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우 김갑수가 '눈물의 여왕' 출연 및 연기 비하인드를 전했다.
최근 서울 강남구 역삼동에 위치한 에스엔피유니콘 스튜디오에서는 tvN ‘눈물의 여왕’ 종영 기념 배우 김갑수의 인터뷰가 진행됐다.
'눈물의 여왕'은 퀸즈 그룹 재벌 3세, 백화점의 여왕 홍해인과 용두리 이장 아들, 슈퍼마켓 왕자 백현우의 아찔한 위기와 기적처럼 다시 시작되는 사랑 이야기를 그린다.
이날 김갑수는 "요즘 인사받느라고 정신이 없다. 다니면 사람들이 그동안 잘 안 나오다가, 나오자마자 굉장히 시청률이 높은 드라마에 출연하게 되니 사람들이 많이 인사한다. 잘 보고 있다고 하더라. 그동안 작품을 제가 많이 안 해서, 다들 노는 줄 알았다더라. 이제는 드라마 안 나오냐고 하면, ‘겨울이라 추워서 안 해요’ 하고 말았다"라고 웃으며 "(작품이) 잘 되어서 저도 같이 출연하는 드라마로서 기분이 좋다. 그게 다 애들의 덕분이지 않을까. 김지원이, 김수현이 덕분"이라고 너스레를 떨었다.
김갑수는 극 중 퀸즈그룹의 회장 홍만대 역으로 열연, 자신의 비자금 행방만을 찾는 모슬희(이미숙 분)의 야욕을 보고 스스로 죽음을 택하며 최후를 맞이하며 강렬하게 퇴장했다. 이와 관련해 김갑수는 "사실 원래 대본에서는 더 일찍 죽었었다. 그런데 3~4회 더 뒤로 가서 죽었다. 이유는 저도 모르겠다. 결말이 딱히 바뀐 것은 아닌데, 그냥 죽이는 걸 더 뒤로 가져가신 것 같다"라며 "(빠른 하차가) 저로서는 아쉽긴 하다. 작가님이 (연장을) 해주셨으면 얼마나 좋았을까, 싶긴하다. 그래도 제가 죽어야 다른 이야기가 전개되고, 해결 날 것도 나다보니까. 죽어야지 뭐. 어떡하나. 그래도 처음부터 죽는다는 걸 알고 시작했으니까 (괜찮다)"라고 털어놨다.
캐릭터 연기 비하인드도 털어놨다. 극 중 홍만대의 기억상실과 연기의 경계를 표현하였던 김갑수는 "저도 '정말 얘가 기억을 잃었나?'고 생각했다. 정확하게 구분하기 싫었다. 결국 보시는 분들께서 좋은 쪽으로 생각하시길, 재미있는 쪽으로 생각하시길 바랐다"라며 "그냥 보시는 분들에게 맡기는 거다. 내가 결정을 해서는 안된다. 작가님도 마찬가지 아니었을까 싶다. 작가님도 지문으로 ‘기억상실증에 걸림’이라고 쓰지는 않으셨다. 그렇게 하니까 연기자가 본인이 하고 싶은 대로 할 수 있었다. 그러니 저도 연기 일수도, 기억상실증에 걸렸을 수도 있겠다고 생각했다"라고 말했다.
