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10월 말, 프로야구 롯데 자이언츠 김태형 감독은 부임과 동시에 마무리 캠프를 지휘했다. 그 자리에서 단번에 눈에 들어온 선수가 있었다.
공식일정 첫 날, 선수단 파악을 모두 하지 못했던 김태형 감독은 투수들의 불펜 피칭을 지켜본 뒤 “좋은 왼손이 하나 있다. 키도 크다. 150km 던지는 것 같더라”라면서 특정 선수를 지칭했다. 김태형 감독이 지칭한 선수는 2020년 2차 1라운드 전체 4순위로 지명된 좌완 유망주 홍민기(23)였다.
올해로 입단 5년차에 접어든 홍민기는 프로에서의 시간 대부분을 부상과 사투를 벌였다. 어깨 팔꿈치 허리 등의 부상으로 마운드 위에 있는 시간은 그리 길지 않았다. 1군 경기는 2021년 1경기 등판에 그쳤다. 결국 11월, 지금은 LG로 트레이드 된 사이드암 우강훈과 함께 동반 입대 하면서 병역을 해결했다.
지난해 5월 전역을 했고 몸을 차근차근 만든 뒤 2군에서는 9월부터 실전 경기에 나섰다. 평균자책점 21.60(3⅓이닝 8자책점)에 볼넷 9개를 내줬다. 그럼에도 홍민기는 김태형 감독과의 첫 만남에서 깊은 인상을 남겼다. 홍민기는 당시를 회상하면서 “그날 컨디션이 좋았고 운이 좋았다. 앞으로 이런 모습을 계속 보여드려야 감독님께서 확신이 드시지 않을까 생각한다”라면서 차분하게 미래를 도모하겠다고 밝혔다.
마른 체구에서 비교적 탄탄한 체구로 변모한 홍민기는 올해 2군에서 선발 로테이션을 소화하고 있다. 그리고 성과도 괜찮다. 입단 5년차에 비로소 잠재력이 발현되는 모습이다. 올해 2군에서 5경기 선발 등판해 1승 평균자책점 1.37(19⅔이닝 3자책점)으로 호투를 이어가고 있다. 5이닝 이상을 소화한 경기는 1경기 뿐이지만 4이닝 이상 씩을 꾸준히 소화하면서 선발로서 빌드업을 해 나가고 있다.
최고 구속은 150km 언저리를 꾸준히 찍고 있고 평균 구속도 140km 중반대를 유지하고 있다. 140km 중후반대의 구속을 보유한 선발 투수는 당연히 매력적일 수밖에 없다. 볼넷 7개, 몸에 맞는 공 2개 등 문제가 됐던 제구력도 어느 정도 안정을 찾고 있다.
2군에서 꾸준히 선발 로테이션을 소화하는 선수는 홍민기, 그리고 팔꿈치 토미존 수술에서 회복한 이민석이 대표적이다. 이들은 현재 1군 선발진의 대체 후보 1순위다. 현재 5선발 이인복이 부진 끝에 낙마한 상황에서 선발 한 자리가 필요하다. 김태형 감독은 홍민기와 이민석을 모두 눈여겨 보고 있다.
이번 주만 하더라도 7일 경기가 우천 취소됐지만 선발 한 자리가 비어있다. 김태형 감독은 이민석과 홍민기에 대해 설명하면서 “두 선수가 좋다고 해서 지금 있는 선수를 빼서 넣을 수는 없다”라면서 “일단 홍민기는 한 번 1군에 올려서 보려고 한다. 이민석과 홍민기 두 선수를 상황에 따라서 한 번 올려서 써보려고 생각을 하고 있다”라고 강조했다.
당장 홍민기가 먼저 선발 기회를 받을 것으로 보인다. 7일 김해 상동구장에서 열린 KT 위즈와의 2군 경기에서도 홍민기는 이전처럼 4이닝 이상을 소화했던 것과 달리, 2이닝만 소화했다. 2이닝 동안 17개의 공만 던지면서 무4사구 2탈삼진 무실점을 기록하고 마운드를 내려왔다.
롯데는 10~12일, 부산 사직구장에서 LG와 주말 3연전을 치르는데, 좌타자들이 많은 LG를 겨냥할 가능성이 높아 보인다. 김태형 감독을 홀린 좌완 영건은 조만간 1군에 모습을 드러낼 전망이다. 홍민기의 1군 경험은 1경기에 불과하고 불펜 등판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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