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IA 타이거즈 이범호 감독이 최형우(41)의 도루자 상황을 돌아보며 선수들이 ABS(자동 볼 판정 시스템)에 좀 더 적응을 해야한다고 강조했다.
이범호 감독은 지난 18일 인천 SSG랜더스필드에서 열린 ‘2024 신한은행 SOL Bank KBO리그’ SSG 랜더스와의 경기 전 인터뷰에서 “누가 봐도 볼처럼 느껴졌다. 나중에 영상을 봐도 (최)형우가 확인을 한 뒤에 스트라이크 콜이 없으니까 걸어가는 것처럼 보였다”라며 지난 17일 경기에서 나온 황당 도루자 상황을 돌아봤다.
KIA는 지난 17일 SSG전에서 최형우의 허무한 도루실패가 나왔다. 1회초 박찬호와 김도영의 연속안타에 이어서 이우성의 1타점 2루타로 선취점을 뽑은 KIA는 최형우가 1타점 적시타를 날려 2-0으로 앞서갔다.
2사 1루 김선빈 타석에서 1루주자 최형우는 3볼 이후 4구째 공을 지켜보고 2루로 걸어갔다. SSG 선발투수 로에니스 엘리아스가 던진 4구 시속 149km 직구가 볼이라고 판단하고 볼넷이 나왔다고 생각해 2루로 걸어간 것이다. 실제로 공은 김선빈의 몸쪽 낮은 코스로 들어왔고 포수 이지영이 미트를 내리면서 공을 잡았기 때문에 육안으로 보기에는 볼인 것처럼 보였다.
그런데 주심은 4구째 공을 스트라이크로 선언했다. 이지영은 2루로 걸어가는 최형우를 놓치지 않고 1루에 송구를 했고 최형우는 허무하게 1루수 태그아웃을 당했다. 이 플레이는 최형우의 도루 실패로 기록됐다.
이범호 감독은 “나도 영상을 다시 돌려봤는데 볼처럼 보였다. 그 뒤에 (주심이) 스트라이크 콜을 하는 것을 보지 못한 것 같다. 올 시즌부터 ABS를 시행하고 있기 때문에 어쨌든 타자들이 확실히 확인을 하고 조심을 해야한다는 것을 다시 한 번 느꼈다. 이닝이 끝난 뒤에 주루코치님이 타자들에게 좀 더 확인을 하고 플레이를 하자고 이야기를 한 것으로 알고 있다. 다음부터는 선수들이 좀 더 확인을 하고 플레이를 하지 않을까 싶다”라고 이야기했다.
KBO리그는 올 시즌 세계 주요 프로야구리그 중 최초로 ABS를 도입했다. 마침내 공정한 볼 판정이 가능해졌다는 긍정적인 목소리고 크지만 도입 첫 해다보니 현장에서는 아직 ABS에 적응을 하지 못하는 모습이 종종 나오고 있다. 특히나 포수의 프레이밍이 볼 판정에 전혀 영향을 미치지 않게 되면서 육안으로 보기에는 볼 같아 보이는 공이 스트라이크 판정을 받는 경우가 많이 나오고 있는 상황이다.
ABS 자체의 문제는 아니지만 지난 14일 대구 삼성-NC 경기에서는 심판진이 ABS의 판정을 잘못 들어 오심을 해놓고도 이 사실을 은폐하려는 사실이 드러나 큰 논란이 되기도 했다. KBO는 해당 심판진을 직무에서 배제하고 인사위원회에 회부하기로 결정했다. 이어서 “주심 혹은 3루심이 스트라이크/볼 판정 수신에 혼선이 발생했을 경우, ABS 현장 요원이 적극적으로 개입 할 수 있도록 매뉴얼을 강화하기로 했다. 또한 양 팀 덕아웃에서도 주심, 3루심과 동일한 시점에 스트라이크/볼 판정을 전달받을 수 있도록 하기 위해 최대한 빠른 시일 내에 음성 수신기 장비를 배치하기로 했다”라고 후속대책을 내놓았다.
ABS 도입으로 인해 볼판정의 공정성 시비가 사라진 것은 팬들에게 큰 호평을 받고 있다. 다만 이전까지 코칭스태프와 선수들이 경험했던 스트라이크 존과 ABS로 구현된 규정상의 스트라이크 존은 분명 차이가 있기 때문에 현장에서는 아직까지 혼란과 불만이 남아있는 것도 사실이다.
이범호 감독은 “현재 ABS는 태블릿 PC 화면상으로 스트라이크 존 모서리 끝에 살짝만 걸리면 공이 최종적으로 땅바닥으로 가는 경우에도 스트라이크를 주는 경우가 많다. 어제 (김)선빈이 타석의 공도 그렇다. 이게 실선에 살짝 걸린건지 안걸린건지 구별하기 힘들 정도로 걸리는 것도 스트라이크가 나오는 경우가 있기 때문에 타자들은 그런 것을 확실히 확인하고 난 뒤에 플레이를 해야하지 않을까 싶다. 그런 이야기들을 선수들에게 했고 선수들이 끝까지 신경을 써야 할 것 같다”라며 선수들에게 더 확실한 플레이를 주문했다. /fpdlsl72556@osen.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