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말 미세하게 걸쳤더라. 살짝 먼지 묻듯이.”
지난 19일 대전 한화생명이글스파크에서 열린 프로야구 삼성-한화전. 승부처는 한화가 3-0으로 앞선 6회초 2사 만루에서 삼성 강민호의 삼진 아웃이었다.
한화 선발투수 펠릭스 페냐는 볼카운트 1-2에서 5구째 체인지업을 던졌다. 그런데 타자 몸쪽에 붙은 포수 이재원의 반대 방향으로 향했다. 반대 투구에 이재원이 프레이밍을 하기 어려웠고, 미트로 공을 덮으며 잡았다. 그런데 이 순간 주심이 스트라이크 콜을 하면서 강민호가 루킹 삼진으로 물러났다.
강민호는 한참 동안 타석에서 벗어나지 못하며 아쉬워했다. 표정에는 황당한 기색이 역력했다. 사람 심판이 판정했다면 볼이 됐을 가능성이 높았다. 완전한 반대 투구였고, 포수가 프레이밍하지 못했기 때문이었다. 하지만 투구 추적 성공률 99.9%에 달하는 ABS(자동투구판정시스템)는 이를 놓치지 않고 잡아냈다.
만루 위기를 실점 없이 막은 한화는 6회말 2점을 내며 승기를 잡았고, 6-1로 승리했다. 삼성으로선 6회 강민호의 ‘ABS 삼진’이 아쉬울 법했다.
하지만 박진만 삼성 감독은 쿨하게 받아들였다. 20일 한화전을 앞두고 취재진을 만난 박진만 감독은 “(덕아웃에서) 모니터로 확인했는데 정말 미세하게 걸쳤더라. 살짝 먼지 뭇듯이”라며 웃은 뒤 “투수가 잘 던진 것이었다. (ABS는) 강민호뿐만 아니라 모든 선수들한테 적용되는 것이다”고 결과를 인정했다.
최원호 한화 감독도 “사실 이쪽(덕아웃)에선 (스트라이크존) 높이만 보이고 좌우는 안 보인다. 반대 투구로 와서 이재원이 프레이밍할 수도 없었다”며 “잡을 때 글러브 위치로 봐선 (존에 걸친 것으로) 그렇게 보이긴 했다”고 돌아봤다.
한편 삼성은 이날 김지친(지명타자) 이재현(유격수) 구자욱(좌익수) 데이비드 맥키넌(1루수) 김영웅(3루수) 강민호(포수) 김헌곤(우익수) 류지혁(2루수) 이성규(중견수) 순으로 선발 라인업을 내세웠다. 선발투수는 원태인.
전날(19일) 어깨 관절낭 부상에서 돌아와 복귀전을 가진 류지혁이 2경기 연속 2루수로 선발출장한다. 류지혁은 전날 6회 수비를 앞두고 교체됐는데 관리 차원이었다. 박진만 감독은 “오랜만에 경기를 뛰면 다음날 피로도가 크기 때문에 관리 차원에서 뺀 것이다. 투수와 마찬가지로 이닝수를 조금씩 늘리면서 조절시키는 과정이다”고 밝혔다. /waw@osen.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