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로야구 두산 베어스의 2년차 우완 유망주 김유성(22)이 프로 데뷔 첫 승을 신고했다. 우여곡절 끝에 내딛은 프로 무대에서 감격의 첫 승을 맛봤다. 외국인 투수 2명이 모두 부상으로 이탈한 두산은 최준호(20)에 이어 김유성까지 선발 영건을 둘이나 건졌다.
김유성은 26일 대전 한화생명이글스파크에서 벌어진 2024 신한 SOL Bank KBO리그 한화 이글스와의 원정경기에 선발등판, 5이닝 3피안타(1피홈런) 2볼넷 4탈삼진 2실점 호투로 두산의 10-5 승리를 이끌었다. 시즌 첫 등판이자 데뷔 첫 1군 선발 경기에서 프로 첫 승을 신고했다.
올 시즌 퓨처스리그 2경기 모두 승리투수가 된 김유성은 13이닝 3실점 평균자책점 2.08로 안정감을 보이며 1군 선발 기회를 잡았다. 경기 전 이승엽 두산 감독은 김유성에 대해 “(정해놓은 이닝, 투구수는) 그런 건 없다. 초반 1~2회를 잘 넘기면 4회까지도 갈 수 있다고 판단된다. 초반이 중요하다”면서 “2군에서 기복이 있다는 보고도 있었지만 1군에서 선발로 기회를 받을 때가 됐다. 좋은 피칭을 보여주길 바란다”고 기대했다.
이승엽 감독 말대로 1회 시작부터 위기가 왔다. 한화 1번 최인호에게 볼넷을 내준 뒤 요나단 페라자의 먹힌 타구가 좌익수 앞에 떨어지는 안타가 됐다. 무사 1,2루 위기에 몰렸지만 노시환을 3구 삼진, 채은성을 1루 땅볼, 안치홍을 유격수 내야 뜬공 처리하며 실점 없이 극복했다. 자신감을 얻었는지 2~3회 연속 삼자범퇴에 성공하며 9타자 연속 아웃 처리하며 기세를 올린 김유성은 4회 채은성에게 솔로 홈런을 맞아 첫 실점했다. 3구째 137km 슬라이더가 한가운데 몰린 실투가 됐다.
하지만 나머지 3타자를 범타 요리한 김유성은 5회 최인호에게 우중간 1타점 2루타를 맞아 추가점을 내줬지만 페라자를 유격수 땅볼 처리하며 선발승 요건을 갖췄다. 총 투구수 74개로 스트라이크 45개, 볼 29개. 시속 최고 149km, 평균 145km 직구(50개)를 비롯해 슬라이더(22개), 커브, 포크볼(이상 1개)을 구사했다. 주무기 슬라이더로 잡아낸 삼진이 3개.
두산은 외국인 투수 라울 알칸타라(팔꿈치), 브랜든 와델(허리)이 모두 부상으로 이탈한 가운데 5선발 김동주도 2군으로 내려갔다. 대체 선발이 둘이나 필요한 상황에서 2군 퓨처스 팀 선발 로테이션을 돌던 우완 최준호에 이어 김유성이 콜업됐다. 먼저 기회를 최준호가 지난 23일 잠실 NC전에서 최고 151km 강속구를 뿌리며 5이닝 2피안타(1피홈런) 1볼넷 6탈삼진 1실점 호투로 강한 인상을 남겼다. 이승엽 두산 감독은 “하루하루 어렵다. 부상 선수들이 많아 힘든 시기인데 어린 선수가 그렇게 던져서 이기면 팀 분위기가 올라간다. 준호가 잘 던져준 것이 팀으로선 굉장히 중요했다”고 칭찬했다.
