샌프란시스코 자이언츠 이정후(26)가 다시 안타를 생산했다. 기막힌 컨택으로 아웃존 안타를 만들어내며 13경기 연속 출루에 성공했다.
이정후는 23일(이하 한국시간) 미국 캘리포니아주 샌프란시스코 오라클파크에서 치러진 2024 메이저리그 뉴욕 메츠와의 홈경기에 3번타자 중견수로 선발출장, 3타수 1안타 1득점 1볼넷 멀티 출루 활약으로 샌프란시코의 5-1 승리를 이끌었다.
전날(22일) 애리조나 다이아몬드백스전에서 볼넷과 몸에 맞는 볼로 두 번 출루했지만 2타수 무안타로 11경기 연속 안타 행진이 끊긴 이정후는 지난 8일 샌디에이고 파드리스전부터 이어온 연속 출루 행진을 13경기로 늘렸다.
18일 마이애미 말린스전부터 최근 5경기 연속 멀티 출루까지 펼치고 있는 이정후는 시즌 타율을 2할8푼2리에서 2할8푼4리(88타수 25안타)로 끌어올렸다. OPS도 .725에서 .729로 소폭 상승했다.
샌프란시스코 지역 라디오 방송 ’KNBR’에 따르면 이날 경기를 앞두고 밥 멜빈 샌프란시스코 감독은 이정후가 규정타석 타자 중 삼진율(경기 전 9.5%)이 5번째로 적은 것에 대해 “놀랍다. 모든 시리즈, 모든 경기에서 이전에 본 적 없는 투수들을 상대하는데도 삼진을 거의 당하지 않으면서 일관되게 공을 맞히고 있다. KBO보다 높은 레벨의 빅리그에서 더 좋은 투수들을 상대하고 있다는 점에서 매우 인상적이다”고 말했다.
보통 투수와 타자가 처음 만나면 타자가 불리하기 마련이다. 생소함, 낯설음을 무기로 한 투수가 유리하다. 여기에 KBO리그보다 수준 높은 투수들을 계속 만나고 있으니 이정후에겐 적응기가 필요하다. 그런데 개막 한 달도 지나지 않은 23일까지 시즌 22경기 99타석에서 삼진이 9개로 삼진율이 9.1%에 불과하다. 23일 메츠전까지 포함하면 2년 연속 타격왕 루이스 아라에즈(마이애미 말린스·9.3%)를 밀어내고 규정타석 타자 189명 중 가장 낮은 1위로 올라섰다.
공을 보는 선구안과 맞히는 기술이 그만큼 뛰어나다. 이날 메츠전에서도 처음 만난 투수 호세 퀸타나 상대로 이정후가 자신의 능력을 유감없이 보여줬다. 메이저리그 13시즌 통산 93승을 거둔 베테랑 좌완 퀸타나를 맞아 이정후는 1회 1루 땅볼 아웃됐지만 3회 두 번째 타석에서 안타를 터뜨렸다.
무사 1루에 들어선 이정후는 퀸타나의 초구 한복판에 들어온 싱커를 지켜봤다. 이어 2구째 싱커가 높은 존에 걸치면서 투스트라이크 불리한 카운트에 몰렸지만 3구째 하이 패스트볼과 4구째 가운데 슬러브를 파울로 치며 타이밍을 잡기 시작했다.
유리한 카운트를 점한 퀸타나는 5구째 공을 바깥쪽으로 뺐다. 76.5마일(123.1km) 슬러브를 바깥쪽 낮게 떨어뜨렸다. 그런데 이 공에 이정후의 배트가 따라나왔다. 허리가 빠진 채로 배트 컨트롤을 하며 공을 맞혔고, 타구는 우익수 앞에 떨어지는 안타가 됐다.
아웃존 안타로 이정후의 타고난 컨택 기술이 빛을 발한 순간. 샌프란시스코 주관 방송사 ‘NBC스포츠 베이에어리어’ 중계진도 “바깥쪽 코너에 완벽하게 로케이션된 공을 쳤다. 이것이 우리가 이정후에 대해 말하는 포인트다. 그는 팀 내에서 누구보다 정타를 잘 만들어낸다. 하체에 힘이 많이 들어가지 않아도 안타를 칠 수 있다”고 감탄을 금치 못했다.
이정후의 안타로 이어지 무사 1,2루 찬스에서 샌프란시스코는 호르헤 솔레어가 루킹 삼진을 당했지만 맷 채프먼이 좌측 2타점 2루타를 치며 4-0으로 달아났다. 메츠 좌익수 브랜든 니모가 공을 한 번에 못 잡고 펜스까지 굴러간 사이 이정후가 1루에서 홈까지 전력 질주해 추가 득점을 올렸다. 시즌 13득점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