또한 김갑수는 '홍만대의 최애 가족 구성원은 누구였을까'라는 질문에 "큰아들에게는 기업을 맡길 수 없다고 생각했을 거고, 둘째 아들은 기업을 이끌어갈 능력 자체가 부족하다. 손자는 엉뚱한 짓이나 하고 있고, 결국 (홍만대에게는) 혜인이 밖에 없었을 것"이라며 "사실 제가 조금 아쉬웠던 게 있다. 감독님께 혜인이와 홍만대가 교감할 수 있는 장면을 넣어달라고 작가님에게 부탁해 줄 수 없냐고 했었다. 예를 들어 단순하게, 홍만대가 혜인이에게 나는 너를 믿고 있어, 라던가 할아버지, 이건 어떻게 하겠습니다. 라든가. 무언가 기업과 가족에 대한 이야기를 두 사람이 나눌 수 있는 한 장면이라도 있었으면 아쉬움이 있었다. 다만 작품을 쓰다 보면 다 할 수는 없다. 반영은 되지 않았지만, 그래도 제일 아쉬운 부분은 그거였던 거 같다. 드라마로는 아무 문제 없는데, 연기자 입장에서는 그런 게 들어갔으면 인물이 더 풍성해지지 않았을까 싶다"라며 소신을 전하기도 했다.
김갑수가 바라본 캐릭터의 해석도 들을 수 있었다. 그는 "작가님이 표현한 걸 보면, 홍만대가 모슬희에 대한 생각이 남달랐을 거라고 생각했다. (한마디로) 애증의 관계가 아닌가 한다. 사랑은 아니지만, 홍만대가 그만큼 믿었던 인물이 모슬희였을 거다. 재산까지 빼앗기게 생겼는데 불구하고, 단호하게 대처하지 못한 것들을 보면, 아마 그런 관계가 아니었나 싶다. 연민의 감정도 있었을 것"이라며 "(전체적으로) 홍만대는 좋은 사람이었던 거 같다. 모슬희가 나쁘다는 것은 아니다. 모슬희는 충분히 그럴 수 있다고 생각했다. 촬영하면서 그렇게 이야기 하기도 했다. (내가 모슬희여도) 이런 환경이 있으면 너무 좋겠다고. 왜냐면, (홍만대가) 다 들어주고, 다 해주고, 사기치는 것 같아도 다 받아주고, 잘 해주고, 옷도 돈도 다 주니까"라고 웃었다.
그러면서 "홍만대와 모슬희의 관계가 좋은 게 그거다. 선을 넘지 않는다는 점. 그게 좋았다. 좋아하는 관계인가? 둘이 어떤 관계지? 싶어서. 사람들이 안타까워하는 부분이 그런 거 아닌가 싶다"라며 "(두 사람의 관계가) 사랑이라 이야기하긴 어렵지만, 사랑일 거 같다. 겉으로 표현할 수는 없지만, 믿음, 그리고 연민, 애증의 관계가 있지 않을까 싶다. 홍만대에게 있어 자신의 어린 시절을 떠올리게 하는 게 모슬희밖에 없지 않나. 또 믿을 수 있는 사람이 없지 않나. 자식이래 봐야 영 별로고. 그걸 위로 해줄 수 있는데 누굴까, 했을 때는 모슬희가 있었을 거다. 그런 게 홍만대의 마음이 아닐까 싶다"라고 분석했다.
배우 이미숙과의 호흡 소감도 놓치지 않았다. 그는 "이전 작품에서도 호흡은 많이 있었다. 대표적으로는 '신데렐라 언니'가 있는데, 그때도 호흡을 잘 맞췄다. 그 작품을 보신 분들은 이번 작품에서도 많이 기억해 주시는 것 같더라. 재밌게도 '눈물의 여왕'과 '신데렐라 언니'에서 미숙 씨와 저의 서사가 비슷하다. 제가 거기서도 죽고, 여기서도 죽었다. 그때는 제가 술 만드는, 양조장 사장이었다. 거기서도 미숙 씨가 애를 데리고 들어와서 우리 집안을 말아먹으려고 그랬다"라고 웃으며 "그때도 호흡이 참 잘 맞았다. 그 이후로도 작품을 더 했을 텐데, 할 때마다 잘 맞는다. 이번에도 호흡이 아주 잘 맞았다. 서로 잘 알고 있으니 연기할 때 편하다"라고 설명했다.
