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인 최초 메이저리거 박찬호(51)와 쏙 빼닮은 외모로 화제가 된 한국계 3세 미국인 투수 미치 화이트(30)가 샌프란시스코 자이언츠에 새 둥지를 텄다. 한국인 외야수 이정후(26)와 한솥밥을 먹게 된 화이트는 그를 만나자마자 월드베이스볼클래식(WBC) 한국대표팀 이야기를 나누며 태극마크에도 관심을 나타냈다.
샌프란시스코는 지난 24일(이하 한국시간) 뉴욕 메츠전을 앞두고 화이트를 26인 로스터에 올렸다. 지난 21일 토론토 블루제이스에서 현금 트레이드를 통해 샌프란시스코로 옮긴 뒤 3일 만에 빅리그에 콜업된 것이다.
지역지 ‘샌프란시스코 크로니클’에 따르면 화이트는 캘리포니아주 산호세 출신으로 어릴 때 자이언츠 팬이었다. 가장 좋아하는 선수는 통산 104승을 거두며 올스타에 3번 선정된 우완 에이스 맷 케인.
화이트는 “케인은 볼넷을 주지 않고, 필요할 때 삼진을 잡을 수 있는 진정한 투수였다. 내가 닮고 싶은 모습이다”며 샌프란시스코 합류 첫 날부터 기분 좋게 어릴 적 추억을 떠올렸다.
“이보다 더 잘 풀릴 순 없었다”고 샌프란시스코 이적을 반긴 화이트는 “등번호 54번을 쓰게 돼 기쁘다”고 말했다. 2010년, 2012년, 2014년 샌프란시스코의 월드시리즈 우승 3회에 기여한 특급 불펜 세르지오 로모가 쓰던 54번을 받으면서 화이트는 여러모로 동기 부여가 되고 있다.
이어 샌프란시스코 크로니클은 ‘화이트의 어머니가 한국인이라 이정후를 만난 것도 그를 더욱 기쁘게 했다. 두 사람은 이날 잠시 대화를 나눴다’고 전했다. 화이트는 한국말을 할 줄 모르고, 한국 음식도 잘 모르지만 같은 한국의 피가 흐르고 있으니 이정후와 동질감을 가질 만하다.
화이트는 “이정후는 이미 많은 성공을 거뒀다. 대단하다고 생각한다. 보기 좋다”며 “WBC 한국대표팀에 대해서도 이야기를 조금 나눴다. 언젠가 모든 것이 잘 풀리면 정말 멋질 것 같다”고 향후 태극마크에 대한 의지도 드러냈다.
화이트는 어머니가 한국 출신 이민 2세대로 한국인의 피가 흐르고 있다. WBC는 현재 국적과 관계없이 부모 또는 조부모 혈통이나 출생지로 국적을 택할 수 있는데 한국계 2세 내야수 토미 에드먼(세인트루이스 카디널스)이 지난해 WBC에서 태극마크를 달고 참가한 바 있다.
비록 한국이 1라운드에서 조기 탈락해 아쉬움 속에 WBC를 마쳤지만 에드먼은 어머니의 나라를 위해 뛰며 추억을 쌓고 돌아갔다. 화이트도 WBC 대표팀에 관심을 드러낸 만큼 2026년 대회에서 태극마크를 달 수 있을지 주목된다. 이를 위해선 2년 뒤까지 화이트가 충분한 경쟁력을 보여줘야 한다.
2016년 드래프트에서 2라운드 전체 65순위로 LA 다저스에 지명된 우완 투수 화이트는 2020년 빅리그 데뷔 후 선발과 구원을 오가는 스윙맨으로 던졌다. 2022년 8월 토론토로 트레이드된 그는 올해까지 5시즌 통산 63경기(22선발·172⅓이닝) 4승11패 평균자책점 5.07 탈삼진 148개를 기록 중이다. 평균 시속 94마일(151.3km) 포심 패스트볼에 슬라이더, 스위퍼, 커브, 싱커를 구사한다.
다저스 시절 쏠쏠하게 활약했지만 토론토에서 기대에 미치지 못했다. 2022년에는 클레이튼 커쇼의 부상 공백을 메우며 다저스에서 15경기(10선발·56이닝) 1승2패 평균자책점 3.70으로 호투했지만 그해 8월초 토론토로 트레이드된 뒤 10경기(8선발·43이닝) 승리 없이 5패 평균자책점 7.74로 부진했다.
지난해에는 시즌 전 어깨 부상으로 시작이 늦었고, 6월 콜업후 10경기(12⅔이닝) 구원등판했지만 1패 평균자책점 7.11로 아쉬움을 남겼다. 올해는 5선발 후보 중 하나로 경쟁했지만 불펜으로 들어갔다. 시즌 첫 등판이었던 지난 1일 탬파베이 레이스전에서 3이닝 무안타 1볼넷 무실점 호투로 토론토 이적 첫 승을 신고했지만 이후 3경기 연속 실점으로 흔들렸다.
샌프란시스코 데뷔전이었던 25일 뉴욕 메츠전도 1-6으로 뒤진 9회 올라왔지만 프란시스코 린도어에게 투런 홈런을 맞는 등 1이닝 2피안타(1피홈런) 1볼넷 2실점으로 흔들렸다. 시즌 평균자책점은 6.55로 올랐다. 그래도 롱릴리프로 경험이 많고, 구원 평균자책점 30위(5.82)로 불펜이 크게 무너진 샌프란시스코에선 어떻게든 쓰임새가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waw@osen.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