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쉽게도 데뷔 첫 승을 신고하지 못했지만 선발 투수로서 성공 가능성을 보여준 경기였다. 프로야구 KT 위즈 신인 투수 원상현이 고향에서 강렬한 인상을 남겼다.
부산고 출신 원상현은 19일 사직구장에서 열린 롯데 자이언츠와의 원정 경기에 선발 출격했다. 어릴 적부터 롯데 선수들이 뛰는 모습을 보면서 프로야구 선수의 꿈을 키웠고 지난 2022년 10월 3일 사직 롯데-두산전 시구자로 나섰기에 감회가 새로울 듯.
원상현은 이날 경기 전까지 4경기에 등판해 승리 없이 1패를 떠안았다. 평균자책점은 10.64. 직전 등판이었던 13일 SSG를 상대로 2이닝 9피안타 1탈삼진 7실점으로 고배를 마셨다.
이강철 감독은 원상현을 두고 “앞에 못 던졌으니 한 번 잘 던질 때가 됐다”고 기대감을 드러냈다. 원상현의 입단 동기인 육청명은 지난 17일 고척 키움전 선발로 나서 5이닝 6피안타(1피홈런) 2볼넷 1탈삼진 1실점으로 잘 던졌다. 이강철 감독은 “친구(육청명)가 잘 던졌으니 원상현도 자극받을 것”이라고 말했다.
원상현은 5이닝 8피안타 3볼넷 3탈삼진 1실점을 기록했다. 위기 상황도 있었지만 평정심을 잃지 않았다. 최고 구속 150km까지 나왔고 커브, 슬라이더, 체인지업을 섞어 던졌다.
원상현은 1회 윤동희의 2루타, 황성빈의 볼넷에 이어 빅터 레이예스의 안타로 1점을 내줬다. 계속된 1,2루 위기에서 전준우를 유격수 병살타로 유도한 데 이어 정훈을 중견수 뜬공 처리했다. 2회 선두 타자 손호영에게 2루타를 맞은 원상현은 한동희(우익수 뜬공), 정보근(스트라이크 낫 아웃), 박승욱(헛스윙 삼진)을 꽁꽁 묶었다.
원상현은 3회 선두 타자 윤동희와 끈질긴 승부 끝에 볼넷을 내줬다. 곧이어 황성빈에게 내야 안타를 맞고 누상에 주자 2명으로 늘어났다. 레이예스를 2루수 병살타로 유도했고 전준우를 삼진으로 잡아냈다.
KT는 4회 강백호와 멜 로하스 주니어의 백투백 홈런으로 3-1로 전세를 뒤집었다. 원상현은 4회 정훈의 볼넷, 한동희의 좌전 안타로 1사 1,2루 위기에 몰리기도 했지만 정보근과 박승욱을 범타로 가볍게 처리했다.
5회 윤동희, 황성빈, 레이예스 모두 제압하며 첫 삼자범퇴 이닝을 완성했다. 원상현은 6회 전준우, 정훈, 손호영에게 연속 안타를 맞고 만루 위기에 처했다. KT 벤치는 원상현 대신 김민수를 마운드에 올렸다. 김민수는 한동희를 삼진 처리하고 정보근을 병살타로 유도했다. 덕아웃에서 초조하게 경기를 지켜봤던 원상현은 김민수가 무사 만루 위기를 막아내자 기쁨을 감추지 못했다.
고향땅에서 데뷔 첫 승의 기쁨을 누리는 듯했지만 7회 3-4로 뒤집히는 바람에 아쉬움을 삼키게 됐다. 하지만 선발 투수로서 성공 가능성을 보여준 만큼 조만간 데뷔 첫 승의 기쁨을 누리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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