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거는…이제 냉정하게 판단하고 움직여야 한다고 생각한다.”
SSG 랜더스에 지금 최대 고민은 외국인 선발진이다. 올해로 2년차를 맞이하는 로에니스 엘리아스는 4경기 1승2패 평균자책점 4.63의 성적을 기록 중이다. 첫 2경기 호투를 했지만 최근 2경기에서는 난조를 보였다. 그래도 지난해 대체선수로 합류해 22경기 8승6패 평균자책점 3.70을 기록했다. 보여준 게 있고 검증이 된 선수다. 일시적인 난조라고 봐도 무방하다.
문제는 엘리아스의 짝인 로버트 더거다. 더거는 지난해 트리플A 퍼시픽코스트리그에서 평균자책점(4.31)과 탈삼진(143개) 1위에 오른 경력을 갖고 올해 SSG 유니폼을 입었다. 총액 90만 달러에 사인했다.
그러나 더거의 현재 기록은 처참하다. 1승도 거두지 못했고 시즌 평균자책점은 12.71(22⅔이닝 32자책점)에 달한다. 피안타율이 무려 3할6푼6리고 이닝 당 출루 허용(WHIP)은 2.07로 낙제 수준이다.
지난 6일 창원 NC전 선발 등판해 3이닝 12피안타 4볼넷 3사구 14실점(13자책점)을 기록하고 강판됐다. 역대 한 경기 최다 실점 타이 기록이라는 불명예 기록을 수립했다. 다음 등판이었던 12일 수원 KT전에서는 1이닝 4피안타(1피홈런) 2볼넷 2탈삼진 4실점으로 강판 당했다.
그리고 24일 사직 롯데전에 선발 등판해 2⅔이닝 9피안타 2탈삼진 7실점을 기록하고 강판 당했다. 최정의 468홈런 대기록과 함께 팀은 12-7로 역전승을 거뒀지만 자칫 초상집 분위기 속에서 대기록의 잔칫상이 펴질 뻔 했다.
이날 경기를 앞두고 이숭용 감독은 더거의 지난 18일 KIA전 5이닝 1실점의 반등투를 본 뒤 “마운드 위에서 달라진 지점이 있었다. 마운드 위에서 다른 느낌이 있었다. KIA전 잘 던졌다. 좋은 분위기를 갖고 왔으니까 자신감을 얻지 않았을까 생각한다”라며 반등의 계기가 될 수 있을 것이라고 기대했다.
하지만 기대는 처참하게 무너졌다. 이숭용 감독의 인내심도 이제 한계에 다다른 듯 했다. 25일 경기를 앞두고 취재진과 최정과 추신수의 대기록 이야기를 나누며 분위기는 화기애애애했다. 하지만 더거의 얘기가 나오자 이숭용 감독의 얼굴도 굳어졌다. 비장했다. 이 감독의 인내심도 이제 한계에 다다른 듯 했다.
이숭용 감독은 “이제 심사숙고할 생각이다. 이제 좀 더 냉정하게 판단하고 움직여야 하지 않나라는 생각을 하고 있다. 투수파트, 전력분석파트와 함께 다양한 방안들을 고민하고 있다”라고 설명했다.
물론 전날 경기를 비롯해 더거의 등판 때마다 묘한 상황이 나오는 것도 참작했다. 전날 등판 역시 1회 중계플레이 과정에서 실수가 두 차례나 나오며 실점으로 연결됐고 또 묘한 타구로 위기가 만들어졌다. 하지만 이숭용 감독은 더 이상 이 지점을 고려하지 않기로 했다.
그는 “사실 시범경기부터 더거가 던지는 날에는 조금 이상한 장면들이 연출됐다. 도루를 하면 송구가 빠지거나 폭투가 나와서 한 베이스를 더 내보냈다. 한 번도 매끄럽게 흘러간 적이 없었다. 어제도 원바운드 타구가 내야를 넘어가거나 중계플레이 때 실책이 나왔다. 선수들이 너무 잘하려고 하는 것인지 혼자 생각을 많이 했다”라면서도 “하지만 그런 상황이 나오더라도 투수는 막아줘야 할 때 막아야 야수들한테도 신뢰를 더 얻을 수 있다. 그런 것까지 생각을 했다. 2군으로 내리는 등 다양한 방안들을 고려하고 있다”라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이 감독은 “저는 고민할 때는 심사숙고 한다. 하지만 결정을 내리면 뒤도 돌아보지 않고 직진하는 성격이다”라면서 더거데 대한 고민의 시간도 얼마 남지 않았다고 강조했다. 현재 성적이라면 퇴출이 이상하지 않은 상황이다.
5월 이후 옵트아웃 등으로 외국인 선수 시장에 매물이 나오고 협상 과정도 있기에 대체 선수를 구하는 것은 시간이 걸린다. 하지만 분명한 것은 이제 SSG와 이숭용 감독의 인내심은 한계에 도달했다는 것, 그리고 결단을 내려야 하는 시점이 다가오고 있다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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