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막 20경기 만에 11경기 차이로 벌어졌다. 2024시즌 프로야구가 시즌 초반부터 극심한 순위 양극화 현상을 보이고 있다.
지난 17일까지 KBO리그 1위 KIA 타이거즈(15승5패 승률 .750)와 10위 롯데 자이언츠(4승16패 승률 .200) 사이의 간극은 10경기로 벌어졌다. 개막 20경기, 시즌 전체 일정의 14%가량 소화한 시점인 것을 감안하면 너무 크게 벌어졌다.
10구단 체제가 시작된 뒤로 이런 순위 양극화가 초반부터 종종 있었다. 1위 팀과 10위 팀이 모두 개막 20경기를 소화한 시점에서 11경기 이상 벌어진 것은 10구단 체제가 시작된 2015년 이후 4번째.
2015년 1위 삼성 라이온즈(15승5패), 10위 KT 위즈(3승17패)의 격차가 12경기나 벌어졌다. 2016년에는 1위 두산 베어스(15승4패1무), 10위 한화 이글스(4승16패)가 11.5경기 차이를 보였다. 2020년에도 1위 NC 다이노스(17승3패), 10위 SK 와이번스(4승16패)의 격차가 무려 13경기에 달했다.
시즌 초반부터 이렇게 차이가 나면 그대로 이어질 가능성이 높다. 2015년 삼성은 5년 연속 정규리그 우승을 차지했고, KT는 신생팀의 한계를 보이며 10위로 호된 신고식을 치렀다. 2016년 두산은 초반부터 치고 나가 역대 한 시즌 최다 93승을 거두며 여유 있게 정규리그 우승을 했고, 한화는 6월부터 반등했지만 7위로 가을야구에 실패했다. 2020년 NC도 초반 스퍼트를 통해 구단 최초로 정규리그 우승 트로피를 들었고, SK는 2020년 창단 첫 해 이후 가장 낮은 승률(.357)로 구단 역대 최저 9위로 마쳤다.
올해도 비슷한 흐름으로 전개될 분위기다. KIA는 시즌 전 중심타자 나성범(햄스트링)을 비롯해 투수 임기영(옆구리), 이의리(팔꿈치), 내야수 황대인(햄스트링), 박찬호(허리), 박민(무릎) 등 투타 가리지 않고 부상자들이 속출하고 있지만 신임 이범호 감독의 형님 리더십과 무리하게 쥐어 짜내지 않는 합리적인 운영으로 1위를 질주하고 있다.
팀 평균자책점(2.99), 타율(.302) 모두 1위로 투타 밸런스가 최고다. 외국인 원투펀치 제임스 네일(3승 ERA 1.09), 윌 크로우(3승 ERA 3.12)가 벌써 7승을 합작하며 선발진을 이끌고 있고, 마무리 정해영을 비롯해 압도적인 불펜의 힘으로 지키는 야구가 된다. 벌써 7홈런 8도루를 기록한 김도영을 중심으로 타선의 화력도 폭발적이다. 부상 선수들이 하나둘씩 돌아오면 독주 체제도 기대할 만한 기세다.
반면 롯데는 시작부터 깊은 수렁에 빠져들고 있다. 개막 4연패로 스타트를 끊더니 최근 8연패로 크게 처지고 있다. 두산 왕조를 이끌었던 ‘명장’ 김태형 감독에게도 8연패는 처음이다. 지난겨울 FA 시장에서 주전 2루수 안치홍(한화)을 놓친 뒤 김민성을 FA 사인&트레이드로, 손호영을 트레이드로 영입하며 내야 빈자리를 메웠지만 나머지 쪽에서도 구멍이 숭숭 뚫렸다. 팀 평균자책점(5.42), 타율(.248) 모두 9위로 지표가 좋지 않다.
FA로 영입한 유강남(.122), 노진혁(.176)이 1할대 타율로 부진 끝에 2군에 내려갔고, 윤동희(.200), 김민석(.179), 나승엽(.200) 등 유망주들의 성장도 미진하다. 선발진은 확실한 에이스 카드가 없고, 불펜도 신인 전미르가 0점대(0.90) 평균자책점으로 활약하고 있지만 구승민(30.38), 한현희(7.36) 등 고참들이 2군에 내려가며 지키는 힘이 떨어졌다.
KIA와 롯데의 순위 양극화 현상이 계속된다면 역대급 흥행 조짐을 보이는 KBO리그에도 달갑지 않은 악재. 순위 싸움이 일찌감치 갈리면 팬들을 끌어들일 결정적 요소가 하나 사라진다. KIA의 선전은 큰 호재이지만 또 다른 전국구 인기팀 롯데가 시작부터 이렇게 가라앉는다면 KBO리그 흥행 가도에도 찬물이 될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