햄스트링 부상으로 이탈 중인 프로야구 한화 이글스 유격수 하주석(30)은 지난 21일 일본으로 출국했다. 가나가와현 요코하마의 이지마 재활원을 찾아 치료를 받고 내달 3일 귀국하는 일정을 잡았다.
하주석 개인적으로 요청해 움직인 것이다. 최원호 한화 감독은 “조금 더 빨리 회복하기 위해 일본에 치료를 받으러 갔다”며 “(햄스트링 회복은) 결국 시간이 흘러야 하는데 아무 것도 안 하고 가만히 있는 것 같으니 본인도 답답하지 않겠나. 선수 입장에선 뭐라도 해보기 위한 것이다”고 전했다.
하주석은 시즌 초반 한화 돌풍의 중심에 있었다. 개막전부터 주전 유격수로 나서 11경기 타율 3할2푼4리(34타수 11안타) 3타점 OPS .773으로 쏠쏠한 타격을 했다. 표본이 크진 않지만 득점권 타율 4할2푼9리(7타수 3안타)로 6~9번 하위 타선에서 결정력을 뽐내며 타선에 힘을 실었다.
수비에서도 유격수 10경기(81이닝), 3루수 1경기(1이닝) 나선 하주석은 82이닝 무실책으로 안정감을 뽐내며 한화 내야의 중심을 잡았다. 최원호 감독도 “타격시 몸이 빠지면서 헛스윙률이 높았는데 그런 부분이 많이 잡혔다. 공수에서 높은 기여도를 보이고 있다”며 만족스러워했다.
그러나 지난 5일 고척 키움전에서 2회초 중전 안타를 치고 나간 뒤 2루 도루를 하다 아웃됐다. 이 과정에서 슬라이딩을 하다 왼쪽 햄스트링에 통증을 느꼈고, 3회말 수비를 앞두고 교체됐다. 하루이틀 정도 쉬어가면 되는 수준인 줄 알았는데 MRI(자기공명영상) 검진 결과 햄스트링 파열 의심 소견이 나왔다.
그로부터 2주가 지난 뒤에도 눈에 띄는 진전이 없자 하주석은 일본 이지마 치료원을 찾기로 결심했다. 일본 재활의 성지로 유명한 접골원인데 전기 기계를 활용한 특수 치료로 근육 손상 회복에도 일가견 있다. 이지마 쓰요시 원장이 직접 다루는 이 기계는 전기 신호로 부상 부위를 확인한 뒤 미세한 회복 전류를 보내 치료를 진행한다.
일본뿐만 아니라 우리나라에서도 종목을 가리지 않고 여러 선수들이 뼈가 부러지거나 근육이 손상됐을 때 이지마 치료원을 찾아 부상 복귀 기간을 앞당기곤 했다. 지난해에는 KIA 나성범과 김도영이 이곳에서 치료를 받은 바 있다. 지난해 4월2일 문학 SSG전에서 오른쪽 중족골이 부러지면서 3~4개월 공백이 예상된 김도영은 2개월 반 만에 실전 복귀했다.
지난 2022년 11월 음주운전에 적발되면서 KBO 징계로 70경기 출장정지를 당한 하주석은 지난해 1군 25경기 타율 1할1푼4리(35타수 4안타)에 그치며 최악의 해를 보냈다. 실전 공백 여파로 공수에서 제 모습을 보여주지 못했고, 시즌이 끝나기 전 일본 미야자키 교육리그에 참가했다. 마무리캠프까지 절치부심했고, 올해 호주 1차 스프링캠프도 선발대로 먼저 떠나며 독하게 준비했다.
시범경기를 통해 폼을 끌어올린 하주석은 주전 유격수 자리를 찾아 한화의 시즌 초반 돌풍에 기여했다. 지난달 24일 잠실 LG전에서 3회 임찬규를 상대로 10연속 파울 커트로 무려 16구까지 가는 끈질긴 승부를 펼치며 팀의 시즌 첫 승에 기여했다. 이날부터 7연승을 달린 한화는 개막 10경기 8승2패로 구단 역대 최고의 스타트를 끊었다.
하지만 공교롭게도 하주석이 부상을 당한 날부터 5연패에 빠지며 주춤했다. 하주석 이탈 후 3승11패로 성적이 떨어지며 순위도 1위에서 7위로 급전직하했다. 승부처에서 불펜 부진, 타선 침묵, 작전 미스 등 여러 악재가 겹치긴 했지만 하주석의 공백도 빼놓을 수 없는 요소다.
지난주부터 독립리그 출신 신인 황영묵이 선발 유격수로 출장, 안정된 수비와 야무진 타격 솜씨로 활력을 불어넣고 있다. 지금 페이스가 쭉 지속되면 좋겠지만 아직 확신할 순 없다. 페이스가 한 번쯤 떨어질 시기가 올 텐데 그때 하주석이 돌아오면 큰 힘이 될 것이다. 일본 재활의 성지로 향한 하주석이 복귀 시기를 앞당길 수 있을지 주목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