델리 알리(28, 에버튼)와 마우리시오 포체티노 감독이 가슴 뭉클한 재회를 선보였다.
영국 '토크 스포츠'는 16일(한국시간) "알리와 포체티노가 다시 뭉치면서 보기 좋은 순간을 만들었다. 부상 중인 알리는 오랜 친구와 기쁨을 주고받았다"라고 보도했다.
이날 알리는 영국 방송사 '스카이 스포츠'의 '먼데이 나이트 풋볼'에 일일 해설가로 출연했다. 그는 첼시와 에버튼의 2023-2024시즌 프리미어리그(PL) 33라운드 맞대결을 중계했다.
에버튼 소속인 알리는 올 시즌 사타구니 부상으로 한 경기도 뛰지 못했다. 오랫동안 얼굴을 비추지 않았던 그는 해설가로 깜짝 변신하면서 방송국 스튜디오에서 동료들이 경기하는 모습을 지켜봤다.
경기는 에버튼의 0-6 대패로 끝났다. 에버튼은 콜 파머에게만 4골을 얻어맞으며 고개를 숙였고, 승점 27점으로 강등권 바로 위인 16위에 머물렀다. 첼시는 승점 47점으로 한 경기 더 치른 6위 뉴캐슬(승점 50)을 바짝 추격하며 다음 시즌 유럽대항전 진출 싸움에 불을 붙였다.
알리는 한때 '천재 미드필더'로 불렸다. 그는 과거 토트넘에서 포체티노 감독의 지도 아래 크리스티안 에릭센과 손흥민, 해리 케인과 호흡을 맞추며 일명 'DESK 라인'을 구성했다. 2016-2017시즌 리그 18골 7도움을 터트리며 잉글랜드프로축구선수협회(PFA) 올해의 팀과 올해의 영플레이어를 석권했고, 잉글랜드 최고의 재능으로 극찬받았다.
탄탄대로만 걸을 것 같았던 알리는 2018년부터 돌연 추락하기 시작했다. 그는 게으른 훈련 태도로 논란을 빚으며 최악의 부진에 빠졌고, 에버튼 임대에서도 돌파구를 찾지 못했다. 이후 튀르키예 베식타스로 임대에서도 부진을 면치 못했고, 지난해 여름 다시 에버튼으로 돌아왔다.
알리의 몰락 뒤에는 어릴 적 겪었던 아픔이 있었다. 그는 지난해 7월 '디 오버랩'에 출연해 "6살 때 어머니의 친구에게 성추행당했고, 어머니는 알코올 중독이었다. 규율을 배우라며 날 아프리카로 보내기도 했다"라며 "7살에 담배를 피웠고, 8살에는 마약을 팔았다. 난 축구공 밑에 마약을 넣고 다녔다"라고 충격 고백했다.
어릴 적 트라우마는 성인이 돼서도 알리를 괴롭혔고, 수면제 중독을 벗어나기 위해 재활 치료까지 받아야 했다. 그는 "튀르키예에 돌아왔을 때 수술이 필요하다는 사실을 깨달았다. 난 정신적으로 불안했다. 그래서 정신 건강, 중독, 트라우마를 치료하고자 재활 시설에 가기로 결정했다. 스스로 내린 결정이었다. 3주 전에 치료를 마치고 나왔다"라고 밝히며 부활을 다짐했다.
알리는 아직도 부상으로 신음 중이지만, 한결 밝아진 표정이었다. 그는 먼데이 나이트 풋볼을 통해 "난 정말 잘 지내고 있다. 분명히 부상이 있긴 하지만, 기분이 좋다. 복귀만을 기다리고 있다"라며 "그저 부상 문제였을 뿐이다. 많은 사람들이 내가 휴식 중이라고 생각했지만, 부상일 뿐이다. 터널 끝에 불빛이 보인다. 기대된다"라고 말했다.
