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상 첫 1000만 관중 페이스를 보이며 흥행 대박을 치고 있는 KBO리그가 ‘오재원 사건’에 전전긍긍하고 있다. 프로야구 인기에 찬물을 끼얹을 악재가 될 가능성이 높아졌다.
조지호 서울경찰청장은 지난 7일 정례 기자 간담회를 통해 마약 투약 혐의 등으로 구속 수감된 야구 국가대표 출신이자 전 두산 베어스 내야수 오재원(39)에 대한 수사 진행 상황을 밝혔다.
조지호 청장은 “두산 구단이 자체적으로 확인해 명단을 통보한 8명 이외에 전현직 선수 5명을 더 확인할 필요가 있겠다 싶어서 총 13명을 수사 선상에 올렸다. 13명에 대해 모두 확인이 필요하다”며 대리 처방으로 수면제를 전달한 혐의를 받는 전현직 선수 13명을 입건했다고 알렸다.
오재원의 전 소속팀인 두산은 지난 3월말 구단 자체 조사에서 8명의 선수가 과거 오재원에게 수면제 대리 처방을 받아준 사실을 확인한 뒤 4월초 KBO 클린 베이스볼센터에 신고했다. 관련 선수 8명은 각자 변호사를 선임했고, 경찰 수사에 임하고 있다.
오재원은 주로 성품이 온순하며 빛을 보지 못한 2군급 젊은 선수들만 골라 불법 행위를 시킨 것으로 드러났다. 대부분 선수들이 오재원의 강압에 못 이겨 수면제를 대리 처방해준 것으로 알려졌다. 조 청장도 “위력에 의해 할 수 없이 대리 처방을 해줬다면 최종적인 판단에서 참고할 사안”이라고 밝혔다.
이에 따라 대부분 선수가 기소를 피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여기에 붙박이 1군 선수들이 없어 사건의 파장을 최소화할 수 있을 것으로 보였으나 전현직 선수 대상으로 수사 선상이 확대되면서 야구계 우려가 커지고 있다. 두산뿐만 아니라 다른 팀 선수까지 휘말린다면 리그 전체를 뒤흔드는 대형 사건으로 번질 수 있다.
시즌 초반부터 역대급 흥행 몰이에 나선 KBO리그 인기에도 큰 악재가 될지도 모른다. 7일까지 진행된 KBO리그 180경기에서 총 관중 254만133명이 입장했다. 평균 관중 1만4112명으로 2012년(1만3451명)을 넘어 역대 최고치를 찍고 있다.
전체 일정의 4분의 1을 소화한 시점에서 매진만 벌써 52회로 지난해 1년간 기록한 46회를 넘었다. 산술적으로 지금 페이스라면 총 관중 1016만532명. 2017년 840만688명을 넘어 KBO리그 역대 최초 900만, 더 나아가 꿈의 1000만 관중까지 기대할 만하다.
야구 열기가 어느 때보다 뜨거운데 오재원 사건이 변수로 떠올랐다. 그동안 수많은 사건사고에도 흔들리지 않고 국내 최고 프로 스포츠 인기를 유지해온 KBO리그이지만 이번 사건은 시즌 도중 10명 이상 선수들이 연루됐다는 점에서 우려가 크다. 리그의 이미지 훼손은 물론이고 사법 처벌을 받거나 KBO 징계를 받게 될 선수의 비중에 따라 시즌 판도에도 영향을 미칠 수 있다.
리그 모든 구성원들이 야구 인기 부흥을 위해 온힘을 모으고 있는 상황에서 오재원 사건이 계속 헤드라인을 장식 중이다. 그야말로 미꾸라지 한 마리가 물을 흐리는 꼴이다. 지난해 5월 오재원은 “난 코리안 특급(박찬호)이 싫다. 무책임한 말들로 바보 만든 선수가 한두 명이 아니다”고 공개 저격했는데 지금 오재원이야 말로 무책임한 행동으로 리그를 들쑤셔 놓고 있다.
오재원은 지난달 17일 마약류관리법 위반(향정), 특정범죄 가중처벌 위반(보복협박 등), 주민등록법·건강보험법 위반, 특수재물손괴, 사기 등의 혐의로 구속 기소됐다. 서울중앙지검 강력범죄수사부에 따르면 오재원은 지난 2022년 11월부터 지난해 11월까지 총 11차례에 걸쳐 필로폰을 투약했고, 지난해 4월 지인의 아파트 복도 소화전에 약 0.4g 필로폰을 보관한 혐의를 받고 있다.
또한 지난해 1월부터 올해 3월까지 총 89차례에 걸쳐 지인 9명으로부터 향정신성의약품인 스틸녹스정 2242정을 수수하고, 지인 명의를 도용해 스틸녹스정 20정을 매수한 혐의도 있다. 이뿐만 아니라 지인이 자신의 마약류 투약 사실을 신고하려 하자 망치로 지인의 휴대전화를 부수고 협박하면서 멱살을 잡은 혐의도 적용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