중은 골목으로 차를 세우고 매니저와 통화를 했고, 그 사이에 택시 기사님께서 경찰에 신고했다. 이후 상황을 알게 된 매니저가 본인이 처리하겠다며 경찰서로 찾아가 본인이 운전했다고 자수를 했다”라고 상황을 설명했다. 음주 측정을 받았지만 검사 결과 음주는 나오지 않았고, 사고 처리에 대해서 결과를 기다리고 있는 상황.
그렇지만 소속사의 입장 발표에는 여러 의문점이 있었다. 먼저 경찰에 따르면 김호중은 처음 조사 당시 자신이 운전하지 않았다고 진술했으며, 이후 경찰의 추궁에 사고가 발생한 지 17시간 만에 뒤늦게 운전했다고 시인했다. 또 김호중의 매니저 A씨가 경찰서에 허위 자수를 하러 갈 당시 김호중의 옷을 바꿔 입고 갔다는 사실이 확인되면서 의혹이 더욱 커지고 있다. 김호중 매니저의 허위 자수 과정이 소속사 측의 해명과는 일부 다른 부분이 있다고 여겨질 수 있다는 지적이다.
더욱이 사고 당시 CCTV 영상이 공개되면서 파장이 커지고 있다. 사고 당시 김호중의 차가 택시를 들이받았을 때 들이받은 쪽 바퀴가 들릴 정도로 큰 충격이 있었다. 하지만 사고 차량의 운전자는 내리지 않고 그대로 출발했고, 당시 목격자는 “풀악셀로 그냥 가시더라. 엔진음이 크게 들릴 정도”라고 밝혔다. 김호중 측의 해명대로 도주가 아니더라도, 사고를 낸 후 상대 차량과 운전자를 살피거나 조치를 먼저 취하지 않고 매니저와 먼저 통화했다는 점은 이해하기 힘든 부분이라는 반응이다.
더 큰 문제는 김호중 측의 태도였다. 김호중 측은 뺑소니 의혹에도 반성보다는 해명이 먼저였고, 공연을 강행하며 활동을 이어가고 있다. 김호중은 사고 후에도 지난 11일과 12일 경기 고양종합운동장체육관에서 열린 ‘트로바티 클래식 아레나 투어 2024’에 출연했다. 오는 18일부터는 서울 KSPO DOME에서 열리는 ‘월드 유니온 오케스트라 슈퍼 클래식: 김호중&프리마돈나’ 공연을 앞두고 있다. 소속사 측은 팬카페를 통해 일정을 변동 없이 진행하겠다며, “어떠한 경우에도 아티스트를 지킬 것을 약속드린다”라고 알렸다.
가수로 사랑받고 있는 김호중은 분명 대중에게 영향력을 미치는 위치에 있다. 그럼에도 사회적으로 물의를 일으키고 반성 없이 일정을 강행하는 태도에 비난 여론이 거세지고 있는 상황이다. 아티스트 보호도 중요하지만, 진실한 반성이 더 필요한 때 아닐까. /seon@ose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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