알리는 잉글랜드 대표팀 복귀까지 꿈꾸고 있다. 그는 "난 선수로서 내 레벨과 내가 할 수 있는 걸 알고 있다. 올바르게 생각할 수 있고 기분이 좋을 때 내가 얼마나 잘할 수 있는지 안다"라며 "이전 수준으로 돌아가길 바란다. 매일 11시에 '2026 월드컵'이라는 휴대폰 알림이 울리도록 설정해뒀다. 그게 지금 내 목표"라고 다짐했다.
이어 알리는 "사람들은 '1년 동안 경기에 뛰지 않았다'라고 생각할 것 같다. 하지만 상관하지 않는다. 난 내 수준을 알고 있다. 지금 내 유일한 목표는 월드컵이다. 분명히 나는 다쳤고, 에버튼과 계약돼 있기 때문에 여름이 지난 후에 최대한 좋은 상태를 유지하는 데 집중하고 있다"라고 덧붙였다.
이날 알리는 포체티노 감독과 오랜만에 인사를 나누기도 했다. 포체티노 감독은 "알리가 출연한 걸 알고 있었다. 감독실에서 인터뷰를 보고 있었다"라며 "지금 할 말이 있다. 지금은 그를 볼 수 없지만, 알리에게 인사하고 싶다. 정말 엄청난 선수다. 세상에(Oy My Goodness)! 세상에. 너를 보게 돼서 너무 기쁘다"라고 밝게 말했다.
포체티노 감독이 알리의 얼굴을 직접 볼 수 없었기에 진행자였던 데이브 존스는 알리가 환한 미소를 지었다고 전했다. 그러자 포체티노 감독도 함박웃음을 지었다.
이를 본 토크 스포츠는 "알리와 포체티노 감독이 함께 일한 지는 4년이 넘었다. 하지만 여전히 둘 사이에 사랑이 있는 건 분명하다"라며 "둘은 토트넘에서 함께할 시절 각별한 유대감을 갖고 있었다"라고 설명했다.
실제로 알리는 포체티노 감독을 두고 인생에서 함께했던 최고의 감독이라고 칭찬한 적 있다. 그는 지난해 디 오버랩에 출연해 "포체티노 감독은 최고였다. 그 당시 더 나은 감독을 요청할 수 없었다. 축구선수와 감독 사이 같지 않았다. 그것보다 더 깊은 느낌이었다"라며 "그는 축구 이전에 나를 한 사람으로서 생각해 줬다. 바로 내가 필요했던 것이다. 어린 선수들에게 중요한 일"이라고 밝혔다.
축구팬들도 둘의 재회를 반가워했다. '스포츠 바이블'은 "해설가로 데뷔한 알리의 가장 즐거웠던 순간이자 최고의 순간은 포체티노 감독이 잽싸게 인터뷰에 나섰을 때다. 포체티노 감독은 알리와 인사를 나누며 매우 기뻐했다"라며 "알리가 겪은 일을 생각하면 팬들은 그를 최고로 이끈 남자의 얼굴이 밝아지는 걸 볼 수밖에 없었다"라고 전했다.
매체에 따르면 팬들은 "두 남자에 대해 알아야 할 모든 걸 알려준다. 정말 아름답다", "포체티노는 첼시 감독을 맡은 이후 가장 행복하다", "말 그대로 흐느껴 울었다. 날 2017년으로 돌아가게 한다", "내 눈에 흐르는 건 눈물이 아냐" 등의 반응을 남겼다.
포체티노 감독은 지난해 알리의 용기 있는 고백을 본 뒤에도 "너무 가슴이 아파서 인터뷰를 끝까지 보지 못했다"라며 다음에 만나면 꽉 안아주고 싶다고 말했다. 이번에도 비록 직접 안아주지는 못했지만, 그 누구보다 반가워하며 깊은 애정을 드러냈다.
한편 알리가 축구장으로 돌아오려면 시간이 더 필요할 전망이다. 그는 "시즌이 끝나도록 훈련만 하고 있을 것이기 때문에 짜증 난다. 내가 서두를 필요가 없다는 뜻이기도 하다"라며 "축구를 보는 것조차 어렵다. 내겐 힘든 일이다. 지난 8개월 동안 시청하기 어려웠다"라고 털어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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