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토요타자동차가 용인시 기흥구 보정동에 새로운 시설 하나를 열었다. 지난 4일 공식 개장한 ‘토요타 트레이닝 아카데미’다.
이 시설은 단순하게 보면 교육 시설이다. 한국토요타에서 직장 생활을 할 미래 인재들을 길러내는 시설이다. 차를 판매하는 요령을 익히는 세일즈부터 운행 차량의 수리 및 정비를 책임지는 서비스까지, 미래 인재를 육성하는 교육 콘텐츠가 제공되는 시설이다.
이 전에도 이런 시설은 있었다. 서울 성동구 성수동에 트레이닝 센터가 있었다. 한국토요타가 성장하면서 성수동 시설이 교육 수요를 수용하기에 비좁다는 의견이 제시되면서 기흥구 보정동에 번듯한 새 시설을 마련했다.
그런데 한국토요타자동차가 보정동 시설을 바라보는 시선은 좀더 포괄적이다. 교육 시설 이상의 의미를 이 시설에서 찾고자 한다. 바로 토요타의 정신이다. 최근 재정립된 토요타의 비전을 이 시설에 담아내고자 했다.
토요타는 2023년 1월 커다란 변혁기를 맞았다. 14년만에 사장이 바뀌었다. 창업자의 손자인 토요타 아키오 씨가 사토 코지 씨에게 사장 자리를 물려주고 자신은 토요타 회장으로 경영 일선에서 물러났다.
수장 교체의 경영적 의미는 곧 이어 2월에 발표된 새로운 모빌리티 전략으로 구체화됐다.
토요타는 '계승과 진화'라는 테마를 바탕으로, 토요타다운 '전동화' '지능화' '다양화'를 추진하며 '모빌리티 기업으로의 변혁’을 선언했다.
'모빌리티 기업으로의 변혁'이라는 비전 안에는 자동차 뿐만아니라 인류의 미래가 담겨 있다.
첫 번째는 ‘탄소중립’이고 두 번째는 ‘이동가치의 확장’이다. 두 비전은 각기 독립적이면서도 긴밀히 연동돼 있다. ‘탄소중립’의 장기적 과제를 향해 가는 길이 ‘이동가치의 확장’에 제시돼 있다. 이상과 실천이 한 몸으로 움직이게 해 놨다.
탄소중립은 인류의 존속과 직결돼 있다. 누구도 피해갈 수 없는 전 인류의 과제다. 토요타는 탄소중립을 위해 전세계에서 판매하는 자동차의 평균 CO₂ 배출량을 2019년 대비 2030년에는 33%, 2035년에는 50% 이상 저감시키겠다는 목표를 제시했다. 탄소중립에 이르는 과정은 철저히 현실론을 따르고 있다. ‘멀티 패스웨이(Multi Pathway)’로 정의된 이 전략은 에너지 수급의 미래 상황과 전세계의 지역별 상황에 맞게 순차적으로 탄소중립을 실천하겠다는 계획을 담고 있다. 혁명적인 전동화는 부르짖지 않겠다는 뜻이다. 예를 들어 전력 생산을 화석 연료에 절대적으로 의존하고 있는 국가의 경우라면 정책적인 전동화 추진이 결코 친환경적이지 않다는 비평을 현실적으로 수용하고 있다.
‘멀티 패스웨이’는 하이브리드, 플러그인 하이브리드, 전기차, 수소연료전지차, 수소차를 각 지역의 교통 현실에 맞게 공급하는, 현실적 단계를 거쳐 탄소중립에 도달하겠다는 전략이다.
‘이동 가치의 확장’은 “어떻게?”라는 질문에 제시된 해답이다. 탄소중립에 이르는 길을 ‘전동화’ ‘지능화’ ‘다양화’로 가겠다고 했다.
커넥티비티나 자율주행 같은 우리에게 익숙한 단어들이 ‘전동화’ ‘지능화’ ‘다양화’로 표현돼 있다. 토요타는 “사회와 연결된 자동차는 통신과 금융 등 사람들의 삶을 지탱하는 다양한 서비스와 밀접하게 연결돼, 모빌리티를 축으로 새로운 부가가치의 영역이 확대될 것이 분명하다”고 적시했다.
단순히 ‘트레이닝 아카데미’가 새로 문을 열었을 뿐이지만 한국토요타자동차는 물리적 시설 그 이상의 의미를 담고자 했다. 실제로 보정동의 ‘트레이닝 아카데미’ 시설을 한바퀴 둘러보고 나면 자신도 모르게 토요타의 정신과 비전을 이해하고 있는 나를 발견할 수 있다.
일반적인 자동차 브랜드의 트레이닝 센터가 딜러 직원의 서비스 훈련에 집중하는 것과 달리, 토요타 트레이닝 아카데미는 토요타의 경영철학인 TPS(Toyota Production System)를 기본으로 서비스부터 세일즈까지의 전 과정을 아우르는 교육 콘텐츠를 제공한다.
세일즈 직군은 차량 시연과 시승, 인도 관련 교육과 함께 CS(Customer Satisfaction) 관리, 고객 차량 관리 등의 교육을 받을 수 있다. 서비스 부문은 정기점검 프로세스와 고객 응대 기술, 일반정비 및 부품 관련 지식에 더해 밸류체인과 판금도장(BP)에 대한 교육이 이뤄진다. 이와 더불어 토요타 문제 해결 방법인 TBP(Toyota Business Practice) 실습도 진행된다.