'사망 전문배우', '죽어야 사는 남자', '단명의 아이콘' 등, 웃픈(웃기다와 슬프다의 합성어) 별명이 붙은 김갑수는 수많은 작품에서 유독 죽음을 많이 맞이했다. 이번 '눈물의 여왕'에서도 역시 죽음을 맞이한 김갑수는 "작품 내에서 등장하는 영정사진은 제작진에서 항상 준비를 해 놓으시더라. 볼 때마다 '저 사진은 어디서 구하셨지?'하는 사진도 있다"라며 너스레를 떨며 "언제부턴가 그랬더라. 어떤 기자님이 예전에 '단명의 아이콘'이라는 표현을 쓰신 것 같다. 그때부터 '일찍 죽어서 이번엔 작품이 안 됐나?', '이번엔 오래 사나?'하던데, 이런 반응이 재미있지 않나. 보통 시청자도 그런 생각을 가지고 있는 거 같다. 그게 썩, 좋은 건 아닌 것 같음에도 불구하고, 시청자분들이 재밌어하지 않나. 주변에서 ‘이번에도 또 돌아가세요?’하고 물어보고. ‘나 안 죽어요!’하면 ‘다행이다’하고 박수 쳐주는 사람도 있고 재미있다"라고 웃었다.
이어 "종종 물어보시는 게, ‘죽는지 알고 아셨어요? 섭섭하시죠?’ 하는데, 몇 회에 죽는지 다 알고 들어간다. 작품 들어갈 때 ‘내가 죽어야 해? 왜 죽어? 작품이 이렇게 재밌는데?’하고 물어본다. 설명을 듣고 납득이 되면, (죽음이) 필요하면 죽는 거다. 그냥 총 맞아 죽으면 의미가 없겠지만, 작품 속에서 결정적으로 필요할 때 죽는 것, 그게 중요한 거 같다. 내 생각엔, 지금까지 제가 그냥 죽었던 적은 없었다고 생각한다. 내 죽음으로 인해 무언가 바뀌고, 해결되었다고 생각한다"라고 소신을 전했다.
그러면서 "예전이나 어렸을 때는 작품을 시켜만 주면 좋았다. 얼굴을 최대한 많이 비춰야 하니까. 그런 시간이 다 지나고, 요즘에는 다 른게 없다. 작품이 좋아야 하는 건 당연한 거고. 큰 역할, 작은 역할을 떠나서 임팩트가 있어야 한다고 생각한다. 아무리 역이 커도 임팩트가 없으면 소용이 없다. 저는 그런 작품 안 한다. 끝까지 산다고 해서 안 하고, 죽어도 임팩트가 있으면 한다. 그런 주의다. 결국은 나만이 할 수 있는 것. 김갑수만이 할 수 있는 연기, 역할. 그걸 할 수 있으면 한다"라고 말했다.
작품 밖, 배우 김갑수의 뒷이야기도 들을 수 있었다. 김갑수는 1977년 극단 ‘현대극장’ 1기로 데뷔, 1984년 개봉한 영화 ‘태백산맥’을 통해 대중들에게 본격적으로 얼굴을 알렸다. 이후 ‘태조 왕건’, ‘연개소문’, ‘장화, 홍련’, ‘신데렐라 언니’, ‘몽땅 내사랑’, ‘공범’ 등 드라마, 영화를 넘나들며 강렬한 연기를 펼쳐왔다.
연기 경력만 약 50년 차가 된 김갑수는 "최근에 '한동안 작품을 쉬었다'는 반응이 좀 있는데, 사실 전 쉬지 않고 계속 작품을 해오긴 했다. 다만 요즘엔 많이 안 하고 1년에 한 작품 정도만 하려고 한다. 예전에는 아시겠지만, 한 번에 네 작품씩 촬영했다. 그러니까 그 대사를 어떻게 다 외우지? 싶을 정도였다. 역할이 적어도 서너 작품을 하면 하면, 사극이랑 현대물도 같이 하는 경우도 있었다. 그러다 보니 언제부터는 줄이기 시작했다. 1년에 한 작품만 하자. 나도 이제 편하게 살자, 싶었다"라고 털어놨다.
