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로야구 한화 이글스의 주전 2루수로 활약한 문현빈(20)이 데뷔 후 처음으로 2군에 내려갔다. 세 번의 병살타 충격을 극복하지 못한 채 재충전 시간을 갖는다.
한화는 지난 22일 투수 한승주, 내야수 김인환과 함께 문현빈을 1군 엔트리 말소했다. 개막전 선발 2루수로 시즌 시작했지만 한 달 만에 2군으로 내려간 것이다.
한 달 사이 많은 일들이 있었다. 개막전이었던 지난달 23일 잠실 LG전에서 4회말 2사 1루에서 신민재의 평범한 땅볼 타구를 뒤로 빠뜨리는 실책을 범했다. 문현빈의 실책 이후 류현진이 3연속 안타를 맞고 추가 3실점하며 이닝을 마치지 못한 채 강판됐다. 한화는 개막전에서 2-8로 패했다.
큰 충격이 될 수 있는 경기였지만 문현빈은 빠르게 극복했다. 바로 다음날(24일) LG전에서 1-1 동점으로 맞선 5회초 결승 적시타를 터뜨리며 한화의 시즌 첫 승을 견인했다. 이후 1번 타순까지 올라와 31일 대전 KT전에선 프로 데뷔 첫 4안타 4타점 경기를 펼치며 한화의 7연승을 이끌었다. 이때까지 문현빈은 8경기 타율 3할4푼6리(26타수 9안타) 9타점 OPS .894를 기록했다.
그러나 4월 들어 16경기 타율 1할7푼3리(52타수 9안타) 1홈런 3타점 OPS .501로 페이스가 확 꺾였다. 시즌 전체 성적도 24경기 타율 2할3푼1리(78타수 18안타) 1홈런 12타점 OPS .643으로 떨어졌다.
4월 첫 경기였던 지난 2일 대전 롯데전부터 꼬였다. 이날 한화는 0-1로 졌는데 9회말 무사 만루 찬스를 놓쳤다. 무사 만루에 들어선 문현빈이 롯데 마무리 김원중의 초구 바깥쪽 낮게 존을 벗어나는 포크볼에 어정쩡한 스윙을 하다 2루 쪽으로 땅볼을 쳤다. 전진 수비를 펼친 롯데 내야가 4-2-3 병살타로 연결했다. 요나단 페라자의 고의4구로 계속된 2사 만루에서 채은성이 삼진을 당하면서 한화가 졌고, 패배의 화살이 문현빈에 쏠렸다.
다음날 최원호 한화 감독은 “초구부터 자기 스윙한 것은 좋게 본다. 그저 결과가 좋지 않았을 뿐이다”며 문현빈을 감싸안았지만 4일 뒤에는 비슷한 상황이 발생했다.
6일 고척 키움전 9회초 1사 1,2루 찬스가 문현빈에게 걸렸다. 9회초 2점을 낸 한화가 5-6으로 따라붙으면서 기세를 올렸지만 문현빈이 또 병살을 쳤다. 키움 마무리 문성현의 4구째 몸쪽 직구를 받아쳤지만 2루 땅볼이 나오면서 4-6-3 병살타로 이닝이 끝났다.
그 다음날 시즌 1호 홈런 포함 2안타로 다시 살아나는가 싶었지만 9일 잠실 두산전에 병살로 또 흐름이 끊겼다. 3-5로 뒤진 8회초 1사 1루에서 최지강의 초구 투심을 밀어쳤지만 3루수에게 향하면서 5–4-3 병살타. 이날 경기도 한화가 3-5로 패했다.
이후 10경기 타율 1할대(.160)로 문현빈의 페이스가 급격하게 떨어졌다. 6경기 사이에 병살타 3개를 몰아쳤는데 경기 후반 따라가는 시점에 반복되다 보니 타석에서 생각이 많아지거나 움츠러들 수밖에 없었다. 최근 10경기 주자가 있을 때 타율 1할3푼3리로 저조했다.
지난 13일 대전 KIA전에서 문현빈을 선발 제외한 최원호 감독은 “현빈이가 원래 안 그런 스타일인데 안 좋은 공에 배트가 따라나가고 있다. (심적으로) 쫓기는 것이다”고 바라봤다. 그래도 타격 사이클이 회복되면 감을 빨리 찾을 줄 알았는데 좀처럼 살아나지 않으면서 2군행 조치를 내렸다.
문현빈이 2군에 내려간 것은 프로 지명 이후 처음 있는 일이다. 2022년 11월 마무리캠프부터 1군 선수단에 합류한 문현빈은 지난해 스프링캠프부터 정규시즌 종료까지 계속 1군에 있었다. 개막 엔트리에 들어 중견수, 2루수를 오가며 고졸 신인으로는 역대 4번째로 많은 114안타를 쳤다. 1군 풀타임으로 시즌을 완주한 뒤 올해도 캠프를 시작으로 1군에 쭉 있었다. 2군에 내려가지 않고 1군에서 승승장구했지만 이번에 처음으로 브레이크가 걸렸다. 20살 젊은 선수에게 피할 수 없는 성장통. 2군에서 충격을 잊고 리프레시해야 한다.
문현빈의 2군행으로 한화 2루는 당분간 김태연, 이도윤이 나눠 맡는다. 지난 21일 경기 전 최원호 감독은 “현빈이가 2루를 보면서 타격감을 회복하는 게 제일 좋지만 컨디션이 떨어진 기간이 길어지고 있다”며 문현빈의 2군행을 시사한 뒤 “2군 상황도 봐야 한다. 정은원이 2군 경기 중 공에 (발뒤꿈치) 맞아서 오늘까지 훈련을 하지 않는다. 당분간 2루는 김태연과 이도윤이 나가야 할 것 같다. 선발 매치업에 따라 두 선수가 나가는 구상을 하고 있다”고 밝혔다.
올해 14경기 타율 3할4푼4리(32타수 11안타) 5타점 7볼넷 3삼진 OPS .926으로 활약 중인 김태연의 타격감이 좋아 공격 위주 라인업을 짤 때는 선발 2루수로 기회를 받는다. 에이스 투수들이 나와 수비 위주 라인업이 필요할 때는 이도윤이 먼저 나서는 식으로 당분간 한화 2루가 운영될 전망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