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IA 타이거즈 외국인투수 윌 크로우(30)가 SSG 랜더스 최정(37)을 맞춰 부상을 입힌 것에 대해 거듭 사과를 했다.
최정은 지난 17일 인천 SSG랜더스필드에서 열린 ‘2024 신한은행 SOL Bank KBO리그’ KIA 타이거즈와의 경기에 3번 3루수로 선발출전해 1사구를 기록했다.
한국을 대표하는 거포 3루수인 최정은 지난 16일에는 5타수 2안타 1홈런 1타점 1득점으로 활약하며 KBO리그 역대 최다홈런 타이기록을 달성했다. SSG가 3-4로 지고 있는 9회 2사에서 타석에 들어선 최정은 KIA 마무리투수 정해영의 5구째 시속 147km 직구를 받아쳐 좌중간 담장을 넘어가는 동점 솔로홈런을 터뜨렸다. 통산 467호 홈런이다. 이 홈런으로 두산 이승엽 감독(통산 467홈런)과 어깨를 나란히 했다.
이승엽 감독과 타이기록을 이루면서 최정은 KBO리그 통산 최다홈런 신기록까지 홈런 한 개만을 남겨뒀다. 이날 경기 전까지 최근 6경기에서 11안타 4홈런을 몰아치며 기대감은 최고조에 달했다. 특히 지난 14일 연타석 홈런과 16일 9회 2사 동점홈런으로 2경기 연속 홈런을 기록하며 방망이가 불타올랐다.
최정이 대기록에 가까워지자 SSG는 역사적인 홈런 기록을 기념해 대대적인 이벤트를 개최했다. 최정의 통산 468호 홈런공을 잡는 사람에게 홈런공을 구단에 양도할 시 ’2024년과 2025년 라이브존 시즌권 2매’, ‘최정 친필 사인 배트 및 선수단 사인 대형 로로볼’, ‘2025년 스프링캠프 투어 참여권 2매’, ‘이마티콘(이마트 온라인 상품권) 140만원’, ‘스타벅스 음료 1년 무료 이용권’, ‘조선호텔 75만원 숙박권’ 등을 증정하기로 했다.
역사의 한순간을 직접 보려는 팬들과 홈런공을 잡기 위해 모여든 사람들까지 이날 SSG랜더스필드는 인산인해를 이뤘다. 특히 홈런공을 잡을 수 있는 외야석은 평소와 달리 일찌감치 매진됐다. 최종 관중은 1만6062명을 기록했다.
하지만 누구도 생각하지 못했던 사고가 터졌다. 최정이 첫 타석부터 심각한 부상을 당한 것이다. 1회말 2사에서 첫 타석에 들어선 최정은 KIA 우완 선발투수 윌 크로우를 상대했다. 최정은 크로우의 초구 시속 141km 체인지업을 그냥 흘려보냈고 스트라이크 판정을 받았다. 크로우는 2구째 150km 투심을 꽂아넣었다. 그런데 이 공은 최정의 옆구리를 강타했다. 최정은 곧바로 극심한 통증을 호소했다.
홈런 신기록이 걸려있기 때문에 끝까지 경기를 해보려고 했던 최정은 결국 1루까지 걸어간 뒤에 대주자 박지환과 교체돼 이날 경기를 마쳤다. 최정의 대기록 도전을 알고 있었던 크로우는 미안한 마음에 연신 최정에게 사과를 했고 이닝이 끝난 뒤에는 덕아웃에 가서 다시 한 번 고개를 숙였다.
최정은 정밀검진을 위해 곧바로 병원으로 이동했다. SSG는 “최정은 진료 결과 좌측 갈비뼈 미세골절 소견을 받았다. 정확한 진단을 위해 내일 추가 진료를 진행할 예정이다”라고 밝혔다. 최정은 부상에서 회복하는데 최소 한 달 이상이 걸릴 가능성이 크다.
크로우는 경기 후 인터뷰에서 “최정에게 미안하다. 그가 어떤 기록에 도전하는지 알고 있었다. 절대로 맞추려는 의도는 없었다. 그런 일이 일어나기를 원하지 않았다. 오늘은 중요한 경기였다. 많은 사람들이 오늘 어떤 일이 일어날지 보고 싶어했다. 최정의 플레이를 보기 위해 찾아온 팬들에게 사과하고 싶다. 내가 일부러 그러지 않았다는 것을 모두가 알기를 바란다”라며 고개를 숙였다.
“우리는 어떻게 경기를 할지 게임 플랜을 가지고 있었다”라고 말한 크로우는 “최정은 정말로 강하고 파워풀한 타자다. 최정을 잡기 위해서는 반드시 몸쪽 승부를 했어야 했다. 하지만 공이 빗나갔고 내 최고의 공은 아니었다. 그저 최정에게 정말 미안할 뿐이다. 단순히 실수였다는 것을 모두가 알기를 바란다”라고 고의로 최정을 맞춘 것이 아니라고 강조했다.
KIA는 11-3으로 대승을 거뒀지만 이범호 감독과 최형우는 승리의 기쁨보다는 크로우와 마찬가지로 최정에 대한 미안함을 표현했다. 이범호 감독은 “경기 직후 최정 선수의 부상소식을 들었다. 너무 안타깝고 미안하게 생각한다. 모쪼록 빠른 쾌유를 바란다”라며 최정의 쾌유를 기원했다. 이범호 감독은 경기 직후 SSG 덕아웃을 방문해 이숭용 감독에게 사과를 하기도 했다. 사구 직후 연신 최정과 SSG 덕아웃을 향해 고개를 숙였던 크로우 역시 “정말로 미안하다. 내가 의도했던 일이 아니었다. 최정이 어떤 기록에 도전하는지 알고 있었다. 최정을 보러 찾아온 팬들에게도 미안하다”라고 다시 한 번 사과했다.
크로우는 이후 자신의 인스타그램을 통해 “오늘 일어났던 일에 대해 사과드리고자 글을 올리게 되었습니다. 우선 공을 맞은 최정 선수에게 사과드리고 절대 고의가 아니었음을 알아주셨으면 좋겠습니다. 또한 해당 일에 대해 팬 여러분이 많이 놀라셨던 점에 대해서도 사과드립니다. 다만, 제 가족을 언급하며 다소 지나친 욕설이나 폭언은 자제해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 항상 열렬한 응원과 전폭적인 지지를 해주시는 KBO팬 여러분께 감사한 마음을 갖고 있습니다. 마지막으로 다시 한 번 오늘 있었던 사구와 관련하여 사과 말씀드립니다”라고 다시 한 번 사과를 했다. /fpdlsl72556@osen.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