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이스가 4월 21일을 끝으로 약 3주가 넘도록 이탈 중인 프로야구 두산 베어스. 그런데 어떻게 8연승 상승세를 달릴 수 있었을까.
두산은 지난 12일 서울 잠실구장에서 열린 2024 신한 SOL뱅크 KBO리그 KT와의 더블헤더 2차전에서 8-4로 승리하며 8연승에 성공했다. 더블헤더 싹쓸이를 비롯해 3일 LG전부터 8경기 연속 지는 법을 잊으며 5할 승률 승패마진 +5(24승 19패)를 만들었다. 순위는 아직 5위이지만 선두 KIA와의 승차를 2.5경기까지 좁혔다. 개막 후 줄곧 중하위권이었던 두산이 43경기 만에 선두 경쟁에 뛰어들게 된 것이다.
2024시즌 5강 후보로 분류된 두산은 기대와 달리 7, 8위에서 좀처럼 반등 계기를 만들지 못했다. 3월 29일 첫 연패를 시작으로 4연패, 2연패, 2연패, 3연패, 다시 2연패를 차례로 당하며 중위권 도약에 번번이 실패했다. 심각한 투타 엇박자와 선발진의 부상 및 부진이 치명적이었다. 이승엽 감독은 “개막 로테이션에서 사실상 곽빈 1명만 남았다”라고 한숨을 쉬기도 했다.
가장 큰 비보는 총액 150만 달러(약 20억 원)에 재계약한 에이스 라울 알칸타라의 부상 이탈이었다. 우측 팔꿈치에 불편함을 느껴 지난달 22일 말소된 알칸타라는 국내 병원 세 곳에서 팔꿈치 외측 염좌 진단을 받았지만 미국으로 향해 자신의 주치의에게 재검진을 받았다. 미국 의료진 또한 국내 의료진과 같은 소견인 염좌 진단을 내렸고, 알칸타라는 지난 10일 팀에 합류했다.
그밖에 주전 유격수 박준영의 햄스트링 부상 이탈, 마무리 정철원의 부진에 따른 2군행, 투수코치 교체 등 악재와 잡음이 끊이지 않은 두산이었다.
연승을 잇고 연패를 끊는 에이스가 이탈한지도 어느덧 3주가 흐른 상황. 그러나 두산은 지난 3일부터 ‘패배’라는 단어를 잊었다. 김유성-최준호-곽빈-브랜든 와델-최원준 순의 ‘플랜B’ 로테이션으로 버티고 또 버틴 결과 8연승 기록이 쓰여졌다. 물론 김유성, 최준호 등 어린 대체선발들이 기복을 보였지만 이승엽 감독은 부임 2년차답지 않게 과감한 퀵후크를 단행하며 벌떼야구로 8연승을 해냈다. 최지강, 김택연, 박치국, 홍건희, 이병헌, 김강률 등의 위력투가 돋보였다.
타선에서는 계륵에서 효자 외인으로 우뚝 선 헨리 라모스의 타격이 눈길을 끌었다. 라모스는 7경기 타율 5할2푼 2홈런 6타점 8득점 OPS 1.556의 파괴력을 뽐내며 8연승 주역으로 거듭났다. 이 기간 양의지는 7경기 타율 5할 2홈런 10타점, 허경민은 8경기 타율 4할6푼4리 1홈런 9타점, 강승호는 8경기 타율 3할9푼5리 1홈런 9타점으로 힘을 보냈고, 김기연(타율 3할8푼9리), 조수행(3할6푼7리), 정수빈(3할2푼)의 타격도 영양가가 높았다.
그리고 또 하나. 부임 2년차를 맞이한 이승엽 감독의 정신무장 주문이 통했다. 두산은 ‘육상부’ 정수빈을 필두로 조수행, 허경민 등이 과감한 주루플레이로 상대 허를 찔렀는데 허슬두 정신 뒤에는 “코치들에게 항상 과감한 주루플레이를 요구하고 있다. 소극적인 것보다 시도를 해서 아웃이 되더라도 후자가 낫다는 생각이다. 항상 아웃되는 걸 두려워하지 말라고 주문한다. 본인이 원하는 대로 과감하게 플레이하면 아웃이 되더라도 후회가 없을 것이다. 질책도 하지 않는다. 보니까 김기연도 도루를 하더라. 놀랍다”라는 국민타자의 메시지가 있었다.
상승세를 제대로 탄 두산은 14일부터 광주에서 선두 KIA를 상대로 주중 3연전을 치른다. 첫날 브랜든 와델(두산)-양현종(KIA) 좌완 선발 매치업이 성사된 가운데 두산이 1위팀을 상대로도 지금의 기세를 이을 수 있을지 주목된다.
/backlight@osen.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