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IA 타이거즈 윌 크로우(30)가 KBO리그 통산 최다홈런 신기록에 도전한 SSG 랜더스 최정(37)을 맞춰 부상을 입힌 것에 대해 사과하고 고개를 숙였다.
최정은 지난 17일 인천 SSG랜더스필드에서 열린 ‘2024 신한은행 SOL Bank KBO리그’ KIA 타이거즈와의 경기에 3번 3루수로 선발출전해 1사구를 기록했다.
KBO리그 통산 2184경기 타율 2할8푼7리(7496타수 2154안타) 467홈런 1475타점 1384득점 176도루 OPS .920을 기록한 최정은 지난 16일 KIA전에서 5타수 2안타 1홈런 1타점 1득점으로 활약하며 KBO리그 역대 최다홈런 타이기록을 달성했다. SSG가 3-4로 지고 있는 9회 2사에서 타석에 들어선 최정은 KIA 마무리투수 정해영의 5구째 시속 147km 직구를 받아쳐 좌중간 담장을 넘어가는 동점 솔로홈런을 터뜨렸다. 통산 467호 홈런이다. 이 홈런으로 두산 이승엽 감독(통산 467홈런) KBO리그 통산 최다홈런 타이를 이뤘다.
이승엽 감독과 어깨를 나란히 한 최정은 KBO리그 홈런 신기록을 달성할 것이란 기대감을 높였다. 특히 이날 경기 전까지 최근 6경기에서 11안타 4홈런을 몰아치며 기대감은 최고조에 달했다. 지난 14일 KT전에서 연타석 홈런을 날렸고 16일에도 9회 2사 동점홈런 터뜨리며 팬들의 기대는 그 어느 때보다 높아졌다.
SSG 역시 최정의 대기록 달성을 앞두고 엄청난 이벤트 상품을 내걸었다. 최정의 통산 468호 홈런공을 잡는 사람에게 홈런공을 구단에 양도할 시 ’2024년과 2025년 라이브존 시즌권 2매’, ‘최정 친필 사인 배트 및 선수단 사인 대형 로로볼’, ‘2025년 스프링캠프 투어 참여권 2매’, ‘이마티콘(이마트 온라인 상품권) 140만원’, ‘스타벅스 음료 1년 무료 이용권’, ‘조선호텔 75만원 숙박권’ 등을 증정하기로 했다. 최다홈런까지 하나밖에 남지 않은 지난 17일 SSG랜더스필드는 홈런공을 잡을 수 있는 외야석이 평소와 달리 일찌감치 매진됐다. 최종 관중은 1만6062명을 기록했다.
인천이 축제 분위기에 들뜬 가운데 가슴아픈 사고가 발생하고 말았다. 최정이 첫 타석부터 심각한 부상을 당한 것이다. 1회말 2사에서 첫 타석에 들어선 최정은 KIA 선발투수 크로우를 상대했다. 최정은 크로우의 초구 시속 141km 체인지업을 그냥 흘려보냈고 스트라이크 판정을 받았다. 크로우는 2구째 150km 투심을 꽂아넣었다. 그런데 이 공은 최정의 옆구리를 강타했고 최정은 곧바로 극심한 통증을 호소했다. 최정은 끝까지 경기를 해보려고 했지만 결국 1루까지 걸어간 뒤에 대주자 박지환과 교체돼 이날 경기를 마쳤다. 최정의 대기록 도전을 알고 있었던 크로우는 미안한 마음에 연신 최정에게 사과를 했고 이닝이 끝난 뒤에는 덕아웃에 가서 다시 한 번 고개를 숙였다.
최정은 정밀검진을 위해 곧바로 병원으로 이동했다. SSG는 “최정은 진료 결과 좌측 갈비뼈 미세골절 소견을 받았다. 정확한 진단을 위해 내일 추가 진료를 진행할 예정이다”라고 밝혔다. 최정은 부상에서 회복하는데 최소 한 달 이상이 걸릴 가능성이 크다.
최정이 얼마나 큰 기록에 도전하고 있었는지 잘 알고 있던 크로우는 경기 중은 물론 경기가 끝난 뒤에도 사과의 뜻을 전했다. 경기 후 인터뷰에서 “최정에게 미안하다. 그가 어떤 기록에 도전하는지 알고 있었다. 절대로 맞추려는 의도는 없었다. 그런 일이 일어나기를 원하지 않았다. 오늘은 중요한 경기였다. 많은 사람들이 오늘 어떤 일이 일어날지 보고 싶어했다. 최정의 플레이를 보기 위해 찾아온 팬들에게 사과하고 싶다. 내가 일부러 그러지 않았다는 것을 모두가 알기를 바란다”라며 고개를 숙였다.
이범호 감독과 최형우도 승리에도 불구하고 최정에게 사과의 뜻을 전달하기 위해 노력했다. 이범호 감독은 “경기 직후 최정 선수의 부상소식을 들었다. 너무 안타깝고 미안하게 생각한다. 모쪼록 빠른 쾌유를 바란다”라며 최정의 쾌유를 기원했다. 이범호 감독은 경기 직후 SSG 덕아웃을 방문해 이숭용 감독에게 사과를 하기도 했다. 사구 직후 연신 최정과 SSG 덕아웃을 향해 고개를 숙였던 크로우 역시 “정말로 미안하다. 내가 의도했던 일이 아니었다. 최정이 어떤 기록에 도전하는지 알고 있었다. 최정을 보러 찾아온 팬들에게도 미안하다”라고 다시 한 번 사과했다.
“우리는 어떻게 경기를 할지 게임 플랜을 가지고 있었다”라고 말한 크로우는 “최정은 정말로 강하고 파워풀한 타자다. 최정을 잡기 위해서는 반드시 몸쪽 승부를 했어야 했다. 하지만 공이 빗나갔고 내 최고의 공은 아니었다. 그저 최정에게 정말 미안할 뿐이다. 단순히 실수였다는 것을 모두가 알기를 바란다”라고 고의로 최정을 맞춘 것이 아니라고 강조했다.
그렇지만 최정의 부상 소식에 분노한 일부 팬들은 크로우와 가족들을 향해 과도한 비난을 쏟아냈다. 2022년 김광현(SSG)이 소크라테스 브리토(KIA)의 얼굴을 맞춰 부상을 입혔던 사실까지 거론되면서 양 팀 팬들 사이에서 격한 목소리가 오가기도 했다.
크로우는 자신의 SNS를 통해 “오늘 일어났던 일에 대해 사과드리고자 글을 올리게 되었습니다. 우선 공을 맞은 최정 선수에게 사과드리고 절대 고의가 아니었음을 알아주셨으면 좋겠습니다. 또한 해당 일에 대해 팬 여러분이 많이 놀라셨던 점에 대해서도 사과드립니다”라고 다시 한 번 사과를 했다.
이어서 “다만, 제 가족을 언급하며 다소 지나친 욕설이나 폭언은 자제해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라고 과도한 비난을 하지 말아달라고 요청한 크로우는 “항상 열렬한 응원과 전폭적인 지지를 해주시는 KBO팬 여러분께 감사한 마음을 갖고 있습니다. 마지막으로 다시 한 번 오늘 있었던 사구와 관련하여 사과 말씀드립니다”라며 마지막까지 최정에게 미안한 마음을 전했다. /fpdlsl72556@osen.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