달라진 촬영 현장에 대해서도 귀띔했다. 그는 "예전에 작품을 할 때는, 감독이 왕이었고, 스태프들이 배우를 뛰어넘었다. 지금은 너무너무 많이 변했다. 그런 시절에 정말 욕먹으면서 이 일을 해왔다. 언제부턴가는 감독도 스태프들도 배우들의 평가가 달라지고, 배우들에 대한 대우가 달라졌다. 그게 많이 변해서, 참 좋아진 거 같다. 이제는 다 같이 노력하지 않나"라며 "또 예전에 같이 했던 스태프들이 이제는 감독도 되고, 그런 걸 보면 기분이 좋다. 만나서 예전 이야기도 하고"라며 미소를 지었다.
그는 '인생의 전환점이 되었던 작품이 있나'라는 질문에는 "영화 같은 경우는 '태백산맥'이다. 그게 영화로서는 제게 첫 작품이었다. 대중한테 알려진 첫 작품이다 보니 전환점이 되었다. 그다음 드라마에서 가장 컸던 건 ‘태조왕건’이었다. 워낙 엄청난 시청률을 기록했기 때문"이라며 "이 밖에도 나머지는 좋은 작가, 작품들을 계속해서 만나왔다. 근래에는 ‘미스터 션샤인’이 기억에 남는 것 같다. 그 외의 작품이 나쁘다는 게 아니다. 그런 곳에서 좋은 연기자들이 나오지 않았나. 태리도 있고. 병헌이야 워낙 스타고. 그런 작품을 하고 나면 기분이 좋다. 여실히 노력해서 만들었고, 좋은 감독이었고, 좋은 작품이 나왔으니 행복한 일"이라고 떠올렸다.
향후 계획에 대해서는 "올해는 tvN 작품을 5월부터 촬영한다. 방송은 올가을쯤 되지 않을까 싶다. 제 역할이 크지는 않다. '눈물의 여왕'과 분량이 비슷할 것 같다. 서브 역할로 나올 것"이라며 "이외에는 유튜브를 해볼까 생각을 좀 하고 있다. 젊은 분들과 나이 드신 분들을 다 포섭할 콘텐츠가 뭐가 있을까 싶다. 배우가 유튜브를 하는 게 쉽지 않은 거 같은데, 이걸 좀 뛰어넘어서 해보고 싶다. 사실 그런 데에 대한 욕심이 좀 있다. 내 스스로 발산해 보고 싶고, 보여주고 싶다는 게 있다. 나이가 들기는 했지만, 젊은 나이니까, 할 때까지는 해보고 싶다. 연기뿐이 아니라 예능도 해보고 싶다. 다양하게 분야를 좀 넓혀보고 싶다는 생각이 있다"라며 열정을 보였다.
끝으로 김갑수는 "사실 저는 본방 사수는 안 한다. 어차피 내용을 다 알고 있으니 잘 안 보게 되더라. 찍은 대로 나왔겠지, 감독이 알아서 했겠지, 싶어서 주로 정주행하는 편"이라고 고백하면서도 "(시청률이) '사랑의 불시착'은 당연히 넘어설 것 같다. 같은 작가님의 작품인데, 얼마나 행복하겠나 싶다. 본인 작품으로 1~2위를 하는 게 쉽지 않은 것인데. (기록까지) 0.2% 남았다는데, 두 회차가 남았으니 아마 넘어설 것 같다. 동시에 '이제는 내 손을 떠났구나!' 싶다. 저는 이제 제가 곧 촬영하는 작품에 최선을 다할 것 같다. 차기작도 재미있다. 개인적으로 아주 기다리는 작품"이라고 덧붙여 기대감을 자아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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