여기까지는 일반적인 트레이닝 센터와 크게 다를 게 없다. 진짜는 이제부터다.
한국토요타자동차는 트레이닝 센터를 브랜드 체험 공간으로도 활용하기로 했다. 탄소중립 실천과 지역사회 공헌 등을 위한 장소로도 이 시설을 활용할 생각이다.
토요타 트레이닝 아카데미의 1층 출입문을 들어서면 가장 먼저 한쪽 벽면에 적힌 ‘더 좋은 차를 만들자’(Let’s make ever-better cars)는 토요타의 기업 이념을 볼 수 있다. 이와 함께 토요타 가주 레이싱(TOYOTA GAZOO Racing)과 관련된 모터스포츠 요소들이 여러 벽면을 차지하며 ‘한계를 뛰어넘자’는 기업 정신을 드러낸다. 이곳에는 한쪽 벽면을 가득 채운 대형 스크린과 60여석 규모의 좌석이 마련돼 대규모 강연도 가능하다.
서비스와 세일즈 관련 교육이 이뤄지는 2층은 지난해 발표된 토요타의 신체제인 ‘계승과 진화’를 바탕으로 조성됐다. 계승의 관점에서는 ‘행복의 양산’으로 대표되는 토요타의 기업 철학과 토요타 생산 시스템(TPS), ‘토요타 웨이’ 등의 행동 규범을 익힐 수 있는 콘텐츠로 구성됐다. 진화의 관점에서는 모빌리티 기업으로의 전환과 탄소 중립, 모빌리티의 가치 확장 등 토요타의 미래 방침이 강조됐다.
3층과 4층은 각각 전동화 교육과 판금도장(BP), 밸류체인(VC) 트레이닝 공간으로 꾸려졌다. 각 층에는 이론 교육을 위한 강의 공간도 별도로 마련됐다. 오픈형 강의장 형태로 구성돼 이론과 실습의 동시 병행이 가능하다.
3층은 미래에 대한 대비를 위해 전동화 차량 전용 스톨이 설치돼 배터리뿐만 아니라 모든 전동화 차량에 관련된 시스템을 점검할 수 있도록 전용 장비와 기구가 배치됐다.
4층에는 조명시설이 돋보인다. 균일하게 배치된 일자 조명이 덴트복원과 같은 패널수리, 그리고 폴리싱과 바디코팅 같은 밸류체인 교육을 효과적으로 수행할 수 있게 했다. 바닥에는 세차와 디테일링까지 가능하도록 배수시설이 돼 있다.
‘토요타 트레이닝 아카데미’는 시설 자체가 친환경으로 가득차 있다.
4층 판금도장(BP), 밸류체인(VC) 트레이닝 공간에 설치된 도장 교육용 페인트 시뮬레이터가 획기적이다. 도장 교육을 위해서는 실제로 페인트를 뿌려보는 실습이 필수적이지만 이 경우 1급 발암물질인 휘발성유기화합물(VOC)을 발생시킨다는 단점이 치명적이다. 그런데 토요타 트레이닝 아카데미의 실습 기자재는 환경 오염물질을 배출하지 않는다.
실습에는 실제 페인트가 아니라 물과 공기만 사용되기 때문이다. 실습자는 물과 공기가 혼합된 ‘가상 페인트액’을 실습용 차체에 뿌려 실제와 유사한 도장 기술을 익힐 수 있도록 했다. 실습의 결과물은 시물레이터 주변에 설치된 센서가 분비물 한 방울까지 감지해 모니터로 보여준다. 공기와 물을 분사하는 스프레이건에 탑재된 센서 12개가 실습자의 자세를 추적하고 분사 각도와 거리, 속도 등의 균일성을 측정해 모니터에 표시한다. 페인트 분사액이 지나간 길을 즉각적으로 보여주고 점수로도 환산해주기 때문에 실습자는 실제 도장 못지 않은 교육효과를 얻을 수 있다.
트레이닝 아카데미의 내-외부에는 차량 부품을 재활용한 업사이클링 소품들이 배치됐다. 스프링코일을 활용한 책꽂이와 브레이크 디스크로 만든 시계, 유성 기어로 수놓아진 테이블, 촉매를 가공한 꽃병 등 약 60여개 소품을 곳곳에서 목격할 수 있다. 렉서스 크리에이티브 마스터즈인 박정근 작가, 권중모 작가 등 전문 공예 작가와 협업해 만든 작품도 감상할 수 있다.
렉서스 토요타 전동화 전략을 발표한 한국토요타자동차 김형준 이사는 “토요타는 자동차의 가치와 모빌리티의 범위를 확장해 나가면서 자동차가 사회 시스템과 일체가 되는 가치 창출을 미래 비전으로 제시했다. 친환경 시대가 도래 해도 자동차의 즐거움을 버려서는 안된다는 인식도 뚜렷하다. 이 모든 정신을 새로 마련된 ‘트레이닝 아카데미’에 담아내려 노력했다”고 말했다. /100c@osen.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