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SEN=이상학 기자] ‘바람의 손자’ 이정후(26·샌프란시스코 자이언츠)의 비범한 재능을 상대팀 중계진도 알아봤다. 일본이 낳은 최고의 메이저리거 스즈키 이치로(51)를 언급하며 이정후를 칭찬했다. 아버지 이종범(54) 코치도 또 한 번 소환됐다.
이정후는 지난 18일(이하 한국시간) 마이애미 말린스와의 원정경기에 3번타자 중견수로 선발출장, 4타수 2안타 1득점 멀티히트로 활약하며 샌프란시스코의 3-1 승리를 이끌었다. 최근 9경기 연속 안타로 시즌 타율을 2할7푼(74타수 20안타)으로 끌어올렸다.
1회 3루 땅볼, 4회 헛스윙 삼진으로 물러났지만 6회 2사 1루에서 상대 수비 시프트 반대 방향으로 타구가 가면서 유격수 내야 안타를 만들었다. 8회에는 깨끗한 좌전 안타를 치며 시즌 6번째 멀티히트를 완성했다.
마이애미 주관 방송사 ‘밸리스포츠 플로리다’ 중계진도 이날 이정후가 타석에 나올 때마다 큰 관심을 표했다. 4회 두 번째 타석에 들어서자 중계진은 “이정후는 2017년 신인상을 받은 뒤 5년 연속 골든글러브를 받았다. 야구가 그의 피 속에 흐르고 있기 때문일지도 모른다”며 이정후의 아버지 이종범 전 LG 트윈스 코치를 언급했다. 이종범 코치는 샌프란시스코 주관 방송사 ‘NBC스포츠 베이에어리어’에서도 여러 차례 언급된 바 있다.
마이애미 중계진은 1994년 KBO리그 MVP로 그해 리그 역대 최다 84도루를 기록한 이종범 코치의 커리어를 언급하며 ‘바람의 아들’이라는 별명도 소개했다. 방송사는 이정후 타석에 이종범 코치의 MVP, 올스타 13회, 골든글러브 6회 등 선수 시절 화려한 경력을 자막으로 띄우기도 했다.
중계진은 “19년 동안 선수 생활을 한 아버지 이종범의 별명을 따서 이정후는 ‘바람의 손자’라고 불린다. 아마 야구계 최고의 별명이 아닐까 싶다”며 “이종범은 대단한 커리어를 보냈고, 한국의 이치로로 불렸다”고 설명했다. 이어 “타석에 있는 이정후도 이치로를 닮았다. 배트를 잡는 자세도 그렇고, 타석에서 하는 모든 행동에 이치로가 조금씩 들어가 있다”며 전체적인 타격 자세에서 이치로와 비슷한 구석이 많다고 입을 모았다.
8회 마지막 타석에서도 이정후에 대한 칭찬을 늘어놓았다. 중계진은 “이정후는 배트 컨트롤이 좋다. 이치로를 우상으로 삼아 등번호(51번)를 달았고, 이치로처럼 접근 방식과 스타일을 패턴화했다. 샌프란시스코가 이정후에게 6년 1억1300만 달러를 준 이유 중 하나가 초자연적인 컨택 능력 때문이다”고 말했다.
그 말이 끝나기가 무섭게 이정후가 유겨수 키 넘어가는 좌전 안타를 때렸다. 중계진은 “바로 저거다. 이번 시리즈에서 이정후가 친 안타는 모두 저곳으로 향했다”며 결대로 밀어치는 이정후의 컨택에 찬사를 보냈다.
이정후는 개막 18경기에서 타율 2할7푼(74타수 20안타) 1홈런 5타점 9득점 6볼넷 9삼진 2도루 출루율 .317 장타율 .338 OPS .655를 기록 중이다. 눈에 확 띄는 성적은 아니지만 최근 9경기 연속 안타로 타격감을 점진적으로 끌어올리고 있다.
화끈한 몰아치기는 아직 나오지 않았지만 컨택 능력과 선구안을 인정받고 있다. 샌프란시스코뿐만 아니라 마이애미 주관 방송사에서도 높이 평가할 만큼 이정후의 재능은 특별해 보인다. 적응기가 지나면 본격적인 폭발을 기대할 만하다.
지금까지 적응기도 충분히 순조롭게 진행되고 있다. 19일 오라클파크에서 열리는 애리조나 다이아몬드백스와의 홈경기에 안타를 치면 한국인 메이저리그 타자로는 2015년 피츠버그 파이어리츠 강정호, 2016년 볼티모어 오리올스 김현수에 이어 역대 3번째로 데뷔 시즌 10경기 연속 안타를 기록하게 된다.
2015년 강정호는 5월17일부터 29일까지, 2016년 김현수는 7월26일부터 8월9일까지 10경기 연속 안타를 쳤다. 시즌 초반 적응기를 거쳐 본격적인 연속 안타 행진을 펼쳤다. 이정후는 4월 개막 한 달도 안 지나 10경기 연속 안타 노리며 남다른 재능을 뽐내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