급해서 일을 그르친 대한축구협회(KFA)가 다시 급하게 감독을 알아볼 수밖에 없는 상황이 됐다. 무능한 협상 기술이 기름을 부었다.
캐나다 축구협회는 14일(한국시간) "캐나다 대표팀을 이끌 감독은 마시 감독이다. 협회와 마시 감독은 2026년 7월까지 계약을 맺었으며 2025년 골드컵, 2026년 FIFA 북중미 월드컵에서 대표팀을 지휘할 것"이라고 공식 발표했다.
미국 출신 지도자인 마시 감독은 2010년 미국 대표팀 수석코치로 지도자 생활을 시작했다. 그는 미국 메이저 사커 리그(MLS) 팀을 거쳐 라이프치히 수석코치로 활동했고, 2019년엔 오스트리아 잘츠부르크 지휘봉을 잡았다.
황희찬의 스승이기도 하다. 마시 감독은 잘츠부르크 시절 팀을 두 시즌 연속 리그 정상으로 이끄는 등 트로피를 4개나 들어 올리며 유럽 축구계에 이름을 떨쳤다. 당시 '황소' 황희찬을 비롯해 '괴물 공격수' 엘링 홀란(맨체스터 시티), 일본 국가대표 미나미노 다쿠미(모나코) 등을 지도했다.
지도력을 인정받은 마시 감독은 2021년 라이프치히에 부임했으나 상호 합의로 결별했고, 2022년 3월에 부임한 리즈에서도 1년을 채우지 못하고 경질됐다. 리즈도 총체적 난국 끝에 강등되는 아픔을 겪었다. 마시 감독은 리즈에서도 황희찬 영입을 추진했으나 이적료 문제로 실패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어느 정도 예견된 실패였다. 대한축구협회(KFA)는 천안축구센터 건립과 약 100억 원 규모로 알려진 클린스만 사단의 위약금으로 재정적 여유가 없는 상황이다. 결국 위르겐 클린스만의 선임이 '나비효과'가 된 꼴.
마시 감독을 놓친 한국은 다시 처음부터 차기 사령탑 물색 작업을 시작해야 하는 힘빠지는 상황을 맞았다.
정해상 전력강화위원장은 늦어도 5월 이내에 정식 감독을 선임하겠다고 외쳤다. 어느덧 날은 따뜻해졌고 5월도 중순에 다다랐다.
일단 5월 내 정식 감독 선임이라는 계획에 변화를 주진 않았다. KFA 관계자는 "지금도 선임 과정을 진행 중이다. 쉽진 않을 수도 있겠지만, 진행 중인 상황"이라며 "전력강화위원회 개최에 관해선 확정된 바가 없다. 지켜봐야 한다"라고 밝혔다.
이번 협상 결렬 원인은 협상 기술 부족이다. 마시 감독의 연봉과 관련해 '세전-세후' 이야기까지 나오면서 재정적 부족함이 가장 큰 원인으로 꼽히고 있지만, 그 전에 협상 능력 자체가 부족했다.
우선 KFA의 감독 선임 작업은 실시간으로 기사화되며 정보를 다 노출했다. 내부 보안이 전혀 되지 않았다. KFA와 각종 언론에 보도된 내용을 보면 최근 '1순위' 마시 감독 이외에 다른 감독 이름은 잘 거론되지 않았다. 마시 감독측에서 유리하게 이용할 수 있는 부분이었다.
결국 협상에 실패한 KFA는 빠르게 다음 후보를 살펴야 하는 상황을 맞았다. 당장 오는 6월 6일 싱가포르와 2026 FIFA 북중미 월드컵 2차 예선을 앞뒀기 때문이다.
적절한 절차 없는 '졸속행정'으로 크나큰 위기를 맞았던 KFA와 대한민국 축구는 다시 한 번 '빠르게'를 외쳐야 하는 상황이 됐다. /reccos23@osen.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