덕수고등학교 정윤진 감독이 남다른 결단력으로 팀을 우승으로 이끌었다.
덕수고는 22일 인천 SSG랜더스필드에서 열린 ‘이마트배 전국고교야구대회’ 전주고등학교와의 결승전에서 8-5 역전승을 거두고 우승을 차지했다. 주요 전국대회에서 통산 21번째 우승이며, 이마트배 우승은 2013년, 2020년, 2023년에 이어서 4번째다.
경기 출발은 좋지 않았다. 선발투수 유희동이 아웃카운트를 하나도 잡지 못하고 2타자만에 교체된 것이다. 장윤진 감독은 유희동이 선두타자 엄준현을 볼넷으로 내보내고 성민수에게 안타를 맞자 마운드에 올라갔다. 유희동과 이야기를 나누던 장윤진 감독은 결국 투수 교체 승부수를 띄웠다. 덕수고는 1회에만 2실점을 하며 경기 초반 분위기를 내줬다. 하지만 뒤이어 등판한 이지승(3⅔이닝 3실점 2자책)과 김영빈(5⅓이닝 무실점)이 경기 마지막까지 잘 버텨줬고 타선이 경기를 뒤집으면서 짜릿한 역전승을 일궈냈다.
정윤진 감독은 경기 전 인터뷰에서 “(유희동은) 장신투수(195cm)다보니까 위에서 던지는 타점이 높다. 주무기는 스플리터와 낙차 큰 커브다. 2가지 공이 제구가 되면 3~4이닝을 충분히 막아줄 것으로 기대한다”라며 유희동의 호투를 기대했다. 하지만 막상 경기에서는 2타자만에 교체하는 결단을 내렸다.
경기 후 인터뷰에서 “유희동은 3~4이닝을 던져줄 것으로 기대했는데 너무 긴장한 것 같았다”라며 1회 상황을 돌아본 장윤진 감독은 “볼넷이 나와서 교체한 것이 아니다. 너무 긴장을 한 것 같아서 마운드에 올라갔다. 사실 안바꾸려고 올라간 것이다. 그런데 가슴이 쿵쾅쿵쾅 뛰는게 느껴져서 ‘아 이건 아닌 것 같다’ 싶었다. 그래서 바로 교체를 결정했다. 이지승과 김영빈이 던져줬는데 정말 잘던져줘서 정말 정말 고맙다”라고 말했다.
“오시후가 투런홈런을 쳐서 스포트라이트를 받겠지만 사실 오늘 MVP는 김영빈이라고 생각한다”라고 말한 장윤진 감독은 “(유)희동이가 그런 투수가 아닌데 오늘은 너무 긴장을 한 것 같다. 다음주에 또 기회를 줄 것이다. (김)영빈이도 믿었는데 그 기대에 부응을 해줬다. 오늘 구속도 시속 142km까지 나오고 제구력도 좋았다. 너무 고맙다”라고 김영빈의 호투에 기뻐했다.
덕수고는 이날 리드오프 박민석이 전주고 에이스 정우주의 공에 머리를 맞아 쓰러졌다. 정우주는 다행히 의식을 잃지는 않았지만 구급차로 병원에 이송됐다. 정윤진 감독은 “(박)민석이가 머리가 심하게 부어서 걱정을 했다. 경기 중에도 계속 확인을 했다. 민석이 어머니하고 통화를 했는데 CT 촬영 결과 다행히 머리에는 큰 이상이 없다고 한다. 내일 아침에 MRI를 찍어보기로 했다. 지금은 어머니가 아이를 데려오고 있다. 선수들이 민석이 몫까지 열심히 하자고 했는데 동기부여가 돼서 우승을 할 수 있었던 것 같다”라며 박민석의 쾌유를 기원했다.
올해 첫 전국대회를 우승으로 장식한 장윤진 감독은 “마음이 좀 편해졌다. 남은 시즌은 아이들하고 같이 편안한 분위기에서 즐겁게 야구를 할 수 있을 것 같다. 그러다보면 아이들 실력이 더 늘지 않을까 싶다”라고 이야기했다.
덕수고는 이마트배 우승을 차지하면서 지난해 8월 6일 대통령배 16강에서 경북고에 3-4로 패배한 이후 단 한 번도 패하지 않고 19연승을 내달렸다. 이날 경기에서는 원투펀치 정현우와 김태형이 모두 등판할 수 없었지만 값진 승리를 따냈다. 장윤진 감독은 “이제 주말에 토요일과 일요일 연달아 경기가 있다. (정)현우와 (김)태형이에게 주말에 어떻게 할 것인지 물었더니 ‘저희가 나가야죠’라고 하더라. 그래서 알겠다고 했다. 연승이 중요한 것은 아니다. 언젠가 우리도 질 것이다. 그렇지만 매 경기 성실하게 고등학생다운 야구를 끝까지 하는 것이 중요하다. 그래서 팬들이 계속 좋아하는 모습을 보고 싶다”라며 남은 시즌 각오를 다졌다. /fpdlsl72556@osen.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