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리 생제르맹(PSG)의 이강인(23)이 프랑스 무대에 먼저 진출했던 선배 12명의 '꿈'을 대신 이뤘다. 한국인으로 첫 리그1 정상에 올랐다.
PSG는 29일(한국 시간) 프랑스 리옹의 파르크 올랭피크 리요네에서 열린 2023-2024시즌 리그1 31라운드에서 2위 AS모나코가 리옹에 2-3으로 패하면서 잔여 3경기 결과와 상관없이 조기 우승을 확정했다.
전날(28일) PSG는 르아브르와의 홈 경기에서 3-3으로 비겼다. 승점 70점 고지를 밟은 PSG는 모나코가 이날 패배로 승점 58에 그치면서 승점 12점 차로 조기에 우승컵을 들어 올렸다.
‘우승’ 행보를 이어간 PSG다. 앞서 2021-2022, 2022-2023시즌 리그 챔피언에 올랐던 PSG는 올 시즌에도 정상에 올랐다. 3연패이자 통산 12번째 우승을 차지했다.
이날 전까지 이강인은 '컵대회 우승'만 경험했었다. 과거 라리가 발렌시아 시절 2018-2019시즌 코파 델 레이(스페인 국왕컵) 정상에 오른 데 이어 이번 시즌 프랑스 슈퍼컵(트로페 데 샹피옹)에선 결승골을 직접 넣으며 PSG의 우승을 이끌어냈다.
이강인은 PSG가 우승을 확정하자 구단이 만든 '우승 기념 동영상'을 자신의 소셜미디어 계정에 올리며 '트로피' 이모티콘을 곁들였다. 기쁨을 표현한 것이다.
서정원(스트라스부르), 이상윤(로리앙), 안정환, 강진욱, 어경준(이상 메스), 박주영(모나코), 남태희(발랑시엔), 정조국(오세르), 권창훈(디종), 석현준(트루아), 황의조(보르도), 윤일록(몽펠리에) 등에 이어 13번째로 프랑스 무대를 밟은 이강인은 PSG 이적 첫 시즌 '한국인으로 처음' 리그1 우승컵을 차지했다.
더불어 이강인은 만 23세에 유럽 5대 ‘빅리그(잉글랜드·독일·스페인·이탈리아·프랑스)’에서 우승을 맛본 네 번째 한국 선수로 등극했다.
앞서 유럽 5대 리그 우승 경험이 있는 선수는 맨체스터 유나이티드 시절 박지성 전북 현대 테크니컬 디렉터, 정우영(슈투트가르트), 김민재(바이에른 뮌헨)다.
박지성은 2006-2007, 2007-2008, 2008-2009, 2010-2011시즌 프리미어리그(EPL) 우승한 경험이 있다.
정우영은 2018-2019시즌 리그 1경기 소화하고 독일 분데스리가 바이에른 뮌헨 소속으로 커리어에 ‘우승’을 추가했다.
김민재는 2022-2023시즌 이탈리아 세리에A 나폴리에서 구단의 33년 만의 리그 우승을 함께했다.
‘탄탄대로’ 커리어를 쌓고 있는 이강인이다.
2011년 7월, 당시 10살이던 이강인은 발렌시아 유스팀에 입단했다. 이후 2017년 12월 발렌시아 B팀에 합류하며 본격적으로 커리어를 쌓기 시작했다.
발렌시아 B팀에서 두 시즌 동안 공식전 26경기(4골)를 뛴 이강인은 2018년 10월 코파 델 레이(국왕컵)로 1군 무대 데뷔전을 치렀다. 그는 만 17세 327일의 나이로 한국 선수 역대 최연소 1군 데뷔 기록을 세웠다.
이후 이강인은 2019년 1월 30일 등번호 16번을 부여받고 공식적으로 발렌시아 1군 팀에 합류했다.
2019년 국제축구연맹(FIFA) 20세 이하(U-20) 월드컵에서 이강인은 세계에 이름을 더욱 널리 알렸다. 2골 4도움을 기록하며 한국 축구의 준우승에 큰 힘을 보탠 데 이어 대회 최우수선수에게 주어지는 골든볼을 수상했다.
이후 더 많은 출전시간을 확보하기 위해 2021년 마요르카로 이적한 이강인은 2022-2023시즌 급성장한 기량으로 PSG의 러브콜을 받아 더 큰 곳으로 무대를 옮겼다.
PSG는 이강인을 품을 때부터 기대감을 숨기지 않았다. 이강인이 어린 시절 2007년 KBS 예능 프로그램 '날아라 슛돌이’에 ‘축구 천재’로 출연했단 소식을 다루기까지 했다. 구단은 “불과 6살의 나이에 한국에서 이강인은 유명인이 됐다”라고 소개했다.
그런 이강인이 어느새 성인이 돼 어렵다는 ‘빅리그’ 우승컵을 들어올렸다. 놀라운 것은 고작 23세라는 것이다.
더불어 ‘더 올라갈 곳’이 아직 남았단 것도 놀라운 대목이다.
'2관왕 달성' 이강인은 ‘4관왕’ 가시권에도 있다.
PSG는 올시즌 UCL 4강에 안착한 상황이다. 내달 2일 도르트문트와 결승행 티켓을 두고 맞붙는다.
바르셀로나를 8강에서 물리치는 데 일조한 이강인은 박지성, 이영표, 손흥민의 계보를 이으며 UCL 준결승에 진출한 4번째 한국인 선수로 기록됐다.
이영표는 2004-2005시즌 에인트호번에서 박지성과 함께 4강 무대를 누볐다. 박지성은 이후로도 맨유에서 꾸준히 준결승에 올랐다.
한국인 선수가 UCL 4강에 오른 건 지난 2018-2019시즌 손흥민(토트넘) 이후 처음이다. 당시 손흥민은 결승에서 리버풀에 트로피를 내줬다.
이강인이 손흥민 다음으로 5년 만에 UCL 결승을 밟을 수 있을지 관심이다.
더 나아가 이강인은 박지성에 이어 16년 만에 한국인 선수로서 UCL 우승에 도전한다. 역대 한국인 선수가 UCL에서 우승한 건 2007-2008시즌 맨유 시절의 박지성이 마지막이다.
또 PSG는 쿠프 드 프랑스(프랑스 FA컵) 결승 진출에도 성공한 상태다.
이강인이 노리는 ‘4관왕(리그1+프랑스 슈퍼컵+UCL+FA컵)’은 맨유에서 뛰던 박지성도 일궈내지 못한 대업이다. /jinju217@osen.co.kr
[사진] 파리 생제르맹 소셜 미디어 / 이강인 ⓒGettyimages(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