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로야구 SSG 랜더스는 90만 달러(12억 3750만원)에 배팅볼 투수를 사온 것일까. SSG 로버트 더거(29)가 또 한 번 충격적인 등판 결과와 마주했다. ‘퇴출 0순위’ 수식어는 변하지 않을 것 같다.
더거는 24일 부산 사직구장에서 열린 ‘2024 신한 SOL Bank KBO리그’ 정규시즌 롯데 자이언츠와의 경기에 선발 등판해 2⅔이닝 9피안타 2탈삼진 7실점을 기록하고 강판 당했다.
이날 더거는 최고 150km의 포심 15개, 최고 148km의 투심 11개, 슬라이더 18개, 커브 4개, 체인지업 2개 등을 구사했다. 50개의 공을 던졌는데 빠른 카운트에 공략 당했다.
이날 더거는 1회부터 흔들렸다. 수비 도움을 받지 못한 것도 참작을 해야하지만 본인이 위기 상황을 틀어막고 억제하지 못했다.
1회부터 실점 했다. 선두타자 윤동희에게 좌전 안타를 맞았다. 그런데 이후 중계플레이 과정에서 실책이 나오면서 윤동희를 2루에 내보냈다. 황성빈에게 중전안타, 2루 도루를 허용해 무사 2,3루 위기에 몰린 더거는 레이예스에게 좌익수 희생플라이를 내주며 선제 실점 했다. 계속된 1사 2루에서는 전준우에게 좌선상 적시 2루타를 얻어 맞아 2실점 째를 기록했다. 이어진 1사 2루에서는 정훈을 유격수 직선타로 잡아내고 귀루하지 못한 2루 주자까지 잡아내며 더블 아웃으로 간신히 1회를 마감했다.
타선이 2회초 곧바로 4점을 뽑아내면서 더거의 어깨를 가볍게 해줬다. 더거는 득점 지원을 받으면서서 경기를 잘 풀어가는 듯 했다. 2회에는 손호영을 좌익수 뜬공, 한동희를 3루수 땅볼, 김민성을 우익수 뜬공으로 처리, 삼자범퇴 이닝을 만들었다. 문제는 3회말이었다. 던지는 족족 얻어맞았다. 3회 선두타자 정보근은 삼진으로 처리했다. 그러나 윤동희에게 유격수 내야안타를 허용했다. 그리고 황성빈에게 우중간 적시 3루타를 허용했다. 그리고 중계플레이 때 다시 한 번 실책이 나왔다. 3루수 최정이 송구를 뒤로 빠뜨리면서 황성빈을 홈까지 질주하게 만들었다.
이후 레이예스, 전준우에게 연속 2루타로 1점, 손호영에게 적시 3루타, 한동희에게 좌전 적시타를 연달아 얻어 맞았다. 더거는 결국 3회를 버티지 못하고 강판됐다.
이날 부진으로 더거의 시즌 평균자책점은 12.71(22⅔이닝 32자책점)까지 상승했다. 피안타율이 무려 3할6푼6리고 이닝 당 출루 허용(WHIP)은 2.07까지 치솟았다.
SSG는 더거의 충격투에도 12-7로 역전승을 거뒀다. 역대 최다 신기록인 최정의 통산 468번째 홈런을 시작으로 역전의 분위기를 만들었다. 하지만 대기록의 기쁨과는 별개로 선발진 한 축의 부진을 진지하게 고민해야 했다.
더거는 매 경기 새로운 충격을 안겨주고 있다. 더거는 지난 6일 창원 NC전 선발 등판해 3이닝 12피안타 4볼넷 3사구 14실점(13자책점)을 기록하고 강판됐다. 역대 한 경기 최다 실점 타이 기록이었다. 1999년 8월 7일 두산 베어스 김유봉이 대구 시민구장에서 열린 삼성 라이온즈전에서 구원으로 4이닝 동안 14실점을 기록한 게 최초였다. 두 번째 기록은 2017년 6월 29일에 나왔다. 삼성 재크 페트릭이 광주 KIA 타이거즈전에서 선발로 2이닝 동안 14실점을 내준 바 있다.
다음 등판이었던 12일 수원 KT전에서는 1이닝 4피안타(1피홈런) 2볼넷 2탈삼진 4실점으로 강판 당했다. 18일 KIA전 5이닝 3피안타 1볼넷 3탈삼진 1실점으로 반등을 마련하는 듯 했지만 다시 난타 당했다.
SSG가 투자한 12억 가량의 금액이 허공으로 증발할 위기다. 더거의 부진에도 순항하고 있지만 긴 시즌을 고려하면 마냥 낙관적으로 생각할 수는 없다. SSG도 꺼내기 힘든 극약처방의 카드도 고려해야 하는 것이 아닐까. /jhrae@osen.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