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영석과 홍진경이 백상예술대상에서 나란히 남여 예능인상을 거머쥐었다. 대세 예능인들의 무대가 유튜브로 자리를 굳힌 모양새다.
지난 7일 치러진 제60회 백상예술대상에서 남자예능상을 나영석 PD, 여자예능상을 모델 출신 방송인 홍진경이 가져갔다. 약간의 이견도 있었으나 대체로 "인정할 만 하다"라는 반응이 주를 이루며, 시상식 현장에서는 물론 시청자들 사이에서도 수긍을 담은 축하가 쇄도했다.
나영석과 홍진경 모두 정식 수상 명칭은 TV 남자예능상, TV 여자예능상이지만 공교롭게도 두 사람의 주된 무대는 유튜브였다. 나영석은 소속된 제작사 에그이즈커밍의 공식 유튜브 채널 '채널 십오야'에서, 홍진경 역시 개인 유튜브 채널 '공부왕 찐천재'에서 왕성한 활약을 보여준 것이다.
물론 홍진경의 경우 KBS 2TV 예능 '홍김동전'이나 넷플릭스 오리지널 예능 '솔로지옥' 시리즈에서의 MC로도 활약하긴 했다. 그러나 '홍김동전'이 뛰어난 화제성에도 불구하고 지난 1월 시청률 저조와 적자 구조로 인해 폐지된 점, '공부왕 찐천재'에서의 활약이 더욱 두드러졌던 것을 고려하면 유튜브에서 개인 타이틀을 충실하게 이끌어내 호평받았다는 점이 수상 이유로 점쳐지고 있다.
특히 나영석의 경우 본업은 카메라 앞이 아닌 뒤에 서는 예능 PD라는 점에서 이번 수상이 더욱 이목을 끌고 있다. '채널 십오야'에서는 '나영석의 와글와글', '나영석의 지글지글' 등 각종 토크 시리즈부터 라이브 방송 진행까지 다양하게 선보이고 있으나 나영석 본인은 '예능 PD'로서의 정체성을 꾸준히 강조해왔던 터다.
이에 그는 수상 소감에서도 "후보로 오른 것 만으로도 이상했다"라고 얼떨떨한 반응을 보였을 정도. 그러나 이번 수상을 통해 나영석에게 예능 PD 외에 '크리에이터'로서의 정체성이 부업으로라도 주어진 것이다. 적어도 유튜브를 통해 나영석을 접하는 대중에게 그는 PD 만이 아닌 크리에이터이다.
이처럼 유튜브에서 주로 활약하는 스타들이 예능인상을 휩쓴 것은 그만큼 최근 예능의 주된 무대가 TV가 아닌 유튜브 개인 채널로 옮겨갔음을 보여준다. 당장 수상자들과 함께 경쟁한 후보들 역시 유튜브를 놓지 않고 있었다. MBC '나 혼자 산다'와 '태계일주' 시리즈는 물론 개인 채널 '인생84'도 거느린 기안84, 여전히 TV '국민MC'이지만 웹콘텐츠 '핑계고'도 이끌고 있는 유재석, 마찬가지로 SBS '미운 우리 새끼'와 '돌싱포맨' 외에도 '노빠꾸 탁재훈'에서 활약 중인 탁재훈이다. 심지어 유튜버 침착맨(본명 이병건)까지 이날 백상의 남자예능인상 후보였다. 홍진경과 경쟁한 여자예능인상 후보 중 장도연 역시 제작사 테오(TEO)의 웹콘텐츠 '살롱드립' 시리즈에서 단독 진행을 맡으며 활약 중인 터다.
이 가운데 TV 예능 작품상은 MBC 예능 '태어난 김에 세계일주 시즌2(약칭 태계일주2)'가 차지하기도 한 바. 규모와 서사를 담을 수 있는 TV 예능의 스케일은 유지되고 있으나 예능인의 자유로운 허슬 플레이를 보여주기 위한 무대로는 TV가 아닌 유튜브가 주무대로 자리를 잡은 듯한 모양새다. 자연히 콘텐츠를 향한 대중의 기대치도 달라지고 있다. 적은 자본으로도 예능인 개인의 입담과 감각 만으로 승부하기 위한 콘텐츠는 유튜브로, 배경과 연출 그리고 구성까지 짜임새 있는 콘텐츠는 TV 혹은 OTT로 시청 행태고 나뉘고 있는 것. 다변화된 플랫폼과 타깃 시청자를 상대로 살아남을 수 있는 전략 또한 구체화되고 있다. / monamie@ose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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