최준호의 2023년 드래프트 동기인 김유성도 이날 데뷔 첫 승을 거두며 이승엽 감독을 웃게 했다. 이 감독은 경기 후 “김유성이 데뷔 첫 선발등판이라는 부담스런 상황에서도 5이닝을 소화하며 자신의 역할 그 이상을 해냈다. 데뷔 첫 승을 축하하며 앞으로도 좋은 모습을 기대한다”고 축하했다.
김해고-고려대 출신으로 지난해 2라운드 전체 19순위로 두산에 지명된 김유성은 우여곡절이 많은 선수다. 2020년 8월 열린 신인 드래프트에서 연고팀 NC의 1차 지명을 받았지만 이후 중학교 시절 학교폭력 가해자로 처벌받은 사실이 밝혀져 논란이 됐다. 이에 NC가 김유성에 대한 지명을 철회했다. 초유의 사건으로 프로행이 좌절된 김유성은 고려대로 진학했지만 대한야구소프트볼협회로부터 1년 자격정지 징계를 당하며 1년간 마운드에 서지 못했다.
징계를 마친 뒤 2학년 때부터 다시 마운드에 오른 김유성은 얼리 드래프트로 나와 두산의 지명을 받았다. 피해자로부터 용서를 받은 뒤 지난해 4월말 1군 무대에 선 김유성은 그러나 1군에서 7경기 평균자책점 9.95에 그쳤다. 6⅓이닝 동안 볼넷 12개를 허용하며 제구 난조에 시달리며 대부분 시간을 2군 퓨처스리그에 머물렀다. 올해도 시작은 2군이었지만 선발로 계속 준비했고, 이날 첫 1군 선발등판 기회에서 기다렸던 승리를 따냈다.
경기 후 김유성은 “(김)기연이형이 좋은 리드를 해줬고, 타자들이 초반에 점수를 많이 내줘서 편하게 던질 수 있었다. 1회 볼넷이랑 안타를 주고 나서 머리가 약간 띵했다. 내 공 자신 있게 던지자고 했는데 결과가 좋아서 다행이다”며 “처음 선발 통보를 받았을 때는 그렇게 긴장이 안 됐는데 야구장 오니까 긴장이 되더라. 선배들이 으쌰으쌰해줘서 좋은 결과를 낼 수 있었다. 5회까지 던졌다는 생각이 들지 않을 정도로 긴장을 많이 했다. 1이닝, 1이닝 이겨내자는 생각으로 던졌다”고 첫 승 소감을 말했다.
지난해 1라운드 전체 9순위로 먼저 지명된 ‘드래프트 동기’ 최준호가 앞서 받은 선발 기회에서 호투한 것도 좋은 자극이 됐다. 김유성은 “드래프트 동기라서 친한 사이다. 준호가 잘 던졌으니 나도 잘 던져보자는 생각으로 했다”며 “준호에게 지난번 뭐가 좋았냐고 물어보니 ‘변화구 컨트롤이 괜찮았고, 직구를 자신 있게 던진 게 잘 통했다’고 하더라. 나도 그런 부분을 생각하고 던졌는데 나보다 준호가 잘 던졌다”면서 웃었다.
지난해 기대만큼 결과는 나오지 않았지만 1군 무대를 직접 경험한 것도 성장의 발판이 됐다. 그는 “1군에 있으면서 경험을 많이 쌓은 게 좋게 작용하지 않았나 싶다”며 “아직 시즌이 100경기 넘게 남았기 때문에 앞으로가 더 중요하다. 지금 이 페이스를 잘 유지해야 할 것 같다”고 말했다.
감격의 첫 승 순간 부모님이 가장 먼저 생각났다는 김유성은 “2군에서 열심히 잘 가르쳐주신 김상진, 권명철 코치님도 생각난다”며 “선발이든 중간이든 팀이 이기는 것을 첫 번째로 두겠다. 팀이 최대한 높은 곳에 올라가는 게 목표이고, 개인적인 목표라면 1경기 1경기 열심히 던져서 1군에 버티는 것이다”고 각오를 다졌다. /waw@osen.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