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겼으니 한 잔 해".
맨체스터 유나이티드는 22일(한국시간) 영국 런던의 웸블리 스타디움에서 열린 코번트리 시티(2부리그)와 2023-2024 FA컵 준결승전에서 연장 접전 후 승부차기까지 가는 접전 끝에 힘겹게 승리했다.
이로써 대망의 FA컵 결승에 진출한 맨유다. 하지만 전반 23분 스콧 맥토미니, 전반 추가시간 해리 매과이어, 후반 13분 브루노 페르난데스의 연속골로 3-0으로 앞섰던 맨유가 2부 리그 팀을 상대로 후반 26분, 34분, 후반 추가시간 잇따라 3골을 내준 뒤 연장까지 가는 경기력은 팬들에게 한숨을 안겼다.
더구나 승리 확정 직후 벌어진 상황은 더욱 황당했다. 맨유는 승부차기에서 극적으로 이겼다. 마지막 주자 라스무스 호일룬의 페널티킥이 성공하면서 맨유 팬들은 2연속 FA컵 결승 진출에 환호를 내질렀다.
하지만 벌어질 광경은 기대와 달랐다. 승리 확정 슈팅을 성공시킨 호일룬은 관중 앞에서 세리머니를 펼쳤으나 동료들이 아무도 동참하지 않았다. 뒤늦게 크리스티안 에릭센이 홀로 호일룬에게 다가왔을 뿐이다. 페르난데스와 카세미루는 마지막 장면을 보지 않았고 아마드 디알로는 우두커니 서 있을 뿐이었다.
수비수 매과이어는 달랐다. 매과이어는 곧바로 코번트리 선수들에게 다가가 악수하고 어깨를 토닥이며 위로를 건넸다. 2부리그 팀이 4강까지 올라와 0-3으로 뒤진 경기를 따라 잡은 뒤 승부차기까지 끌고 온 것에 대한 존중의 표시였다.
팬들이 가장 황당하게 지켜 본 선수는 안토니였다. 안토니는 호일룬의 골이 들어가자 코번트리 선수들 앞으로 뛰어가더니 귀에 손을 모은 채 뒷걸음질 치는 도발적인 세리머니를 보였다. '아무 소리도 들리지 않네'라며 상대를 조롱하는 행동이었다.
팬들은 이 장면을 지켜 보면서 한숨을 내쉬고 있다. 팀이 승리했으나 선수들 대부분이 결승 진출에도 별다른 기쁨을 보이지 않고 있기 때문이다. 더구나 선수들이 저마다 제각각 행동으로 팀워크가 깨진 듯 보였다.
이겼긴 했지만 맨유의 경기력은 빈말로도 좋지 못했다. 특히 3-0으로 앞서고 있는 후반 15분 이후 내리 3골을 허용하면서 위기에 몰렸다. 심지어 연장전에서는 코벤트리의 결승골이 있었지만 비디오판독(VAR)으로 취소되지 않았으면 말 그대로 패배할 위기였다.
이 경기를 포함해서 맨유는 최근 모든 대회서 5경기서 단 한 번 승리하지 못했다. 사실상 리그에서도 4위가 멀어졌을 뿐만 아니라 그나마 남은 FA컵 결승전이 남아았지만 하필 상대가 맨체스터 시티. 사실상 이 경기력으로 승리 가능성이 희박하다.
이런 경기에도 불구하고 에릭 텐 하흐 감독은 경기 후 인터뷰에서 맨유의 경기력에 대해 칭찬했다. 그는 "우리 팀의 경기력이 전혀 부끄럽지 않다. 결국 경기가 끝나면 남는 것은 '성과'다. 실수는 있겠지만 그것이 부끄러운 것이 아니라 성취로 이어진다"라고 자신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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