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이저리그에 괴물 마무리투수가 등장했다. 최고 167km 강속구를 뿌리는 오클랜드 애슬레틱스 우완 메이슨 밀러(26)가 주인공이다.
밀러는 15일(이하 한국시간) 미국 캘리포니아주 오클랜드 콜리세움에서 열린 2024 메이저리그 워싱턴 내셔널스와의 홈경기에 9회초 구원등판, 3타자 연속 탈삼진으로 ‘KKK’ 이닝을 만들며 오클랜드의 7-6 승리를 지켰다.
첫 타자 레인 토마스에게 초구부터 100마일(160.9km) 강속구를 한가운데 꽂으며 스트라이크로 시작한 밀러는 4구째 바깥쪽 슬라이더로 루킹 삼진을 잡았다. 이어 조이 갈로에겐 5구째 몸쪽 102.9마일(165.6km) 포심 패스트볼로 파울팁 삼진 요리했다. 루이스 가르아를 상대로는 몸쪽 낮은 슬라이더로 헛스윙 삼진을 뺏어내며 공 13개로 경기를 마무리했다. 시즌 3세이브째를 거두며 평균자책점을 2.25로 낮췄다.
시즌 첫 등판이었던 지난달 31일 클리블랜드 가디언스전은 1이닝 3실점으로 흔들렸지만 이후 5경기 7이닝 연속 무실점 행진. 8이닝 동안 삼진 15개를 잡으며 9이닝당 16.9개로 압도적 탈삼진 능력을 뽐내며 최근 3경기 연속 세이브를 올렸다. 그것도 전부 1점차 리드를 지킨 세이브였다.
평균 100.5마일(161.7km)에 달하는 포심 패스트볼의 위력이 엄청나다. 25타자 이상 상대한 메이저리그 전체 투수 299명 중 유일하게 평균 구속 100마일을 넘는 투수로 지난 12일 텍사스 레인저스전에선 올 시즌 리그에서 가장 빠른 103.7마일(166.9km) 강속구로 강렬한 인상을 심었다.
196cm 90kg 장신 우완 투수 밀러는 2021년 드래프트에서 3라운드 전체 97순위로 오클랜드에 지명됐다. 웨인즈버그 대학 2학년 시절이었던 2018년 1형 당뇨병 진단을 받을 정도로 왜소한 체격이었고, 평균 88마일(141.6km)의 별 볼 일 없는 투수였다. 하지만 좌절하지 않고 식단 관리와 근력 운동을 통해 68kg에 불과하던 체중을 90kg 넘게 불렸고, 구속도 날이 갈수록 상승하며 99마일(159.3km)까지 찍었다.
그러나 코로나19 영향으로 기존 40라운드였던 메이저리그 신인 드래프트가 2020년 5라운드로 대폭 축소되면서 밀러는 지명을 받지 못했다. 이에 가드너웹 대학으로 편입, 1년 더 대학을 다니며 2021년 드래프트에서 3라운드로 오클랜드 지명을 받은 밀러는 2022년 어깨 부상으로 장기 이탈했지만 빠르게 마이너리그를 통과하면서 지난해 4월 메이저리그 데뷔했다.
선발과 구원을 오가며 10경기(6선발·33⅓이닝) 3패1홀드 평균자책점 3.78 탈삼진 38개로 가능성을 보여줬지만 팔꿈치 통증으로 5월12일부터 9월7일 복귀까지 부상자 명단에서 4개월을 보냈다. 이에 오클랜드는 올해 밀러의 보직을 불펜으로 바꿨다. 트레버 메이가 떠난 마무리 자리에 밀러를 낙점했고, 시즌 초반이지만 대박 조짐을 보이고 있다.
마무리로 가면서 1~2이닝 짧게 던지다 보니 구속이 더 잘 나온다. 포심 패스트볼 평균 구속이 지난해보다 2.2마일(3.5km) 올랐고, 슬라이더 위력도 동반 상승했다. 헛스윙 유도율이 43.3%로 리그 전체 2위에 빛날 정도로 공이 위력적이다. 오클랜드 전력이 워낙 약해 세이브 기회가 얼마나 올지 의문이었지만, 최근 8경기에서 6승2패를 거두며 밀러도 3세이브를 거뒀다. 시즌 7승9패로 예상 외 선전을 펼치면서 밀러의 강속구도 함께 주목받고 있다.
밀러는 “팀이 나를 필요로 하면 무엇이든 할 것이다. 앞으로 몇 년 뒤를 걱정하지 않고 올해 내가 맡은 역할을 훌륭하게 하는 것에 집중하겠다”며 마무리 보직에 만족한 뒤 “공을 어디로 던질지, 어떻게 스윙을 이끌어낼지에 더 신경 쓴다”는 말로 구속에 너무 집착하진 않겠다고 밝혔다. /waw@osen.co.kr