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상에 이렇게 황당한 퇴장도 있다. 뉴욕 양키스 애런 분(51) 감독이 팬이 한 말 때문에 황당하게 퇴장을 당했다.
분 감독은 23일(이하 한국시간) 미국 뉴욕주 브롱스 양키스타디움에서 열린 2024 메이저리그 오클랜드 애슬레틱스와의 홈경기에서 1회부터 퇴장 명령을 받았다.
상황은 이랬다. 1회초 오클랜드 1번타자 에스테우리 루이스는 투스트라이크에서 양키스 선발 카를로스 로돈의 4구째 몸쪽 슬라이더에 오른발을 맞고 사구로 1루에 나갔다. 이 과정에서 루이스가 체크 스윙을 했는데 1루심과 주심은 스윙으로 인정하지 않았다.
분 감독이 1루 덕아웃에서 나와 주심 헌터 웬델스테트 심판에게 어필했지만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이후 분 감독이 1루 덕아웃에 돌아갔는데 로돈이 다음 타자 타일러 네빈에게 초구를 던진 뒤 웬델스테트 심판이 1루 덕아웃을 바라보더니 퇴장을 명령했다.
1루 쪽에서 무슨 말을 들은 웬델스테트 심판은 분 감독이 불만을 표출한 줄 알고 그를 퇴장시켰다. 하지만 TV 중계 화면을 보면 분 감독은 아무 말하지 않고 껌을 씹고 있었다. 갑작스런 퇴장 콜에 깜짝 놀란 분 감독이 다시 그라운드에 나와 관중석을 손으로 가리켰지만 이미 엎질러진 물.
1루 덕아웃 뒤쪽 관중석의 누군가가 심판에게 소리를 친 것으로 보였다. 양키스 팬으로 추정되는 남성팬이 불만을 나타낸 것인데 억울하게 분 감독이 누명을 쓴 것이다. 선발투수 로돈이 공 5개를 던진 상태에서 분 감독은 초고속 퇴장을 당하고 말았다.
양키스 주관 방송사 ‘YES 네트워크’ 중계를 통해 감독과 심판 사이 대화가 고스란히 전파를 탔다. 웬델스테트 심판은 1차 어필을 마친 분 감독에게 “나한테 소리 지르지 마라. 난 내가 해야 할 일을 했고, 1루심에게 확인을 했다. 더 하고 싶은 말이 있어도 그만하라. 알겠나”라고 쏘아 붙였다.
이후 1루 쪽에서 무슨 말이 나오자 곧바로 퇴장 명령을 내렸다. 분 감독이 “난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말한 사람은) 덕아웃 위에 있다”며 억울해했다. 브래드 아스머스 양키스 벤치코치도 “팬이 한 말이다”고 거들었지만 웬델스테트 심판은 “누가 말했든 상관없다. 당신은 퇴장이다”며 분 감독에게 강경한 태도를 취했다.
‘MLB.com’을 비롯해 현지 보도에 따르면 웬델스테트 심판은 “분 감독 자신이 한 말이 아니어도 그 발언에 대한 책임은 분 감독에게 있다. 그는 양키스 감독이며 덕아웃에서 일어난 모든 일에 대한 책임이 있다”고 밝혔다. 양키스 덕아웃 쪽에서도 불만이 나왔고, 그에 대한 책임을 분 감독이 져야 했다고 설명했다.
지난 11일 마이애미 말린스전에 이어 시즌 두 번째 퇴장을 당한 분 감독은 2018년 부임 후 7년간 통산 퇴장이 35번에 달한다. 심판들에게 자주 어필하는 것으로 유명하다 보니 이런 불이익을 받았을 가능성이 있다.
이에 대해 분 감독은 “당황스럽고 믿을 수 없지만 그렇게 생각하지 않는다. 난 심판들에게 공정한 대우를 받고 있고, 많은 심판들과 좋은 관계를 유지하고 있다. 내가 몇몇 사람들보다 목소리가 조금 더 크고, 열정적이지만 그걸로 불이익을 받는다고 생각하진 않는다”고 말했다.
감독의 황당 퇴장 속에 양키스는 오클랜드에 0-2로 패했다. 선발투수 로돈이 7이닝 1피안타 2볼넷 4탈삼진 무실점으로 잘 던졌지만 타선이 3안타 무득점으로 침묵했다. 애런 저지가 4타수 무안타 2삼진으로 침묵하며 시즌 타율 1할7푼4리, OPS .645로 떨어졌다. 15승8패가 된 양키스는 볼티모어 오리올스(15승7패)에 아메리칸리그(AL) 동부지구 1위 자리를 내줬다. /waw@osen.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