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록 토마스 투헬 감독 아래서는 백업멤버지만 김민재(바이에른 뮌헨)은 경쟁자 에릭 다이어 보다 훨씬 강력한 모습을 경기장에서 증명했다.
바이에른 뮌헨은 21일(이하 한국시간) 독일 베를린의 슈타디온 안 데어 알텐 푀르스테라이에서 열린 2023-2024 독일 분데스리가 30라운드에서 우니온 베를린을 5-1로 대파했다.
이미 레버쿠젠(승점 79점)에 우승을 내준 바이에른 뮌헨(승점 66점)은 분데스리가 12연패에 실패했다. 바이에른 뮌헨은 2위 자리를 두고 3위 슈투트가르트(승점 63)와 치열한 다툼을 하고 있다.
'철기둥' 김민재가 4경기 만에 선발로 나섰다. 김민재가 선발로 뛴 경기는 지난 6일 하이덴하임 원정 풀타임이 마지막이었다. 이후 김민재는 아스날과 챔피언스리그 2경기에서는 벤치만 지켰다.
김민재는 활동범위가 넓은 원래 스타일을 버리지 않았다. 상대가 역습을 시작하려 할 때 공격수에게 다가가 실수를 유발하는 수비를 초반부터 보여줬다. 김민재가 깔끔하게 처리하지 못하고 루즈볼이 되면 한 발 뒤에 있던 다이어가 이를 커버해 주는 방식으로 수비가 작동했다.
전반 18분 상황이 대표적이었다. 우니온 공격수 베네딕트 홀러바흐가 공을 받을 때 김민재가 다가가 몸싸움을 걸었는데, 공이 튕겨나가며 깔끔하게 막지 못했다. 그러자 배후를 커버하고 있던 다이어가 재차 홀러바흐에게 다가가 몸싸움을 걸었다. 다이어는 어깨싸움 중 아예 튕겨나가 버렸지만 시간을 벌어준 덕분에 다시 접근한 김민재가 결국 컷백 패스를 막아냈다.
이후에도 우니온 역습의 첨병 홀러바흐를 김민재가 일대일로 여러 번 막았는데, 잘 제압하는 장면이 연달아 나왔다. 홀러바흐를 무리하게 밀어버리려 하면 쓱 빠져나가버린다는 걸 눈치챈 듯 돌아서지 못하게 견제만 하면서 실수를 유발했다.
문전 집중력과 김민재 특유의 과감한 수비는 갈수록 탄력이 붙었다. 전반 37분 위협적인 크로스를 머리로 끊어낸 뒤 떨어진 공을 따내 빠른 드리블로 상대 견제에서 빠져나가는 모습까지 원맨쇼를 펼치기도 했다.
토마스 투헬 감독의 변덕은 계속됐다. 바이에른 뮌헨이 3-0으로 앞선 후반 14분 김민재를 빼고 다요 우파메카노를 넣었다. 그간 출전시간이 부족했던 김민재였기에 출전시간 배분 문제도 아니었다.
보통 수비수는 큰 실수나 부상이 없다면 풀타임 출전시킨다. 투헬 감독은 우파메카노 역시 실험하려고 김민재를 교체한 것으로 보인다. 별다른 이유가 없었다는 뜻이다.
김민재가 못한 경기도 아니었다. 축구통계사이트 풋몹에 따르면 김민재는 패스 정확도 98%(58/59), 볼 터치 68회, 드리블 성공 100%(1/1), 공격 지역 패스 1회, 롱패스 정확도 100%(2/2)를 기록했다.
수비에서도 김민재는 볼 뺏김 0회, 걷어내기 3회, 헤더 클리어 1회, 가로채기 2회, 지상 볼 경합 성공률 75%(3/4), 공중 볼 경합 성공률 75%(3/4)로 좋은 기록을 내면서 평점도 7.5를 받았다.
이쯤되면 투헬 감독의 머릿속에 김민재는 바이에른 뮌헨의 세 번째 센터백일 뿐이다. 더 많은 역할을 원하는 김민재와 투헬 감독은 분명 맞지 않았다.
하지만 갑작스러운 선발출전에도 김민재는 흔들리지 않았다. 자신에게 주어진 길을 묵묵하게 걸으며 안정적인 모습을 선보였다.
독일 RAN은 “투헬 감독이 다이어와 함께 ‘붙박이 주전’ 더 리흐트를 이날 출전시키지 않은 이유는 최근 종아리 부상을 입은 더 리흐트의 상황이 더 심각해지지 않도록 하기 위한 ‘위험 제로 전략’이었다”라고 들려줬다. 더 리흐트를 보호하고 위해 김민재를 내보냈단 이야기다. 결국 김민재는 투헬 감독 아래서 백업멤버라고 강조했다.
물론 김민재가 이를 모를리 없다. 하지만 그는 자신에게 주어진 기회를 이번엔 날리지 않고 잘 흡수했다. '경쟁자' 다이어보다 좋은 평점과 평가를 받았다. RAN은 "김민재는 매우 통솔된 경기를 했고 많은 몸싸움에서 승리했다"라고 분석했다./ 10bird@osen.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