샌프란시스코 자이언츠 이정후(26)가 빼어난 타격능력으로 메이저리그 레전드 타자 스즈키 이치로(51)를 소환했다.
이정후는 21일(한국시간) 미국 캘리포니아주 샌프란시스코 오라클 파크에서 열린 애리조나 다이아몬드백스와의 경기에 1번 중견수로 선발출전해 5타수 2안타 1홈런 2타점 2득점으로 활약했다.
샌프란시스코가 1회초 선취점을 내줘 0-1로 지고 있는 1회말 선두타자로 나선 이정후는 애리조나 우완 선발투수 잭 갤런을 상대했다. 갤런은 메이저리그 통산 119경기(689⅓이닝) 42승 31패 평균자책점 3.16을 기록한 베테랑 에이스다. 지난 시즌에는 34경기(210이닝) 17승 9패 평균자책점 3.47로 활약했다. 올 시즌에도 4경기(22이닝) 3승 평균자책점 1.64로 무패행진을 이어가고 있었다.
초구 시속 93.7마일(150.8km) 포심을 지켜봐 1볼로 유리한 볼카운트를 선점한 이정후는 2구째 높은 코스로 들어온 92.8마일(149.3km) 포심을 놓치지 않고 받아쳐 우측담장을 넘어가는 동점 솔로홈런을 터뜨렸다. 시즌 2호 홈런이다. 17경기 만에 홈런이 나왔다. 타구속도 98.4마일(158.4km), 비거리 364피트(111m)를 기록했다. 메이저리그 공식 통계사이트 베이스볼서번트에 따르면 메이저리그 30개 구장 중 25개 구장에서 홈런이 되는 대형 타구였다.
이정후는 2회 2사 두 번째 타석에서 갤런과 7구까지 가는 접전을 벌였다. 하지만 82.1마일(132.1km) 너클커브를 때렸다가 2루수 땅볼로 잡혔다. 4회에는 갤런의 2구 92.7마일(149.2km) 포심을 때려 타구속도 104마일(167.4km)짜리 날카로운 타구를 날렸다. 하지만 아쉽게 중견수 직선타로 잡히고 말았다.
샌프란시스코는 6회 야스트렘스키가 안타를 때려냈고 아메드가 중견수 뜬공으로 잡혀 1사 1루가 됐다. 이정후는 좌완 구원투수 조 맨티플리의 2구 88.8마일(142.9km) 슬라이더를 때렸지만 2루수에게 잡혔다. 선행주자가 2루에서 아웃됐고 이정후도 1루에서 아웃판정을 받았지만 비디오 판독 끝에 세이프로 판정이 번복되며 병살타는 면했다. 채프먼의 안타와 도루로 2사 2, 3루 찬스가 이어졌지만 솔레어가 삼진으로 물러나 기회를 살리지 못했다.
8회 야스트렘스키의 안타와 아메드의 희생번트로 만든 1사 2루 찬스에서 마지막 타석에 들어선 이정후는 우완 구원투수 미겔 카스트로와 끈질긴 승부를 벌였다. 9구까지 가는 승부 끝에 88.8마일(142.9km) 체인지업을 밀어쳐 승부에 쐐기를 박는 1타점 2루타를 뽑아냈다. 이후 채프먼의 안타와 콘포토의 1타점 적시타가 나오며 이정후도 득점을 올렸다. 샌프란시스코는 이정후의 활약에 힘입어 7-3으로 승리했다.
이정후는 멀티히트를 때려내며 11경기 연속 안타 행진을 이어갔다. 강정호와 김현수(LG)의 10경기 연속 안타를 넘어 한국인 메이저리그 타자 데뷔 시즌 최다경기 연속 안타 신기록을 달성했다. 메이저리그에 데뷔 한 이후 4경기를 제외한 모든 경기에서 안타를 때려내고 있다. 시즌 성적은 20경기 타율 2할8푼9리(83타수 24안타) 2홈런 6타점 12득점 OPS .728로 끌어올렸다.
이날 샌프란시스코 경기를 중계한 미국 지역매체 NBC스포츠 베이에어리어 중계진은 8회 보여준 이정후의 빼어난 타격능력에 감탄을 금치 못했다. 이정후는 1볼 2스트라이크 상황에서 7구째 95마일(152.9km) 포심이 몸쪽 낮은 코스로 날아오자 타석에서 몸을 뒤로 빼면서 기술적으로 타격을 했다. 타구는 1루 베이스 옆으로 흘러나가며 파울이 됐다.
중계진은 “믿을 수 없다. 나는 페어볼이 되는 줄 알았다. 나는 이런 것은 본 적이 없다”라며 이정후의 환상적인 컨택능력에 놀라워했다. 이후 이정후는 바깥쪽 체인지업을 밀어쳐 1타점 2루타를 뽑아냈다. 중계진은 “야스트렘스키가 들어오고 이정후가 2루타를 만들어냈다. 이 도시는 그의 것이다”라며 이정후의 2루타에 기쁨을 감추지 못했다.
중계화면에서 2루에 있는 이정후의 등번호 51번이 눈에 띄자 중계진은 이치로를 언급했다. “이정호의 등번호 51번이 보일 것이다”라고 말한 중계진은 “그는 이치로 같은 선수다. 이치로는 시애틀의 우익수를 더 좋게 만들었을 뿐만 아니라 시애틀을 더 좋은 팀으로 만들었다. 그런 선수는 거의 없다. 하지만 이정후는 이치로 같은 선수가 될 가능성이 있는 선수다”라며 이정후가 앞으로 샌프란시스코를 대표하는 선수가 될거라고 기대했다.
이치로는 메이저리그 통산 2653경기 타율 3할1푼1리(9934타수 3089안타) 117홈런 780타점 1420득점 509도루 OPS .757을 기록한 전설적인 선수다. 시애틀에서 14년 동안 활약하며 시애틀을 대표하는 슈퍼스타로 활약했다. 오타니 쇼헤이(다저스)와 더불어 일본 최고의 야구선수로 꼽히며 향후 명예의 전당 헌액이 확실시 된다. 이정후는 이치로와 같은 등번호 51번을 사용하고 있으며 시범경기에서 밥 멜빈 감독의 주선으로 이치로와 직접 만나기도 했다.
올 시즌 샌프란시스코와 6년 1억1300만 달러에 계약하며 메이저리그에 진출한 이정후는 빠르게 빅리그 투수들에게 적응하고 있다. 이정후가 앞으로 어떤 활약을 보여줄지 팬들의 기대가 점점 커지고 있다. /fpdlsl72556@osen.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